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측간을 찾아보는 재미, 김선조 가옥

[전통가옥의 숨은 멋 엿보기 4]

등록 2009.11.21 11:16수정 2009.11.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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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군 양강면 괴목리에는 중요민속자료 제142호인 김선조 가옥이 있다. 전형적인 양반가의 구조를 갖춘 이 가옥은, 안채는 17세기에 안사랑채는 그보다 조금 늦은 17세기 말쯤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곳간채와 대문채는 20세기에 들어서 지었다고 한다. 김선조 가옥을 찾아들어가니 안채의 마루를 따라 곶감이 죽 걸려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사람이 사는 듯하다.

이 김선조 가옥은 지금도 볼 수 있는 평범한 집 같지만, 찬찬히 돌아보면 뛰어난 건축기법이 보인다. 남다른 집이기에 중요민속자료로 지정이 되었겠지 하면서 돌아보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민속자료나 문화재자료 등 옛 집을 돌아볼 때는 한 구석도 빠트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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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 김선조가옥의 안체는 17세기 경에 지어졌다고 한다. 뒤편으로는 낮은 구릉이 있어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 하주성


자연을 배경을 한 안채

김선조 가옥의 특징은 집 뒤에 있는 낮은 구릉이다. 여름철이면 녹음으로 뒤덮일 듯한 고목들이 서 있는 구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흡사 산속에 지은 집을 연상케 한다. 예전에는 안채 앞에 사랑채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랑채가 없어지고 기단만 남아있다. 대문채에서 안채까지 휑하게 빈 공간은, 사랑채가 없어 외부공간이 전체적인 균형을 잃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허전함을 안채 뒤에 있는 녹음이 진 구릉이 막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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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 안채의 뒤편에도 툇마루를 길에 달아냈다. 아마 뒤편에 있는 숲을 보기에 적당했을 것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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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의 뒤편에 있는 숲. 고목이 우거진 숲이 집과 잘 어울린다. ⓒ 하주성


어느 반가의 집이 그러하듯 김선조 가옥의 안채도 ㄷ자형의 구성으로 건조되었다. 부엌, 안방, 대청, 윗방 등이 일렬로 배열이 되어있다. 안채의 앞쪽에만 마루를 놓은 것이 아니고, 뒤편에도 툇마루를 길게 늘였다. 아마 이 뒷마루에 앉아 구릉의 녹음을 바라다보기를 즐겼을 것이다.       

뒤로돌아 앉은 안사랑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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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랑채 대문을 들어서면 우측에 안사랑채가 자리한다. 그러나 안사랑채는 뒤로 돌아앉아 있다 ⓒ 하주성


김선조 가옥에서 한 가지 특이한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바로 안사랑채다. 안사랑채는 부엌, 안방, 윗방, 대청을 일렬로 배열한 전형적인 별당 형식이다. 안채 앞에 있던 사랑채는 없어졌는데, 이 안사랑채는 대문을 들어서면 좌측에 있다. 그런데 안사랑채의 전면이 아니고 뒤쪽이 마당으로 되어있다. 돌아 앉아있는 안사랑채, 왜 그렇게 했을까?


안사랑채는 여자들의 공간이다. 사대부가의 집들은 사랑채에서 바깥주인이 기거를 하면서 외부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로 이용을 한다. 그리고 안채는 사랑채에서 중문채를 지나 안쪽에 위치를 한다. 그 안채 후원에는 별당채가 있어, 집안의 과년한 딸들이 기거를 한다. 그런데 김선조 가옥에는 별당채가 없는 대신, 안사랑채를 대문 안에 마련을 했다. 그러다보면 외부인들이 집안을 들어섰을 때, 안사랑채를 사용하는 여자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집을 돌려놓은 것이다. 그래서 대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안사랑채는 굴뚝이 가장 먼저 눈에 띤다. 뒤편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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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랑채의 앞 안사랑채는 여자들의 공간이다. 집안에 드나드는 외부인들이 안사랑채를 사용하는 여자들과 마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돌려지었다. ⓒ 하주성


사람들은 여자들이 기거를 하는 방이면 괜히 눈길을 주게 된다. 그러나 대문을 들어서면서 보이는 안사랑채의 굴뚝이 있어, 그러한 눈길을 피하게 만들었다. 생각만 해도 재미있는 집의 구조다.


벽도 없는데 문은 왜 달았을까?

