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선덕여왕>
MBC
20일과 21일에 방영된 드라마 <선덕여왕> 17, 18부에서 선덕여왕 가족사의 비밀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족사의 비밀이 1세대(진평왕 세대)에서 2세대(천명·덕만 세대)에게 전파되기 시작한 것이다.
진평왕 부부가 외동딸만 낳은 게 아니라 실은 쌍둥이 딸을 낳았으며, '어출쌍생 성골남진'(왕이 쌍둥이를 낳으면 성골남자의 씨가 마른다)의 예언을 두려워한 진평왕 부부가 둘째 딸을 시녀의 품에 안겨 왕궁 밖으로 내보냈다는 것이 이 집안 가족사의 비밀이다.
이러한 비밀이 알려짐과 동시에 남장 여자인 덕만(선덕여왕, 이요원 분)의 정체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진흥왕의 유품인 소엽도(작은 칼)를 제가 갖고 있으니 저랑 한 번 만나시죠"라는 익명의 상소(덕만의 상소)가 정식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몰래 제출됨에 따라, 이를 낭도의 소행으로 의심한 조정이 낭도들의 신체 및 숙소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덕만의 '여성용품'이 발각되었다. 눈치 빠른 낭도인 죽방(이문식 분)의 머릿속에서는 덕만의 '성(性) 정체'가 착착 정리되었다.
한편, '어출쌍생 성골남진'의 비밀과 소엽도의 존재에 갑작스레 직면한 천명공주(박예진 분)는 그동안 덕만과 주고받은 대화와 덕만의 행적 등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덕만이 자신의 쌍둥이 동생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되었다. '그래도 덕만은 남자가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에 최종적 확신을 내리지 못하던 천명에게 김유신(엄태웅 분)이 결정적인 한 마디를 던졌다. "덕만은 여인입니다!"
후계자 덕만 앞에 나타난 '새엄마'의 '아들'이상은 선덕여왕 집안의 기막힌 가족사를 다룬 드라마 <선덕여왕>의 최근 방영분이다. 물론 이것은 드라마의 내용일 뿐 역사적 사실은 아니다. 그런데 선덕여왕 가족사에는 드라마 내용보다 훨씬 더 기막히고 훨씬 더 서글픈 진짜 비밀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어떤 비밀일까?
드라마에서는 쌍둥이가 태어난 이후에 출생한 3명의 남자 아이가 '어출쌍생 성골남진'의 예언에 따라 모두 다 사망했다고 했지만, 위작 논란이 있는 필사본 <화랑세기>에서는 진평왕이 낳은 선덕여왕의 남동생이 자연사가 아닌 의문사를 당했다고 알려주고 있다.
당시 정황을 놓고 볼 때, 이 의문의 죽음은 왕위계승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보아도 별 무리가 없다. <화랑세기> 제13세 풍월주 김용춘 편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들추어보기로 한다.
신라 제26대 진평왕(재위 579~632년)과 그의 부인 마야왕후 사이에는 아들이 없었다. 그래서 진평왕은 처음에는 장녀인 천명과 그의 남편인 김용수(제25대 진지왕의 아들)를 중심으로 후계구도를 설정했었다.
그러다가 마야왕후가 죽은 이후에 진평왕의 생각이 달라졌다. 덕만이 왕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진평왕은 천명에게 양보를 권유했고, 이를 받아들인 천명이 스스로 출궁을 함에 따라 덕만이 후계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 시기에 덕만을 후계자로 만든 정치논리는, 진평왕에게 아들이 없는 상태에서 천명보다는 덕만이 더 낫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덕만의 후계구도를 유지한 핵심 인물은 김용수의 형인 김용춘이었다. 김용춘은 진평왕이 만들어준 덕만의 최측근이었을 뿐만 아니라 훗날 선덕여왕의 남편이 될 사람이었다.
그런데 덕만의 후계구도를 위협할 만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진평왕이 승만왕후라는 새로운 부인을 맞이한 데다 그 '새엄마'에게서 아들이 '덜컥' 태어나고 만 것이다. 광해군의 '새엄마'인 인목대비가 영창대군을 낳았듯이 말이다.
승만왕후가 덕만 중심의 기존 후계체제에 승복했다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승만왕후는 그런 무욕(無慾)의 인물이 아니었다. 승만왕후는 후계구도에 욕심을 부렸다. "(자기 아들이) 선덕의 지위를 대신하기를 바랐다"(欲代善德之位)고 <화랑세기>는 말하고 있다. 이처럼 승만왕후가 덕만의 지위를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 뜻밖의 사건이 돌출했다. 승만왕후의 아들 즉 덕만의 이복 남동생인 진평왕의 왕자가 어린 나이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하고 만 것이다.
덕만의 최측근 용춘공은 왜 좌천을 당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