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96) 대조적

― '북조선과 크게 대조적', '완전히 대조적' 다듬기

등록 2009.04.23 16:13수정 2009.04.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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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북조선과 크게 대조적이다

 

.. 해방 7주년의 김일성 연설은, 6ㆍ25전쟁을 대승리 일색, 백전백승의 강철장군 김일성 원수라고 찬양하는 오늘의 북조선과 크게 대조적이다 ..  《하야시 다케히코(林建彦)/최현 옮김-남북한 현대사》(삼민사,1989) 67쪽

 

 "해방 7주년(周年)의 김일성 연설은"은 "해방 일곱 돌을 맞이한 김일성 연설은"으로 손질합니다. "대승리(大勝利) 일색(一色)"은 "크게 이겼다고만 하고"로 손봅니다. '백전백승(百戰百勝)의'는 '싸우면 늘 이기는'으로 다듬습니다. '찬양(讚揚)하는'은 '기리는'이나 '받드는'으로 고쳐 주고, '오늘의'는 '오늘날'로 고쳐씁니다.

 

 ┌ 크게 대조적이다

 │

 │→ 크게 다르다

 │→ 크게 딴판이다

 │→ 크게 다른 모습이다

 │→ 아주 달라졌다

 │→ 아주 딴 모습이다

 └ …

 

 예전과 오늘날이 달라졌다면 '딴판'이라고 느끼곤 합니다. 사람이 확 달라졌다고 느낀다면 '다른 모습'으로 되었다고,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느낍니다. 어떻게 보면 '새로워진' 셈이고, '탈바꿈한' 셈입니다. '달라지'거나 '바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세월 따라 우리 삶터는 많이 바뀌었고, 바뀐 삶터에 따라 우리 말과 글도 많이 바뀝니다. 다만, 제가 느끼기로는 나날이 반가운 쪽으로는 거의 안 바뀌고 얄궂거나 안타까운 쪽으로만 바뀝니다. 좀더 사랑스러운 쪽으로 발돋움하면 좋으련만, 사랑스럽지 못한 쪽으로 발돋움하는(?) 말과 글인데, 아무래도 우리 삶자락이 얄궂은 돈바라기로 흐르기 때문이 아니랴 싶어요. 아니, 우리 스스로 돈바라기 삶에 매이니, 우리가 늘 쓰는 말과 글 또한 이런 얄궂은 틀에 매이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ㄴ. 완전히 대조적

 

.. 다른 사하라위족의 무례한 태도와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  《싼마오/조은 옮김-흐느끼는 낙타》(막내집게,2009) 40쪽

 

 "사하라위족의 무례(無禮)한 태도(態度)와는"은 "사하라위족들 버릇없는 모습과는"이나 "사하라위 사람들 건방진 매무새와는"으로 다듬고, '완전(完全)히'는 '아주'나 '무척'으로 다듬어 줍니다.

 

 ┌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

 │→ 아주 달랐다

 │→ 몹시 딴판이었다

 │→ 더없이 다르다고 느꼈다

 │→ 참으로 동떨어져 보였다

 └ …

 

 문득 궁금해져서 다시금 국어사전에서 '대조적'이라는 낱말뜻을 헤아려 봅니다. '대조적'은 "서로 달라서 대비가 되는"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대비(對比)'란 무엇인가 궁금하여 국어사전을 다시 뒤적입니다. "두 가지의 차이를 밝히기 위하여 서로 맞대어 비교함"이라고 나옵니다. '비교(比較)'란 무엇을 가리키는지 한 번 더 뒤적입니다. "둘 이상의 사물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 차이점, 일반 법칙 따위를 고찰하는 일"이라고 나옵니다. 이번에는 '고찰(考察)'을 찾아봅니다. "어떤 것을 깊이 생각하고 연구함"이라고 나옵니다.

 

 하나하나 곰곰이 살피면서 저마다 어떤 뜻과 느낌인지를 알아챌 수 있기도 할 테지만, 말풀이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뒤죽박죽이라는 느낌이 한결 짙습니다. 똑바르고 또렷하게 자리매김된 뜻풀이가 아니라, 어영부영 스쳐 지나가도록 하는 뜻풀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1) 대조적 : 서로 달라서 대비가 되는

 ├(2) 대비 : 두 가지의 차이를 서로 맞대어 비교

 ├(3) 비교 : 둘 이상의 유사와 차이를 고찰

 └(4) 고찰 : 깊이 생각하고 연구

 

 '연구(硏究)'라는 낱말을 한 번 더 찾으면,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고 따지는" 일이라고 나옵니다. 그러니까, 고찰이든 연구이든 모두 '생각하기'를 가리킵니다. '살피기'나 '따지기'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이리하여, '대조적'이든 '대비'이든 '비교'이든, "서로 무엇이 다른가를 한 자리에 놓고 생각하는" 일이에요. 저마다 다른 한자 옷을 입고 있어서 '마치 다른 낱말인 듯' 여기고 있으나, 곰곰이 파고들면서 짚어 보면, 다른 낱말이 아닌 같은 낱말, 달리 쓰일 까닭이 없이 그때그때 가장 알맞는 우리 말로 걸러내어야 할 낱말임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한자말 굴레를 뒤집어쓰면서 제때 제자리에 넣을 낱말을 잃거나 잊습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 말씨를 흐트리고 우리 말법을 무너뜨리며 우리 말투를 어지럽힙니다.

 

 안타까워도 우리 모습이 이러함을 어찌 감출 수 없습니다. 슬퍼도 우리 삶자락이 이러함을 어떻게 숨길 수 없습니다. 괴로워도 이와 같은 우리 매무새에 고개를 돌리거나 등을 질 수 없습니다. 고이 들여다보고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차근차근 제길을 찾아 제대로 된 말이 되도록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 다른 사하라위족의 무례한 태도와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

 │→ 다른 사하라위족 버릇없는 모습과는 크게 달랐다

 │→ 다른 사하라위족 어이없는 매무새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 여느 사하라위족 건방진 매무새와는 사뭇 달랐다

 │→ 여느 사하라위족한테서 보이는 짜증스러움이란 느낄 수 없었다

 └ …

 

 참되게 살아갈 길을 찾는 사람만이 참되게 살아갈 수 있고, 참되게 말할 길을 살피는 사람만이 참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참되게 일할 거리를 찾는 사람만이 참된 일자리를 즐기며, 참되게 사랑할 사람을 찾는 사람만이 참된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스스로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고, 스스로 걸어가는 대로 달라집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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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3 16:13ⓒ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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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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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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