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장례식은 6일간의 국장으로 결정이 났다. 초기에 정부는 국민장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도 전례와의 형평성과 진보에서 보수까지 각 진영의 입장 등 다양한 정치적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혹시 정부가 국민장을 제안한 까닭이 장례비용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황당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최근 이명박 정부 3년의 재정적자가 117조 원에 이를 것이고, 이를 합치면 2010년까지 누적된 국가채무가 400조를 넘을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한 탓인 것 같다.
금융위기의 후속작 재정적자
한 신문기사의 표현을 빌자면 이명박 정부 들어 재정적자는 '폭설이 내리듯 쌓여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첫해인 작년 재정적자는 15조6000억 원이었으며, 올해 적자 규모는 51조6000원으로 커졌으며, 내년에도 50조 원 안팎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어 3년 간의 적자 누적액이 117조 원을 넘게 된다. 이는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재정적자가 18조 300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배 이상 많은 규모이다(<한겨레> 2009.8.18).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의 증가는 전세계 대부분의 정부가 겪고 있는 일이다. 경제가 침체되고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거둬들이는 세수는 줄어든 반면,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1조8400억 달러에 이르고, 영국도 132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금융위기의 뒤를 이어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세계경제의 또다른 폭탄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감세와 4대강 사업으로 재정적자 가중
하지만 우리정부의 경우 재정적자가 늘어나게 된 몇 가지 요인을 추가적으로 가지고 있다. 첫째는 감세정책이다. 20일 기획재정부가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시된 법인세, 소득세, 부동산세 등의 감세정책으로 인해 2012년까지, 즉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 줄어드는 세수는 모두 33조8826억 원이다. 2008년 약 6조 원, 2009년 약 10조 원이 감세되었으며, 앞으로도 약 17조 원이 감세되어 정부 예산이 줄어들게 된다.
감세 항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법인세로 전체의 약 53퍼센트이며 감소분은 약 9조 원에 이른다. 그 뒤를 이어 소득세가 전체의 약 24퍼센트를 차지하고 감소분이 약 4조 원에 이른다.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가 전체 감세액의 약 77퍼센트로 약 13조 원에 달하는 것이다. 법인세 감면의 혜택은 기업이 받게 되고, 소득세의 경우 고소득일수록 감세율이 커서 결국 소득세 감면의 혜택은 고소득층이 받게 된다. 결국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다.
고소득층은 세금 줄이고, 저소득층은 지원금 줄이고
둘째는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본사업비만 16조9000억 원이 들어가며 보조사업비까지 더하면 약 22조4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투입 예산 규모는 매년 달라지겠지만 산술적으로 평균을 내보면 2010년까지 매년 7조5000억 원 가량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을 통한 고용창출과 경기부양의 효과는 회의적이다.
반면 내년 보건복지가족부의 예산은 4392억 원이 삭감되었다. 주로 기초생활보장 예산 2589억 원, 사회복지일반 예산 1483억 원, 보건의료 예산 319억 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예산이 삭감되었다. 심지어 장애인 의료비 지원 및 의료 급여 대불사업은 예산의 100퍼센트가 전액 삭감되었다. 결국 재정적자의 부담을 줄이고자 가장 손쉽게 줄일 수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취약계층으로부터 삭감한 예산이 4대강 사업에 투입되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감세와 4대강 사업 중단하면 56조 원의 재정 확보 가능
간단히 계산해보자. 2012년까지 감세로 인해 줄어드는 정부의 수입이 약 33조8000억 원이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늘어나는 정부의 지출이 22조4000억 원이다. 만약 이 두 가지를 중단할 경우 우리 정부의 재정에는 약 56조 원의 여유가 생긴다. 삭감된 보건복지가족부 예산의 100배가 넘는다. 올해 재정적자가 현재까지 약 51조 원이라고 하니, 한 해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는 규모이다. 내년까지 누적 재정적자 예상금액이 117조 원이라고 하니 그 중 절반은 메울 수 있는 규모이다.
부자감세와 사회복지예산 삭감. 결국 감세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가속화되는 재정적자의 혜택은 기업과 고소득층이 받고, 피해는 일반 국민과 저소득층이 받는다. 재정적자는 결국 양극화로 이어진다. 우리가 재정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민자사업 확산과 민영화 추진 가능성 높아
그리고 재정적자를 양극화로 귀결시키는 또 한 가지 요인이 있으니 바로 민자사업을 포함한 민영화이다. 재정이 부족한 정부 입장에서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민자사업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열악한 재정 속에서 가시적인 사업을 이루기 위해 각종 도로와 다리, 학교 건설에 민자사업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공기업 민영화는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전기, 철도, 수도, 가스 우편 등의 탄탄한 공기업을 매각하면 당장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자사업과 민영화 모두 요금인상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민자사업으로 건설하여 최근 개통된 지하철 9호선이나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요금인상 논쟁에 시달렸던 것만 생각해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지난 촛불집회 당시 수도 민영화가 되면 하루 수도요금이 14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온 국민을 사로잡았던 것을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있다. 결국 공공재를 민간자본에게 맡기면서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 일반 국민들이 또 다시 피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정말 친서민 정책을 실현하고 싶다면, 가속화되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법인세, 소득세 등의 감세를 연기하는 것과 4대강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재정적자의 뒤편에서 우리 삶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정부의 예산운영을 지켜봐야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수연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 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8.24 10:26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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