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목회자들 사이에 '반불교 의식' 팽배한 이유

한국에서 불교와 기독교는 화해 불가능하다 ①

등록 2009.05.11 13:44수정 2009.05.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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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 축하 현수막, 일반 개신교인들은 관심없어

지난 5월 2일은 부처님 오신날이었다. 이 날을 맞이해 일부 개신교회와 천주교회에서 부처님 오신날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달고 어떤 목회자는 교인들과 함께 개신교의 배타성을 참회한다며 법당에서 108배 주일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이러한 선각자적인 행동은 언론의 관심을 끌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이웃 종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화해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하지만 대다수 한국교회 교인들에게는 거의 다른 얘기처럼 들린다. 십수년 째 이와 비슷한 행사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한국 개신교인들의 반불교 행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 4월 중순에 국내 유서 깊은 관음도량의 하나인 전남 여수시 돌산읍의 향일암 대웅전에 정모씨로 알려진 개신교 신자가 침입해 알루미늄 파이프를 휘둘러 불상과 불전함, 받침대 등을 파괴해 불교계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상을 숭배하면 안 된다. 부활절을 앞두고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우상 숭배를 경고하기 위해 불상들을 부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향일암이 속한 조계종 제19교구 본사 화엄사측은 "상식에서 벗어난 훼불행위로 이웃종교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는 민주사회의 기본원칙을 훼손하여 불자는 물론 양식 있는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에 대한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와 예방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에 커다란 물의를 일으키고 많은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개신교인들의 반불교 행위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같은 행동이 과연 근절될 수 있을까?  

현재 한국교회 교인들의 90%이상이 보수적인 목회자들의 신앙과 신학의 영향을 받고 있고 이들 목회자들은 불교를 기본적으로 우상숭배 종교로 간주하고 정복할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개과천선(?)하지 않는 한 그들의 반불교 의식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개신교 목회자로서는 드물게 공중파 인기오락 프로그램까지 여러 번 출연했던 장경동 목사(대전 중문침례교회)의 지속적인 불교 모독 발언은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불교에 대한 이해와 관점이 어떤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는 지난 해 8월초 불교계가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거세지자 "스님들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 산다"는 식의 불교 비하 발언을 했는가 하면 올 2월에는 "어떻게 목사가 스님도 천당 간다고 얘기 하나", "미국은 스님도 천당 가느냐"고 되물으면서 "미국은 참 희한하다"는 등의 망언을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는 수차에 걸쳐 불교계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계속했다.


이전에는 불교 등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주장했던 변선환 감리교신학대학 전 총장이 김홍도 목사(서울 금란감리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감리교내 수구세력에 의해 교단에서 축출당했고 개신교 사학인 강남대에서는 이찬수 교수가 불상에 절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등 단죄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찬수 교수는 대법원에서 복직판결을 내렸지만 학교측의 거부로 야인생활을 계속하고 있고 변선환 전 총장 역시 소천할 때까지 명예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신교 반불교 의식은 근본주의 신학과 신앙 영향으로 형성

개신교회가 이처럼 불교를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식 복음주의에 깊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개신교가 한반도에 들어올 즈음인 구한말 한국의 고전종교는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유교(성리학)는 망국의 학문이자 종교로서 대중들의 질타를 받았고 불교는 조선 5백년간 탄압을 받아 사찰은 한량들의 놀이터가 되고 승려들은 천민대접을 받을 정도로 영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한편으로 최제우·강증산 등 뛰어난 인물들이 신흥종교를 일으켰으나 동학은 갑오농민혁명의 여파로 당국과 일제에 의해 철저히 탄압을 받으면서 위축됐고 증산계열은 후계자문제로 분열하는 등 국가 혼란과 함께 종교도 변화의 시대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다.

이때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 개신교였다. 미국이라는 신흥제국을 엎고 들어온 개신교는 일반 대중들은 물론 안창호·서재필 같은 민족지도자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평안도를 중심으로 한 서북지방과 동학이 붕괴된 호남지역에서 많은 신자들을 확보했다.

당시 대중들은 미국 선교사들이 세운 교회를 정부관료나 일제 침략세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는 치외법권지역으로 생각했고 일부 청년학생들은 독립운동의 거점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마치 70·80년대 학생운동세력이 박정희·전두환 정권의 탄압을 피해 교회를 피신처로 삼아  활동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선교사들은 양대인(洋大人)으로 불릴 정도로 위세가 당당했고 1905년 미국과 카쓰라·태프트조약으로 한반도의 지배권을 인정받은 일제는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선교사들의 활동이나 교회운영에 대해서 특별한 간섭을 하지 않았다.    

미국 선교사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앞세워 서구식 학교와 병원을 세우는 등 근대화에 일부 기여한 면이 없지 않으나 그들이 가진 제국주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신학과 신앙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한국교회의 부정적인 토대를 형성했다.

이들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 미국판 지리상의 발견시기 아시아·태평양지역에 파송된 인물들로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기보다는 업신여기기 일쑤였다. 선교사들은 유교식 제사나 불상에 대한 절, 무당들이 벌이는 굿을 우상숭배나 미신으로 간주해 교인들에게 철저히 금지시켰다. 또한 음주·흡연도 비도덕적인 일로 간주해 배격했다. 

마치 15·16세기 스페인·포르투갈 정복자들이 남미 인디오들을 이교도나 사람 이하로 취급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철저히 파괴했던 것처럼 미국 선교사들은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지는 않았지만 조선의 종교와 문화를 무시하고 미국문화와 개신교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선교활동을 한 것이다. 
#기독교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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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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