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정기적으로 하는 일
.. 그것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자동적으로 부활했습니다. 이것은 보수주의자들이 정기적으로 하는 일입니다 .. 《조지 레이코프/유나영 옮김-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삼인,2006) 39쪽
"설명(說明)할 필요(必要)도 없이"는 "말할 것도 없이"로 손봅니다. "자동적(自動的)으로 부활(復活)했습니다"는 "저절로 살아났습니다"로 손질하고, '그것은'과 '이것은'은 '이는'으로 손질해 줍니다.
┌ 정기적으로 하는 일입니다
│
│→ 꾸준히 하는 일입니다
│→ 늘 하는 일입니다
│→ 한결같이 하는 일입니다
│→ (때가 되면) 으레 하는 일입니다
└ …
어느 때가 되면, 또는 어느 때에 맞춰서 하는 일은 '꾸준히' 하는 일입니다. 꾸준히 하는 일은 '늘' 하거나 '언제나' 하는 일이기도 하며, 늘 하는 일이라면 더하거나 덜함이 없이 '한결같이' 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기(定期)'란 "정해진 때나 날", 말 그대로 "때 맞춤"이나 "때 됨"입니다. 이 한자말에 '-적'을 붙여 "정기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쓸 수도 있겠지만, 꼭 '-적'을 붙여서 써야 할까 궁금합니다. 말뜻 그대로 쓰면 넉넉하고, 좀더 알아듣기 좋도록 쓰면 한결 나을 텐데요. 저마다 제 말씨를 살리면서 요모조모 알맞게 써 보면 더욱 좋을 테고요.
한결같이 우리 말마디를 북돋우고, 늘 우리 글줄을 가꾸어 주면 됩니다. 꾸준히 우리 말투를 살찌우고, 차근차근 우리 글투를 어루만지면 됩니다.
┌ 정기적으로 방문을 하다 (x)
├ 꾸준히 찾아오다 (o)
│
├ 정기적인 회의를 개최하다 (x)
├ 정기 회의를 열다 (o)
└ 꾸준히 모임을 하다 (o)
문득, 우리한테는 알맞게 쓸 우리 말이 없거나 모자라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우리 말과 글을 알맞고 알차게 쓰려는 마음이 모자라거나 없구나 싶어요. 또한, 알맞게 말과 글을 못 쓰는 사람을 얄궂게 바라보거나 어리석다고 느끼거나 한두 마디라도 나무라며 바로잡아 주려는 움직임조차 없지 싶습니다.
스스로 어리석게 말하거나 글을 쓰는 이 나라요, 누구나 어줍잖고 엉터리로 말하거나 글을 쓰더라도 깨닫지 않는 이 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에는 말 한 마디에서 비롯하겠으나, 차츰차츰 우리 삶터 구석구석 어줍잖고 엉터리로 흐르고 마는 이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ㄴ.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 각 교구의 주교들이 봄, 가을로 나누어 1년에 두 차례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임시 모임을 갖기도 한다 .. 《임세근-단순하고 소박한 삶, 아미쉬로부터 배운다》(리수,2009) 105쪽
"각(各) 교구의 주교들이"는 "교구마다 주교들이"로 다듬고, '1년(一年)에'는 '한 해에'로 다듬습니다. "모임을 가지며"는 "모임을 열며"나 "모임을 하며"로 손보고, "특별(特別)한 경우(境遇)에 한(限)하여"는 "남다른 일이 있을 때에"나 "다른 일이 있으면"으로 손봅니다. "임시(臨時) 모임을 갖기도"는 "따로 모임을 열기도"나 "더 만나기도"로 손질해 줍니다.
┌ 두 차례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
│→ 두 차례 정기 모임을 하며
│→ 두 차례 정기 모임이 있으며
│→ 두 차례씩 모임을 하며
│→ 두 차례씩 만나며
└ …
날짜를 잡는 일을 가리키는 한자말 '정기'입니다. "정기 방문"이란 어느 날 찾아가겠다고 날짜를 잡은 다음에 그 날짜에 맞추어 찾아간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날 잡아 찾아가기"쯤 될 텐데, 한자말을 쓰면 글자수를 몇 줄여 "정기 방문"이 됩니다. 사람들에 따라 말투나 말버릇이 다를 터이니, 글자수 줄인 한자 말투가 좋다면 "정기 방문"이라 하면 되고, 한결 손쉽고 꾸밈없는 우리 말투가 좋다면 "날 잡아 찾아가기"라 하면 됩니다.
이리하여, 날짜를 잡아서 모임을 한다고 하는 "정기 모임"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말투로는 "날 잡아 하는 모임"이나 "날 잡은 모임"이라 할 터인데, 이와 같이 이야기를 해도 괜찮고, "정기 모임"이라 해도 괜찮습니다. 적어도 "정기 회의"나 "정기적 회의"라고는 하지 않으니 반갑습니다.
┌ 두 차례씩 꾸준히 모임을 하며
├ 두 차례씩 꾸준히 만나며
├ 두 차례씩 모임을 하며
├ 두 차례씩 함께 만나며
└ …
따로 어떠한 말투에 묶는다고 하지 않는다면, "꾸준히 만나기"처럼 적어 볼 수 있습니다. '-씩'을 넣으며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습니다. 가장 단출하게 적바림을 한다면, "두 차례씩 만나며"가 됩니다. '-씩'을 넣지 않고 "봄 가을로 나누어 한 해에 두 차례 만나며"처럼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우리가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말씨요 말투요 말삶입니다. 우리가 살피고 찾고 가꾸고 일구기에 따라 새로워지는 말마디요 말생각이요 말문화입니다.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어울리며 어떻게 사귀는가를 가만히 살피면서 이야기하면 됩니다. 어찌어찌 모이고 어찌어찌 함께하며 어찌어찌 어깨동무하는가를 찬찬히 헤아리면서 이야기하면 됩니다. 알맞고 바르고 싱그럽고 고운 말마디와 글줄은 우리 손으로 갈고닦아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10.23 17:56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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