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에서 미실 역을 맡은 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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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위작 논란이 있는 필사본 <화랑세기>에 미실의 행적이 기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32명의 풍월주(화랑도의 수장)들이므로 풍월주가 아닌 주변부 인물에 불과한 미실이 언제 태어나서 언제 죽었는지까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사본 <화랑세기> 곳곳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정황을 통해 우리는 미실의 나이를 대략적이나마 추정할 수 있으며, 또 그것을 통해 드라마 <선덕여왕> 속 미실의 현재 나이를 가늠해볼 수 있다.
<화랑세기> 제2세 풍월주 미진부 편에 따르면, 제23대 법흥왕의 외손자인 미진부와 법흥왕의 후궁인 묘도는 법흥왕 생전에 왕궁 안에서 밀회를 갖다가 법흥왕 사후에 왕실의 허락을 받아 정식으로 결혼하여 미실과 미생이라는 자녀들을 낳았다. 법흥왕은 540년에 사망했고 미실의 부모는 그 이후에 결혼했으므로, 미실은 541년 이후에 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화랑세기> 제10세 풍월주 미생 편에 따르면, 미실의 동생인 미생은 550년에 출생했다. 그러므로 미실은 541년에서 549년 사이에 출생했다고 할 수 있다. 위의 두 자료를 통해 우리는 미실의 출생 연도를 오차 범위 8년차로 좁힐 수 있다. 이보다 더 정확한 근사치를 구하기 위해 <화랑세기>의 다른 기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실의 나이를 추정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좀 더 정확한 자료는 미실의 연인이자 제5세 풍월주인 사다함의 입에서 나왔다. <화랑세기> 제6세 풍월주 세종 편에 따르면, 죽음에 임박한 제5세 풍월주 사다함은 '미실의 남편 세종에게 제6세 풍월주 자리를 넘겨주고 싶다'는 취지의 유언을 남길 때에 "신(臣)의 여동생(妹) 미실의 남편"(臣妹美室之夫)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미실이 사다함보다 어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극중 미실의 현재 나이는 최소한 61~64세그럼, 사다함은 언제 태어났을까? <삼국사기> 권44 '사다함 열전'에 따르면, 사다함은 17세에 죽었다. 이때가 561년이었다. 그러므로 사다함의 출생연도는 545년이 된다.
미실이 사다함보다 어렸다고 했으므로, 미실은 546년에서 549년에 태어난 셈이 된다. 현재까지의 자료를 기초로 할 때에는, 546~549년이 사실에 가장 근접한 미실의 출생연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선덕여왕>의 최근 방영분에서 미실은 몇 살 정도의 여자로 나와야 할까? 그런데 미실의 나이를 추정하자면, 현재 이 드라마가 어느 시점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평왕의 장녀인 천명공주가 자리를 확고히 잡고 있는 가운데 덕만공주가 서서히 자격을 쌓아감과 동시에 '신라의 대동강 진출'의 기초를 놓을 김유신·김춘추가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 이 드라마의 현재 시점은 아무리 빨리 잡아도 609년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 이 드라마는 진평왕의 권력기반이 이미 안정궤도에 들어선 가운데 천명·덕만 두 공주가 아직 젊음을 유지하고 있고 김춘추가 출생(604년)한 지 얼마 되지 않으며 김유신이 화랑도에 입문(609년)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점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현재 시점이 아무리 빨라도 609년 이후라고 본다면, 극 중에서 미실의 현재 나이는 최소한 61~64세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수치이기 때문에, 드라마 상의 실제 나이는 이보다 더 많아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미실의 곁을 늘 지키는 남편 세종이나 정부 설원 역시 이미 이 정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 역사와는 맞지 않는 미실과 덕만의 경쟁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