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62) 우익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844] '오른쪽으로 기울다'와 '우익화되다'

등록 2010.01.22 11:54수정 2010.01.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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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익화되다

 

..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일본이 우익화되고 있습니다 ..  <손석춘,김규항,박노자,손낙구,김상봉,김송이,하종강,서경식-후퇴하는 민주주의>(철수와영희,2009) 160쪽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겁니다"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로 다듬습니다. 또는, "이런 생각에 매여 있습니다"나 "이런 생각에 얽매여 있습니다"나 "이런 생각에 젖어 있습니다"나 "이런 생각에 물들어 있습니다"로 다듬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밖에 못하고 있습니다"라든지 "이런 생각에 파묻혀 있습니다"라든지 "이런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로 다듬어도 잘 어울립니다. 나 스스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더 깊이 돌아보고, 둘레 사람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를 더욱 널리 헤아려 볼 노릇입니다.

 

 ┌ 우익화 : x

 │

 ├ 우익화되고 있습니다

 │→ 우익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 우익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 우익이 판치고 있습니다

 └ …

 

국어사전을 뒤적여 보면 '우익화'는 실리지 않고 '좌익화'는 실려 있습니다. '우경화(右傾化)'와 '좌경화(左傾化)' 모두 실려 있는데, 어인 까닭인지 '우익화' 한 가지는 빠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어사전을 엮은 이들이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이라 하겠지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사람이란 왼손과 오른손이 나란히 있고 왼발과 오른발이 나란히 있습니다. 리영희 님은 왼날개와 오른날개가 함께 있지 않고서는 새가 날 수 없다고 했는데, 사람은 왼다리와 오른다리가 함께 있지 않고서는 걸을 수 없습니다. 왼눈과 오른눈이 함께 있지 않고서는 앞을 올바로 보기 힘듭니다. 왼귀와 오른귀가 함께 열리지 않고서는 소리를 올바로 듣기 어렵습니다. 왼머리와 오른머리를 함께 써야 슬기로우며, 심장 또한 왼쪽과 오른쪽이 함께 튼튼히 움직여야 목숨줄을 튼튼히 이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칠 때에는 올바르게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아니, 목숨을 잇기조차 힘듭니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으레 '좌익화-좌경화'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드높은데, 이와 마찬가지로 '우익화-우경화'를 근심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느낍니다.

 

어느 한쪽으로든 기울어지거나 치우치는 일은 아름답지 못합니다. 우리는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삶이 아니라, 서로 어우러지면서 어깨동무하는 삶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새말과 옛말을 살뜰히 어우를 수 있어야 하고, 우리 겨레가 즐거이 쓸 말과 이웃 겨레하고 오순도순 나눌 말을 가눌 수 있어야 합니다.

 

지식을 닦는 만큼 실천을 해야 하고, 사랑을 펼치면서 사랑을 받기도 해야 합니다. 주기만 하는 사랑이 아니요 받기만 하는 사랑이 아닙니다. 보내기만 하는 마음이 아니라 받기도 하는 마음입니다. 백만 원을 받았으니 백만 원을 돌려준다는 소리가 아니라, 내 자리와 깜냥과 그릇과 기운에 걸맞게 나누는 삶입니다.

 

우리들은 우리 삶을 알맞고 올바르며 슬기롭게 가누면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도록 다스릴 때에, 비로소 우리가 주고받는 말마디와 글줄을 알맞고 올바르며 슬기롭게 가눌 수 있습니다. 외곬로 치닫는다든지, 얄궂고 어려우며 딱딱하게 내닫는 말마디에 매인다든지 하는 삶이란, 우리 스스로 어느 한쪽으로 쏠리거나 치우쳐 있는 삶이라는 소리라고 느낍니다. 치우치지 않는 고른 삶일 때에는 고르게 추스르는 넋으로 고르게 가다듬는 말과 글일 테지만, 치우치면서 고르지 못한 삶일 때에는 고르게 다독이지 못하는 얼에 따라 고르게 곱씹지 못한 말과 글이라고 느낍니다.

 

 ┌ 일본이 오른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 일본이 자꾸 오른쪽으로만 가고 있습니다

 ├ 일본이 더 오른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 일본이 오른쪽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 …

 

우리는 일본이 오른쪽으로 자꾸 기울어진다고 걱정합니다. 우리 언론매체는 일본이 오른쪽으로 나날이 치우친다고 나무랍니다. 그러나, 일본을 걱정하는 만큼 우리 매무새는 어느 한켠으로 기울지 않고 아름다움을 잘 건사하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을 나무라는 만큼 우리 몸가짐은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슬기로움을 알뜰히 빛내고 있는가를 곱씹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오른쪽으로'는 '더 왼쪽으로'하고 똑같다고 느낍니다. '더 왼쪽으로' 또한 '더 오른쪽으로'하고 매한가지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더 아름답게'나 '더 올바르게'나 '더 사랑스럽게'나 '더 깨끗하게'를 헤아려야 한다고 느낍니다. 어느 한쪽이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딛고 서서, 서로서로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어느 한쪽이 맞다거나 틀리다거나 하는 말다툼을 내려놓고, 사람과 뭇목숨 모두 옹기종기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터전을 일구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제자리를 찾고 제몫을 북돋우면서 함께 즐거울 길을 찾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참된 아름다움이나 올바름을 찾아야 하는 사람길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참된 사랑스러움이나 깨끗함을 들여다보는 목숨줄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가난한 이한테든 넉넉한 이한테든 똑같이 가르쳐야 하는 배움터여야 합니다. 가방끈이 짧은 이한테든 가방끈이 긴 사람한테든 똑같은 일삯을 주어야 하는 일터여야 합니다. 사내이든 계집이든 똑같은 사람이요 목숨입니다. 어른이든 아이이든 한결같은 사람이요 사랑스러운 목숨입니다. 우리 스스로 평등과 평화와 자유와 민주를 아끼면서 이끌어 내고자 한다면, 왼오른을 가르는 눈길이나 잣대를 넘어서야 합니다. 왼오른을 나누는 손길이나 눈썰미에서 거듭나야 합니다. 부둥켜안으며 감쌀 수 있어야 합니다. 얼싸안으며 두 손 맞잡는 삶이며 마음이며 말이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1.22 11:54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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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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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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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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