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58) 실용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802] '교화'와 '가르치기-깨우치기'

등록 2009.11.18 20:46수정 2009.11.1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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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교화

 

..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스스로 부족한 점을 고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능력을 믿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교화하는 과정을 반복할 것입니다 ..  《이하영-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양철북,2008) 240쪽

 

 "부족(不足)한 점(點)을"은 "모자란 곳을"이나 "아쉬운 구석을"이나 "못하는 대목"으로 다듬고, '능력(能力)'은 '힘'으로 다듬어 줍니다. "반복(反復)할 것입니다"는 "되풀이합니다"나 "되풀이하려 합니다"로 손질합니다.

 

 ┌ 교화(敎化)

 │  (1) 가르치고 이끌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함

 │   - 교화 단체 / 교화 사업 / 불량소년의 교화를 위해 애쓰다 /

 │     저런 무지렁이 농투성이가 감히 내게 교화를 하는 거냐

 │  (2) [불교] 부처의 진리로 사람을 가르쳐 착한 마음을 가지게 함

 │   - 수도에만 전념할 승려와 행정과 교화를 담당할 승려

 │  (3) [북한어] 교양 따위를 통하여 사상을 개조함

 │

 ├ 교화하는 과정을 반복할 것입니다

 │→ 가르쳐 나가려 합니다

 │→ 깨우쳐 주려고 합니다

 │→ 고쳐 주고자 합니다

 │→ 일깨워 주고자 합니다

 └ …

 

 내가 아는 무엇인가 있기에 이웃들이 모른다 싶은 대목을 가르쳐 줍니다. 내가 먼저 깨우쳤기에 동무들이 미처 깨우치지 못한 대목을 일깨워 줍니다. 오래도록 애써서 나 스스로 깨달았기에 내 뒷사람한테 내가 얻은 슬기를 스스럼없이 나누어 주고자 합니다.

 

 그런데 '가르치다'를 뜻하는 한자 '敎'에 '-化'가 붙으면 "가르쳐서 이끌다"를 뜻하는 낱말이 된다고 합니다. 아마, 이렇게 뜻이나 느낌이나 쓰임이 조금 다르다고 하여, '가르치다'를 안 쓰고 '교화'를 쓰게 될 텐데, 거꾸로 우리 말 '가르치다'가 쓰이는 자리를 넓히거나 깊이할 수 없었을까 싶습니다. 우리 나름대로 '가르치다'라는 낱말에 새 뜻과 새 쓰임을 담아냈다면 어떠했을까 싶습니다.

 

 ┌ 교화 단체 → 바르게 이끄는 모임

 ├ 교화 사업 → 바르게 이끄는 일

 ├ 불량소년의 교화를 위해 애쓰다

 │→ 나쁜 아이들을 옳게 이끌려 애쓰다

 └ 내게 교화를 하는 거냐 → 내게 가르치냐 / 나를 가르치느냐

 

 하면서 익숙해지는 말이고, 자꾸자꾸 쓰는 가운데 눈과 귀와 손과 머리에 익는 글입니다. 처음 쓸 때와 나중 쓸 때 으레 '교화'라 하니 '교화' 아니고서는 안 어울린다고 느끼고 맙니다. '교화' 같은 말을 쓰는 지식인들은 예나 이제나 이러한 낱말을 좀더 손쉽고 살갑게 풀어내려고 하지 않으니, 앞으로도 이와 같은 말투만이 뿌리를 내리거나 퍼지리라 봅니다.

 

 우리 스스로 놓치고, 우리 스스로 버리며, 우리 스스로 키우지 않고, 우리 스스로 돌보지 않는 말이며 글입니다. 외롭게 있는 말, 조용히 있는 글, 주눅들어 있는 말, 따돌려진 글입니다.

 

 

ㄴ. 실용화되다

 

.. 자신의 제안이 채택되어 실용화되는 10년 또는 20년 후 좋아진 수돗물에 시민들의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  《전수일-페놀소동》(작가마을,2008) 115쪽

 

 "자신의 제안(提案)이 채택(採擇)되어"는 "자기 생각이 뽑혀"나 "자기가 내놓은 생각이 받아들여져"로 다듬습니다. "10년(十年) 또는 20년(二十年) 후(後)"는 "열 해 또는 스무 해 뒤"로 손봅니다.

 

 ┌ 실용화(實用化) : 실제로 쓰거나 쓰게 함

 │   - 실용화 가능성 / 실용화 방안 / 신소재가 실용화의 단계에 있다 /

 │     과학의 발달로 컴퓨터나 무선 전화기 등이 실용화되었다 /

 │     첨단 기기를 실용화하다 / 전기 자동차를 실용화한다면

 │

 ├ 실용화되는

 │→ 쓰이게 되는

 │→ 널리 쓰여질

 │→ 자리잡게 될

 └ …

 

 한자말 '실용화'를 풀면 "참말로(實) + 쓰이게(用) + 되다(化)"입니다. 이런 '실용화' 뒤에 '-되다'를 붙이면 모조리 겹말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겹말 씀씀이는 바로잡히지 않을 뿐더러, 국어사전에 버젓이 실리기까지 합니다.

 

 ┌ 실용화 가능성이 없다 → 쓰일 수 없다 / 쓰이기 어렵다

 ├ 실용화 방안 → 쓰일 길 / 쓸 길

 ├ 실용화의 단계에 있다 → 거의 쓰일 때가 되다 / 쓰일 때에 이르다

 ├ 무선 전화기 등이 실용화되었다 → 무선 전화기 들이 쓰기에 되었다

 ├ 첨단 기기를 실용화하다 → 첨단 기기를 널리 쓰이도록 하다

 └ 전기 자동차를 실용화한다면 → 전기 자동차를 널리 쓴다면

 

 널리 쓸 만하기에 쓰는 한자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루 쓸 만한 까닭이 있어서 쓰이는 한자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겹말이건 군말이건 빈말이건, 사람들이 골고루 쓰고 있기 때문에 국어사전에 넉넉히 실어 놓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바르게 쓰이느냐 아니냐보다도, 사람들 말매무새에 따라서 살피는 국어사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알맞춤하게 쓸 말이냐 아니냐보다도, 사람들이 많이 쓰게 되면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국어사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토박이말이 널리 쓰일 때에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국어사전이고, 얄궂건 얄궂지 않건 온갖 한자말은 조금만 쓰여도 손쉽게 받아들여지는 국어사전입니다. 가만히 보면, 한자말뿐 아니라 수많은 미국말과 유럽말 또한 국어사전에 골고루 담깁니다.

 

 ┌ 자기 생각이 뽑히어 널리 쓰이게 될

 └ 자기 뜻이 받아들여져 튼튼히 자리잡게 될

 

 '우리 말을 담은 책'이 아닌 '國語를 登載한 辭典'이기 때문일까요. 나라안 사람한테 읽힐 생각은 얕고, 말로 지식힘을 세우려는 생각이 깊기 때문일까요. 우리 얼 우리 넋을 가꾸기보다는, 나라에서 세운 잣대와 틀을 사람들한테 알릴 뜻만 있기 때문일까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11.18 20:46ⓒ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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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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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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