외마디 한자말 털기 (66) 통하다

[우리 말에 마음쓰기 618] '강을 통해 받았기', '말이 안 통하는 사람' 다듬기

등록 2009.04.24 10:59수정 2009.04.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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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강을 통해 받았기 때문

 

.. 그 일대에 사는 사람들은 해마다 그맘때면 자연이 베풀어 주는 혜택을 그 강을 통해 받았기 때문이다 ..  《다케타즈 미노루/김창원 옮김-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진선북스,2008) 105쪽

 

 '일대(一帶)'는 '둘레'로 다듬습니다. '혜택(惠澤)'은 '선물'이나 '사랑'으로 손질해 봅니다.

 

 ┌ 그 강을 통해서 받았기 때문

 │

 │→ 그 강에서 받았기 때문

 │→ 그 강한테서 받았기 때문

 └ …

 

 강을 끼고 살아가는 사람은 강한테서 선물을 받습니다. 바다를 끼고 살아가는 사람은 바다한테서 선물을 받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도시한테서 선물을 받고,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은 자동차한테서 선물을 받습니다.

 

 누구나 선물을 받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돌려주어야 합니다. 강을 끼고 살아가는 사람은 선물을 받은 만큼, 강을 아낍니다. 강한테 마음을 쏟아 강이 넘치거나 마르지 않도록 애써야 합니다. 바다한테서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바다가 더러워지지 않도록 마음을 기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논밭에서 선물을 받는 사람 또한 논밭을 땀흘려 일구고 기름지게 가꿉니다.

 

 그러면, 도시에서 도시 선물을 받는 사람은 도시한테 무엇을 돌려주어야 할까요. 자동차한테서 선물을 받는 사람들은 자동차한테 무엇을 돌려주어야 할까요.

 

 온갖 물질문명을 고이 누리거나 즐기는 우리들은 그만큼 쓰레기를 짊어져야 합니다. 더러워지는 물과 바람을 들이마셔야 합니다. 팍팍해지는 세상 흐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치고 당기고 빼앗고 빼앗기는 굴레에서 허덕여야 합니다.

 

 누리는 만큼 돌려주며, 받는 만큼 주어야 합니다. 사랑을 받았으니 사랑을 주고, 믿음을 받았으니 믿음을 줍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사랑을 주고받기보다 돈만 저 혼자 받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들은 온갖 물질문명을 마음껏 누리되 쓰레기를 치우거나 거두어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마땅한 노릇입니다만, 영어를 일찌감치 배우고 익히면 그만큼 우리 말은 못 배우거나 덜 익히게 됩니다. 영어를 배우는 만큼 착한 마음은 덜 배우거나 못 배우게 됩니다. 머리속에 지식을 채우는 만큼 착한 마음이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한꺼번에 두 가지를 채울 수 없고, 하루아침에 두 가지가 고르게 자리잡도록 할 수 없습니다.

 

 ┌ 그 강에서 곧바로 받았기 때문

 ├ 그 강에서 넉넉히 받았기 때문

 ├ 그 강한테서 나누어 받았기 때문

 ├ 그 강한테서 기쁘게 받았기 때문

 └ …

 

 우리가 말다운 말을 잃는 까닭은, 말다운 말이 들어설 자리에 말답지 못한 말을 가득 채워 놓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글다운 글을 잊은 까닭은, 글다운 글이 뿌리내릴 자리에 글답지 못한 글을 그득 쟁여 놓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을 있는 그대로 돌아보는 가운데, 우리 매무새를 꾸밈없이 가다듬어야 합니다. 우리 넋을 있는 그대로 헤아리는 가운데, 우리 얼을 꾸밈없이 추슬러야 합니다. 우리 자리를 찾고 싶으면, 우리 터전을 지키고 싶으면.

 

 

ㄴ. 말이 안 통하는 사람

 

.. "정말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네. 내가 젖이 안 나와서 어쩔 수 없이 부탁했더니 정말 이렇게 나오기야?" ..  《시모무라 고진/김욱 옮김-지로 이야기 (1)》(양철북,2009) 8쪽

 

 '정(正)말'은 '참말'이나 '참으로'로 다듬습니다. '부탁(付託)했더니'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맡겼더니'나 '얘기했더니'로 손질해도 됩니다.

 

 ┌ 말이 안 통하는 사람

 │

 │→ 말이 안 되는 사람

 │→ 말로 안 되는 사람

 │→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

 │→ 말을 못 알아먹는 사람

 │→ 말귀가 어두운 사람

 │→ 말귀가 막힌 사람

 └ …

 

 말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없다고 느끼며 주먹다짐을 합니다. 그러나 말로 생각을 주고받는다기보다 맞은편한테 으름장을 놓으면서 주먹다짐으로 밀어붙이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힘센 나라가 힘여린 나라로 쳐들어가는 때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나라와 나라 사이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재개발이나 재정비라는 이름으로 토박이를 쫓아낼 때 말입지요. 같은 일터 일꾼을 정규직과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로 가르면서 일삯을 달리 매기고 일대접을 달리할 때 말입니다. 농사꾼 삶자리 무너뜨리는 정책을 버젓이 밀어붙이기에 집회를 하고 시위를 하는데, 몽둥이 치켜든 군인을 불러 가로막고 찍어 누른다든지 할 때 말이에요.

 

 ┌ 말을 못 나눌 사람

 ├ 말을 못 섞을 사람

 ├ 말을 함께 못할 사람

 └ …

 

 다른 한쪽이 말귀가 밝지 않아서 말로는 못하겠다 할 때가 틀림없이 있습니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 스스로 말귀를 트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서로 말로는 생각과 뜻을 못 나누는 일이 많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무언가 더 얻으려는 생각에, 어딘가 스스로한테 나은 일이라는 마음에, 부러 말을 섞지 않고 말을 나누지 않고 말을 함께하지 않느냐 싶곤 합니다.

 

 사랑을 찾고 평화를 부르고 믿음을 나누며 자유를 외치는 말이라면 그지없이 반가울 텐데. 아름다움을 아끼고 거룩함을 받들며 따뜻함을 즐기는 말이라면 더없이 좋을 텐데. 돈이 없으면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지만, 돈이 없어도 어깨동무하면서 나눌 수 있는 삶으로 가꿀 수 있을 텐데.

 

 우리 말이 나날이 찌들리고 뒤틀리고 어수선해지는 까닭이라면,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찌들게 하고 뒤틀리게 하고 어수선하게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삶부터 바로세우거나 곧추세우거나 일으켜세우려는 마음다짐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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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4 10:59ⓒ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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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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