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에 나왔던 들녘, 구경하실래요?

[09-051] 지역사랑 사진으로 승화시킨 사진가 김남표씨

등록 2009.10.07 11:36수정 2009.10.0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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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 벌교 전경 파노라마 사진 (사진인 김남표) ⓒ 서정일

낙안, 벌교 전경 파노라마 사진 (사진인 김남표) ⓒ 서정일

 

아침저녁으로 TV에서 방영되는 애국가, 전국의 명소란 명소는 전부 등장해 자신의 빼어남을 자랑한다. 그런데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애국가의 한 장면으로 삽입되어 방영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자부심이며 영광일 것이다.

 

순천시 낙안면과 보성군 벌교읍 들녘은 지난 80년대부터 애국가에 등장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들녘들과 경쟁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넓은 들녘이면서도 사방이 아늑하게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과 튼튼하게 자란 벼가 바람에 산들거리는 모습이 아름다웠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지금껏 영상으로만 알려져 있었고 사진으로 표현해내는 이가 드물었다. 특히, 전체적인 모습을 광활하게 한 장면으로 잡는 것은 장비까지 뒷받침 해 줘야 가능한 일이었기에 감히 엄두를 내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사진가 김남표씨가 파노라마 장비로 이 모습을 촬영해 지역민들은 물론 고향땅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출향인들로 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에는 옛 낙안군의 치소였던 낙안읍성은 물론 낙안과 벌교의 들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고 멀리 고흥의 첨산과 여자만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와 그야말로 옛 낙안군 전경 대부분이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역사진가 김남표씨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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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낙안군 지역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표현해 내고 있는 사진인 김남표씨 ⓒ 서정일

옛 낙안군 지역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표현해 내고 있는 사진인 김남표씨 ⓒ 서정일

 

김남표씨는 지역을 기록하는 사진가다. 그의 사진 인생은 7년 전쯤, 친구 집을 방문하면서 선물로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우연찮게 찍어놓은 친구의 가족사진을 발견하고 액자에 담아 선물을 했는데 친구가 너무 좋아해 그때부터 지인들의 가족사진을 찍어주며 사진에 빠져들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남의 집을 방문할 때면 거실이나 안방을 돌아다니면서 가족사진이 있나 없나를 살피는 것이 버릇이 돼 버렸는데 행여 안 걸려 있으면 반드시 사진을 찍어줘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세월이 변했어도 그때나 지금이나 김씨의 변하지 않는 생각 하나는 '그 어떤 선물보다 가족사진은 값지다'는 것이다.

 

김씨는 "사진이 시각언어이기에 얼마나 세련되게 시각적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서로 마음이 통하기도 하고 빗나가기도 한다"면서 자신은 가능한 한 사진을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데 "세상의 모든 슬픔도 그 속에는 아름다움은 있고 얼마만큼 그것을 잘 찾아내 뽑아내느냐는 것은 사진가의 역량인데 사진은 매력적이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고백한다.

 

낙안, 벌교가 모두 보일 정도의 큰 풍광 사진에 도전한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는 필자의 질문에 "이 지역은 애국가에 영상으로까지 나올 정도로 전체적으로 풍광이 뛰어나고 아름다운 지역인데 사진인들이 낙안읍성에만 매달리는 것이 좀 안타까웠고 자신이라도 전체적인 풍경 사진을 찍어 남겨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한다.

 

사실 김씨가 찍은 낙안. 벌교 들녘의 모습은 일반 카메라로는 찍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특별한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일반 카메라 렌즈가 180도 이상을 보지 못하는 데 반해 파노라마 장비는 360도를 전부 표현해 낼 수 있어 가능했다"면서 이 하나의 사진을 얻기 위해 30장 정도를 찍는 수고를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앞으로 김씨는 낙안과 벌교의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찍어 남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미 순천의 동천과 순천만은 그의 손을 한번 거쳐 갔기에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는 이 지역을 기록해 보고 싶은 욕망을 감추지 않는다. 또한 그는 이 지역에 관한 사진이 쌓이면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전시회도 가져볼 꿈을 꾸고 있다.

 

비록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처럼 생각하고 지역을 아끼는 사진가 김남표씨. 외지에서 들어 온 필자의 경우처럼 그도 2년여 전 낙안면으로 이사 와서 지역의 아름다움에 빠져 사진으로 표현하고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최근 지역을 쉼 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필자가 낙안군의 아픔을 들여다보며 지역사랑을 글로 표현하고 있다면 김씨는 낙안군의 아름다움을 들여다 보면서 지역사랑을 사진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아픔과 아름다움이 서로 상반된 듯하지만 그 끝은 동일하기에 김씨에게는 낙안군 전경 사진이 귀하고 필자에겐 낙안군을 기록해가는 글이 귀하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지역사랑을 실천하는 동지가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2009.10.07 11:3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낙안군 #남도TV #김남표 #낙안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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