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 얼어붙은 땅, 여기가 학교라고?

[국제 NGO 이슈 ⑭ 학교] 아프리카 최빈국 어린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등록 2009.12.15 14:50수정 2009.12.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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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모텐슨은 산악인이었다. 그는 여동생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히말라야 K2 등정에 오르다가 조난을 당한다. 그리고 작은 마을 코르페 사람들에게 구조와 도움을 받게 되었다. 이 사건을 인연으로 그는 마을사람들에게 학교를 지어주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의 노력으로 산간마을에 학교가 하나하나 지어져서 지금까지 80여 개 학교가 설립되었다. 이 학교들을 통해서 3만여 명이 넘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았다. 현재 그는 중앙아시아협회(CAI) 공동창립자로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학교 짓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단돈 1달러가 없어서 선생님을 모시지 못하는 마을

그레그 모텐슨이 쓴 <세잔의 차>라는 책에는 그가 처음 학교에 찾아가던 날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마을 사람의 인도로 마주 하게 된 곳은 그가 여지껏 보아온 학교의 모습이 아니었다.

학교라고 찾아간 언덕 위에는 78명의 남자아이와 4명의 여자아이가 허허벌판 얼어붙은 땅 위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마을에 학교가 없어서 교사를 보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교사를 고용하려면 하루 1달러가 드는데 그 마을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인근 문중 마을과 공동으로 교사를 고용해서 일주일에 3번 마을에 오게 한다고 한다. 나머지 날에는 교사가 주고 간 숙제를 아이들이 자습을 해야 했다.

이 날의 경험은 모텐슨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고, 그에게 학교를 지어주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그는 학교 짓는 일을 실행에 옮겼다. 기금을 모으기 위해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마을에 학교가 생기자 그 곳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장래희망과 꿈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교육의 효과는 한 아이의 미래를 변화시키고, 그 아이로 인해 그가 속한 사회를 변화시켜 가는 것이다.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가사노동으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 가난한 형편 때문에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
가사노동으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 가난한 형편 때문에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전세계 49개 최빈국 대부분이 모여 있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30%의 어린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 입학한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학업을 끝까지 마치지 못한다. 

이 지역은 오랜 내전으로 학교가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 가난한 형편 때문에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 전문 교사도 부족하기 때문에 교육의 질이 낮고, 교육을 받는다 해도 취업기회를 얻기 어렵다. 기근과 홍수 같은 긴급재난, 에이즈 등 만성 재난도 아프리카 어린이의 교육기회를 앗아간다.


모잠비크의 경우는 빈번한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크다. 3분의 2에 달하는 초등학생이 5학년 이전에 학업을 중도 포기하며, 70% 학교에 위생적인 화장실이 없다. 직업훈련이 이루어지는 학교도 거의 없다. 짐바브웨는 에이즈가 교육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데, 부모의 돌봄을 받기 어려운 에이즈 고아 수가 98만 명에 이르고 있다. 어린이의 가사노동과 조혼 등은 특히 여자어린이 교육을 가로 막는다.

아프리카에 학교를 지어주기 위한 노력들

 흙바닥, 돌의자에 앉아 공부하는 말라위의 어린이들
흙바닥, 돌의자에 앉아 공부하는 말라위의 어린이들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프리카 지역에 학교를 지어주자는 'Schools For Afirca' 캠페인은 독일 기업인 페터 크래머가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 넬슨 만델라, 유니세프와 함께 아프리카 어린이 교육을 위한 회의를 주선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캠페인은 교육환경이 열악한 남아프리카 지역 6개국(앙골라, 르완다, 말라위, 모잠비크,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초등교육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린이 200만 명을 위해 새 학교를 지어주는 프로젝트이다. 이를 위해 낡은 학교를 보수하는 한편 급수시설, 화장실 등 시설을 설치함으로써 취학률과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있다.

2005년에서 2010년까지 5천만 불의 기금을 조성해 6개 나라에서 4천 개 학교를 새로 짓거나 보수하고 1800개교 급수와 화장실 시설을 수리하거나 새로 설치하려 한다. 3만5000명의 교사를 훈련시켜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이며, 칠판과 교과서, 학용품 등을 지원하게 된다. 에이즈고아 등 어려운 어린이들에게는 장학금 혜택을 주고 있다.

학교는 건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교 다니는 기쁨 교육은 어린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허락해 준다
학교 다니는 기쁨교육은 어린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허락해 준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보편적 초등교육의 달성, 즉 모든 어린이가 기초교육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은 2015년까지 달성해야 할 새천년개발목표(MDGs) 중 2번째 항목이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그 사회의 미래를 새롭게 하는 일이다. 학교는 그 과정의 요람이 된다.

학교를 짓는 일은 단순히 건물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 설치된 식수시설과 화장실 등은 마을의 식수와 위생상황을 변화시킨다. 또한 학교시설은 한 마을의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학교를 짓는 일은 어린이들의 교육 뿐 아니라 그 지역사회 전반에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학교 짓는 프로젝트에 대해 기업에 제안을 하면, 여전히 건물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기부하는 금액이면 몇 개의 학교를 지을 수 있는지, 그 건물에 기부자의 이름을 넣어줄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하지만, 건물이라는 하드웨어보다는 교사의 훈련과 양성 등 내부를 채우는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가 훨씬 더 중요하다. 건물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학교가 주는 영향력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학교 #교육 #만델라 #SCHOOLS FOR AFRICA #유니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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