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뭔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네

거침없이 큰소리치는 사람들

등록 2010.04.22 15:19수정 2010.04.2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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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준 부산지검장이 검사 접대 X파일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던 MBC <PD수첩> 최승호 PD와 통화하면서 협박과 반말을 한 기사를 보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네가 뭔데? PD가 검사한테 전화해서 왜 확인을 하는데?"

 

아궁은 지난 2007년 한국에 와서 삼 년을 일한 후, 재고용되어 한국에 온 지 한 달 보름 조금 더 지난 이주노동자다. 그는 작년 연말 인도네시아로 돌아가기에 앞서 회사로부터 재입국하면 퇴직금을 정산해 준다는 약속을 믿고, 퇴직금 명목으로 28만 원만 받고 출국했었다.

 

그렇게 귀국했던 아궁은 재입국 후에 같이 일하던 나비(Nabi)가 이직한 것을 확인하고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도금업체인 아궁이 일하는 회사는 한 달에 두세 명씩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직이 심한 곳이다. 아궁은 자신이 입사한 이후 한 달 이상 근무한 한국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아궁은 자신이 일하는 회사가 이직이 심한 이유는 잔업계산 등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장 부부의 말이 아주 거칠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도 이직이 자유롭지 않은 이주노동자 특성상 아궁은 모든 것을 꾹 참고 일을 했고, 재계약까지 했다.

 

일 년 이상을 같이 일했던 동료가 회사를 그만뒀다는 소식에도 한 달 넘게 아무 말 없던 아궁이 회사를 옮겨야겠다고 작정한 것은 퇴직금 문제 때문이었다. 재계약하기에 앞서 약속했던 퇴직금을 한 달이 지나도록 지급하지 않는 데다가, 회사를 옮긴 나비의 월급을 노동부의 시정 명령에도 불구하고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안 아궁은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다가 엉뚱한 소리를 들은 것이었다.

 

사장은 5인 미만업체는 퇴직금을 주지 않는 법이라면서 아궁에게 "지금은 퇴직금이 없고, 나중에 일 년 더 일하면 그땐 퇴직금 줄게"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퇴직금 문제를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아궁은 자신이 일하는 동안 5인 미만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 일로 아궁은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 근무처 변경을 요구했다. 하지만 고용지원센터에서는 사장의 동의를 받아오라면서 문제 해결을 외면했다.

 

그렇게 퇴짜를 맞은 아궁은 이주노동자쉼터를 찾았다. 아궁은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퇴직금 문제뿐만 아니라, 자신이 일하는 회사가 외국인을 쓸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궁은 자신이 일하는 동안 외국인이 줄곧 5인 이상이었다고 했다. 그는 합법체류자 네 명에 불법체류자 한 명, 그 외에 한국인들이 수시로 들락거렸기 때문에 5인 미만이라고 하는 주장은 억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떻게 한국 사람보다 외국인이 많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내국인 피보험자 수의 50% 이하로 외국인 고용이 가능하다는 법 규정을 알고 하는 말이었다.

 

아궁의 말을 확인하려 어제(21일) 사장에게 전화를 해봤다. 이주노동자 상담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불리한 것은 감추고, 유리한 것은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애초 상담을 하러 왔던 목적과는 다르게, 이 얘기 저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사장에 대해 험담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면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전화 통화 결과, 평소 업체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어떻게 대했을지 쉽게 가늠할 수 있었다.

 

"퇴직금? 그거 5인 미만이라 안 줘도 돼요. 그래도 걔가 계속 일하면 이제부터 주겠다는 거잖아. 보름 일하고 나가고, 한 달 일하고 나가는데 어떻게 5인이 돼? 그리고 한 애는 불법이라 세면 안 돼."

"한 달이나 보름이나 사람이 일하는 동안 그 사람도 인원에 포함되거든요. 그런 식으로 세면 직원이 사장님 가족 외에는 없다는 이야기잖아요. 외국인 밖에 없고요."

"옛날엔 다 그랬어요. 우리가 노동부에 다 물어보고, 허락받고 하는 거야. 뭘 알고 이야기해야지."

 

사장 부인이 퇴직금 지급 규정이나 외국인 고용 인원에 대한 규정 등도 임의로 해석하면서, 억지 주장을 하는 통에 도저히 대화가 되지 않았다. 통화가 끝나고 나서야 아궁이 일하던 회사가 지난 1월, 성탄절 예배 참석한 노동자들에게 무단결근이라며 임금을 공제하고, 최저임금도 지키지 않아 노동부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던 회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아궁 회사에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근무처 변경을 해 주는 대신, 임금 포기 각서를 받는 등 행패를 부렸었다.

 

그런데 사장 부인과의 통화 이후 얼마 안 있어, 분에 못 이긴 듯한 고함을 들어야 했다. 업체 사장이었다.

 

"네가 뭔데? 왜 전화해 대고 지랄이야, 씨*. 너 이름 뭐야!"

 

아궁이 사장 부부가 말이 거칠어서 한국 사람들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한 이유를 알 만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적반하장이 누가 한수 위인지? 안하무인이 누가 한수 위인지?  거침없이 큰소리치는 법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2010.04.22 15:19ⓒ 2010 OhmyNews
#이주노동자 #박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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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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