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헐리는 광복군 청사, 묻혀져 가는 광복군 정신

국군의 정체성, 광복군의 '민족자주독립정신'에 있다

등록 2009.09.30 21:06수정 2009.09.3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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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충칭에 있는 광복군 사령부 청사.
중국 충칭에 있는 광복군 사령부 청사. 표명렬
중국 충칭에 있는 광복군 사령부 청사. ⓒ 표명렬

필자는 몇주 전 광복군 창설 69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국 상해 소재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을 거쳐 충칭에 있는 광복군 사령부 청사를 답사 방문했다. 충칭시의 재개발 계획에 의해 광복군 사령부 건물 주변 일대에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도록 되어 있어서 일부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광복군 선배님들이 숨 가쁘게, 보무 당당히 오르내렸을 2층 목조 계단과 복도 그리고 사무실 등은 아직 완전히 뜯겨지지는 않았지만 먼지 때가 뿌옇게 끼어 몹시도 삐거덕거렸다. 철거 직전 허물어져가는 폐허 상태의 앙상한 몰골이 광복군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과 배려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 부끄럽고 가슴 아팠다.  

 

조국이 광복은 되었다지만 풍찬노숙 목숨 바쳐 일제와 싸워온 독립군·광복군 선배들은 일편단심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고 위하는 우직함 때문에 또 다른 고난의 길로 몰렸다. 죽임을 당하고 가세는 기울대로 기울어져 가난만 대물림해 자자손손 멸시 천대받는 처량한 삶의 모습 그대로가 허물어져가는 광복군 사령부 청사에 투영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높이 솟아올라 위용을 뽐내는 주위빌딩들의 위압적 모습이 마치 민족반역의 친일도당들과 그 자손들이 더 많이 배우고 요령껏 부자 되어 적반하장 떵떵거리며 세상의 영광(?)을 한껏 누리는 모습처럼 보였다. 정의와 공평성을 잃고 역사의식 없는 친일·독재 무리들만이 나라의 주인된 듯 거들먹거리는 꼴에 대한 탄식에서 나온 부질없는 상념이었으리라.

 

우리 국군 정통성, 광복군·독립군에 있어

 

광복군은 대한민국 국군의 효시다. 우리 국군의 정통성과 정체성은 '민족자주독립'을 위해 항일독립전쟁을 전개했던 광복군·독립군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국군장병들은 이토록 자랑스러운 광복군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자부심을 이어가야 한다. 이렇게 위대한 민족자주독립 정신을 자손만대에 길이길이 전하리라는 신념이 넘쳐나야 한다. 민족적 자부심과 민족애의 한마음으로 민과 군이 일치하고 상관과 부하가 일체되어 진정으로 보람과 활력이 넘치는 군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군은 이와는 정반대 길을 걸어왔다. 결과 대부분 장병들의 마음 속에 자신이 군인이 되었음에 대한 자부심이 희박하다. 장기복무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국군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지 않고 이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한 분들이 국가 최고 요직에 버젓이들 앉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으니 누가 군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군의 정체성과 정통성은 장병들에 대한 정신교육과 이에 관련된 행사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특히 국군의 날을 어떤 의미를 가진 날로 정하느냐는 정체성 결정에서 중요 기준이다.

 

'국군의 날'은 국군의 생일날이다. 국민들과 함께 국군 탄생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겨 열렬히 경축하며 국군 장병들에 대한 감사와 찬사를 아끼지 않는 국군 최대 최고 기념일이다. 이날을 어떤 의미를 지닌 날로 결정했느냐를 보면 국군의 역사적 정통성과 정체성을 알 수 있다.

 

10월 1일로 되어있는 현재의 '국군의 날'은  항일독립 전쟁의 정체성을 담고 있지 못해, 장병들의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군의 날이 되면 고위층을 중심으로 한 형식적 행사들이 있을 뿐, 병사들에게는 별다른 정신적 감동감흥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별로 내세울만한 의미가 없으니 아무리 퍼레이드를 멋들어지게 하고 맛있는 특별급식을 배분 받는다 해도 마음 한구석은 허전할 수밖에 없다. 관변동원 이외에는 국민들의 진심어린 열광적 격려와 찬사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특히 금년엔 어떤 이유에서든 군 복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분들이 국가 최고 요직에 발탁되어 즐비하게 포진하고 있음을 보면서 너무나 고지식한 국군 장병들 마음이 전에 없이 우울해지지 않을까 마음이 아프다.

 

10월 1일은 한국전쟁 당시 3사단이 최초로 38선 돌파한 날

 

 충청시 재개발 계획에 의해 사령부 청사 일대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다. 현재 일부 철거작업 중이다.
충청시 재개발 계획에 의해 사령부 청사 일대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다. 현재 일부 철거작업 중이다. 표명렬
충청시 재개발 계획에 의해 사령부 청사 일대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다. 현재 일부 철거작업 중이다. ⓒ 표명렬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정한 것은 한국전쟁 중 미군의 인천상륙을 기화로 북진을 개시, 3사단이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날을 기념하기 위함이라며 친일파 관료 일색 국무회의에서 일사천리 결정해버린 것이다. 이날은 한미상호 방위조약이 체결된 날이기도 하다. 친일 인사들과 숭미 사대주의자들은 "안성맞춤의 참 좋은 날을 택했다"며 얼마나 쾌재를 불렀겠는가?

 

이는 동족상잔의 부끄러운 한국전쟁에 국군의 정체성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여 항일독립전쟁의 의의를 희석시키려 한 기만적 결정인 것이다. 자신들 과오를 덮기 위해 광복군의 빛나는 항일독립전쟁사를 지워버리려는 음모가 깔려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떼를 지어 성조기 휘날리며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목소리를 높이던 그 분들이 중심이 되어 "미군이 아니었다면 국군이고 뭐고 존재할 수 없었다"는 식으로 국군 속에 '민족자주독립정신'이 싹트지 못하게 하려는 숭미 사대주의적 흉계가 숨은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먼 훗날 마치 한국전쟁이 국군탄생의 원년인 것처럼 속이려는 수작일 수 있다.

 

그간 우리 시민사회는 이렇게 잘못 결정된 국군의 날 변경을 끈질기게 주장해왔지만 국방당국은 지금까지 마이동풍이었다. 이는 바로 우리 군대가 친일무리들이 파놓은 민족정기 말살의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항일독립운동의 구심체였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정통성과 정체성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임시정부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국제적인 공인을 받음으로서 보다 효과적으로 항일 독립운동을 펼쳐 나가기 위해서는 정식군대의 존재가 필수 요건이었다.

 

이에 연해주 만주 등 각 지역에서 여러 형태로 항일 독립전쟁을 전개하고 있던 무장 세력을 총괄하는 대표성을 가진 본부 구성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1940년 9월 17일 드디어 중국 충칭에서 '대한광복군'을 창립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주인 된 공화제 정부 군대가 탄생한 쾌사였다. 그날 창립기념식이 성대히 거행되었고 이 광경은 사진에 담겨져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한국전쟁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현재의 10월 1일 국군의 날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공식 군대였던 광복군 창설 기념일인 9월 17로 바꾸고 충칭에 있는 광복군 사령부의 옛 건물철거를 중단토록 하여 장차 국군 정신교육의 메카로 활용함으로서 실종된 민족혼을 되찾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 국군의 자부심을 회복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표명렬 기자는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입니다. 
#쓸어져가는광복군사령부 건물 #한국전쟁에 국군의 정체성 있는가? #국군의날 10월1일 잘못 결정되었음 #광복군의 민족자주독립정신 #국군의 정체성, 광복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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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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