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목사들은 박근혜 전 대표 스토커인가?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 발목잡는 것에 대한 불만 해석

등록 2010.02.09 10:20수정 2010.02.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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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목사들, 세종시 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표 지속 비판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 일부가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주장을 하는 가운데 일부 개신교목사들이 이를 지지하는 모임을 가져 주목을 끌고 있다. 조용기, 길자연, 방지일 등 개신교 보수 목사들은 8일 '국민통합과 시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 조찬기도회'를 열고 세종시 문제와 관련 사실상 수정안을 지지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여야와 여권 내부, 그리고 지역 간 갈등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며 "직접 국민의 뜻을 묻는 '세종시 국민투표'를 실시, 이를 통해 온 국민이 승복하고 분열에 종지부를 찍는 방안을 강력히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한나라당이 최소한의 소통마저 거부하는 당내 계파 싸움, 대권 싸움으로 갈등과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수정안 내용이 충청과 국가 장래에 도움이 될지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야당도 분열의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기도회 설교를 맡은 조용기 목사도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종시문제에 손을 댄 것은 국익을 위해서이며 "원안은 정부기관이 모두 옮기는 것도 아니고 반만 옮기는 비효율성을 보여주면서 주민들에게도 도움 되지 않지만 수정안은 상위권 대학의 이전문제 등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수정안을 지지했다. 그는 또 "세종시 문제 자체가 정치적 문제이기에 국회의원들은 원안에 더 높은 지지를 보내지만 실제로 국민들은 수정안에 오히려 더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는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로 해결하자는 개신교 보수 목사들의 입장표명은 정부안에 대한 일방적 지지일 뿐 아니라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박 전 대표 진영은 세종시 문제는 국민투표 사안이 아니라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개신교 목사들은 지난 1월 14일에도 세종시 문제 해결을 위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국적 결단을 촉구하는 시국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1월 11일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공식 발표한 직후 박근혜 대표가 "원안+α에서 원안은 없고 알파만 들어갔다. 국민과 약속을 어기고 결국 신뢰만 잃고 말았다"면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급거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개신교 목사들이 박 전 대표에 대해 공격을 퍼붓는 것은 자신들 지지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발목이 잡혀 제대로 국정운영을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박 전대표의 종교에 대한 의구심도 작용하고 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개신교 보수목사들의 생각은 지난해 12월 7일 조용기 목사의 처남인 강남교회 김성광 목사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닭'과 '개'로 비유한 막장 설교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자리에서 김 목사는 박 전 대표를 시도 때도 없이 우는 '닭'과 자기 식구들 보고 짖어대는 '개'로 비유하면서 잡아먹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김 목사는 또 세종시와 관련해서도 박 전 대표를 일개 의원으로 폄하하면서 총리와 대통령이 하는 일을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세종시 수정을 강행하는 정운찬 총리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 총리가 안수집사인데 집사 대통령은 안 된다. 3년 안에 장로 만들라고 그 교회 목사에게 얘기했다"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장로가 돼야 한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박 전대표보다 정운찬 등 개신교인 후보 선호 가능성 높아

김성광 목사와 같이 개신교 목사들은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박 전 대표의 종교가 천주교(세례명:율리아나)인데다 친 불교 성향이라는 점에 대해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고 육영수 여사의 영향을 받았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 여사의 위패가 봉안된 서울 북한산 도선사와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전대표가 영남의 맹주가 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영남지역이 개신교 등 타종교에 비해 월등히 많은 불교신자들의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아직도 영남권 대다수 불교신자들은 육영수 여사에 대한 애정과 향수가 많고 그러한 속내들이 박 대표에게 투사되는 것이다.

현재 세종시 문제나 종교 등을 이유로 개신교 목사들이 박 전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나름의 복안이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기당착적인 면이 없지 않다. 사실 박 전 대표는 현 정부가 들어서기전 전까지만 해도 보수 개신교회와 목사들 입장에서 그들의 숙원해결에 앞장서온 인물이다. 그 예 중에 하나가 '사학법 재개정 투쟁'이다. 2005년 12월 9일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이 사학법을 통과시키려 하자 박근혜 전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은 표결에 불참하는 대신 장외투쟁을 선택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전교조에 못 맡긴다'는 어깨띠를 두르고 "열린우리당이 날치기한 것은 우리나라의 교육, 우리 아이들의 미래, 그리고 헌법 정신이었다"고 주장했다. 개신교 보수세력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에 적극 동참했고 12월 16일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한나라당과 공동으로 대규모 촛불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과 보수 기독교세력의 장외투쟁이 53일 동안이나 이어지고 찬반 여론이 팽팽해지자 2006년 1월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을 합의했고 2007년 7월 결국 사학법은 재개정됐다.

이 당시 박 전대표가 사학법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면 개신교의 사학법 투쟁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이 당시 서울시장을 하던 이명박 대통령은 사학법 문제에 대해 주도적 역할보다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몇 번의 반대발언을 하는 정도의 조연에 머물고 있었다. 한나라당 집권 전까지 한솥밥을 먹던 박 전 대표와 개신교 보수진영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종교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사학법 개정투쟁으로 단단하게 다져놓은 개신교 보수세력의 지지를 대선후보시절 장로라는 이유 하나로 이명박 대통령이 통째로 가져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현 상태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되면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은 크게 감소되고 정운찬 총리는 여권의 대선후보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정 총리는 김성광 목사같은 개신교 보수 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급속하게 세를 넓혀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한국의 개신교회들이 보여주는 끈끈한 연대와 맹목적인 행동방식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한 개신교 보수 목사들의 스토커 행각이 향후 대선정국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뭇 궁금해진다. 특히 60~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조용기 목사가 박 전 대표의 스토커가 된 점은 더욱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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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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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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