안사랑채를 돌아보면 참으로 재미있다. 대문을 들어서 보이는 안사랑채의 끝에는 아궁이가 있다. 그런데 이 아궁이는 부엌의 용도는 아니고, 불을 지피고 물을 데우게 되어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이 아궁이가 있는 불을 떼는 곳에 문이 있다. 불을 떼는 곳인데 구태여 문을 해 달아야할 필요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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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에 달린 문 그러나 이상한 것은 이 아궁이가 있는 불을 떼는 곳에 문이 있다. 불을 떼는 곳인데 구태여 문을 해 달아야할 필요가 있었을까?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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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담을 돌아가면 이 불을 떼는 곳에는 벽도 없다. 노출이 되어있는 곳인데 문을 단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부녀자들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 하주성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담을 돌아가면 이 불을 떼는 곳에는 벽도 없다. 노출이 되어있는 곳인데 문을 단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는 집 주인의 세심한 배려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바로 안사랑채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부녀자라는 점이다. 집의 안식구뿐만 아니라, 집에서 일을 하는 여자들까지도 가려주는 마음. 이 아궁이가 그런 것을 알려준다. 집안을 드나드는 외부의 남정네들이, 부녀자들을 함부로 볼 수 없도록 꾸민 안사랑채. 그래서 김선조 가옥에는 숨어있는 비밀이 많아, 둘러보는 재미에 푹 빠진다.

낮은 굴뚝의 비밀은, 바로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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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굴뚝 김선조 가옥의 또 하나의 특징은 낮은 굴뚝이다. 모든 굴뚝의 높이가 1.5m 정도를 넘지 않는다 ⓒ 하주성


김선조 가옥의 또 하나의 특징은 낮은 굴뚝이다. 모든 굴뚝의 높이가 1.5m 정도를 넘지 않는다. 반가의 건물에 왜 이렇게 낮은 굴뚝을 만든 것일까? 낮은 굴뚝 위에 기와를 비스듬히 얹은 것은 빗물이 잘 흘러내리게 한 것이다. 그렇다고 낮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낮게 굴뚝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바로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우리 한옥에는 많은 벌레들이 산다. 낮게 굴뚝을 만들면 그 연기가 집안 구석구석에 퍼진다. 그러면 벌레들도 퇴치할 수 있고, 여름이면 자연스런 모깃불의 효과를 낼 수가 있다. 또한 집안에 있는 냄새를 가시는 역할도 한다. 낮은 굴뚝의 비밀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뒤쪽에 있는 고목들로 우거진 숲 때문이다. 굴뚝이 높으면 나무를 땔 때 그 날아오르는 재가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그런 것을 막으려면 굴뚝이 낮아야 한다. 김선조 가옥에서 볼 수 있는 자연과 동화가 되는 모습이다.  

찾기 힘든 측간, 곳간채 뒤에 있었네

집안 곳곳을 둘러보았는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측간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도대체 측간으로 보이는 작은 건물이 없다. 이리저리 찾아다니다가 크게 소리를 내어 웃고 만다. 숨은 측간을 찾아낸 것이다. 측간은 엉뚱하게도 곳간채 뒤편에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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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채 대문을 들어서면 좌측에 있다. 이 곳간체 우측 뒤편에 측간이 숨어있다 ⓒ 하주성


대문을 들어서면 우측에는 뒤로 돌아앉은 안사랑채가 있고, 그 반대편에 곳간채가 있다. 곳간채는 ㅡ 자형으로 지어졌는데 모두 5칸으로 나뉘어졌다. 좌측 두 칸은 곡물을 쌓아두는 창고로 사용하고, 중간은 뒤주로 사용을 했다. 그리고 4번째 칸은 항아리 같은 것들을 두었을 것이다. 문이 모두 잠겨있어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지만, 대개 그런 용도로 사용이 된다. 그런데 맨 우측의 한 칸은 문이 없다. 문이 어디로 갔을까? 창고를 돌아 뒤로 가보니. 세상에 여기 측간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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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측간 곳간채 뒤편에 안으로 들어가게 측간을 마련했다. 편한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해 이런 것 하나도 배려를 했다. ⓒ 하주성


'처갓집과 측간은 멀수록 좋다'고 했던가. 그런데 멀리 둘 수가 없는 집안의 구조 때문에 측간을 광의 뒤편에 두었다. 집안에서는 보이지 않으니, 용변을 보는 사람들도 편했을 것이다. 측간은 안쪽으로 들어가게 내었다.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써서 만들었다. 고택의 곳곳을 찾아보면 참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고택을 찾아다니고 있지만. 고택에서 찾아보는 숨은 멋. 김선조 가옥은 그런 재미가 쏠쏠한 집이다.
#김선조 가옥 #중요민속자료 #영동 #괴목리 #숨은 측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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