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개그 보는 국민도 억울하다

[取중眞담] 연이은 조 의원의 '망신', 이젠 보기 민망하다

등록 2010.07.30 11:08수정 2010.07.3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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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남소연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 남소연

또 웃음이 '빵' 터졌다. 29일 오후,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됐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다. 조 의원에게는 유감스런 일이지만, 주변 반응도 비슷했다.

 

"이야, 조 의원 정말 대단하시네"라는 탄성 아닌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이어 "벌써 몇 번째야?"라는 물음이 꼬리를 물었다. 온라인 반응도 비슷했다. 헌재 결정이 나자마자 다시 '조전혁'은 주요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 10위 안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또 조 의원님이 큰 웃음을 주셨다"고 자신들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했다.

 

국회의원이 시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 정치에서는 무척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조 의원이 주는 웃음은 희망, 기쁨, 환희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조롱이나 비아냥에 가까운,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목격했을 때 터지는 실소와 비슷하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정도를 넘으면 주변을 썰렁하게 만든다. 교원단체 소속 교사 명단 공개에서 비롯된 '조전혁 쇼'는 이제 마무리될 때가 됐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조 의원이 약 7개월 동안 이어진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또 큰 웃음 주신 조전혁 의원, 이젠 보기 민망하다

 

헌법재판관 9명도 소수의견 없이 전원일치로 "특정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국회의원에게 독자적으로 부여한 권능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 같은 행위가 제한된다고 해서 국회의원의 법률안 제출권과 심의표결권 등 권한 행사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결정했다.

 

사실 헌재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지난 봄 서울남부지법이 이미 "각급 학교 교원의 교원단체 가입 현황 자료를 인터넷에 공시하거나 언론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법원의 권위를 빌리지 않더라도 타인의 개인 정보를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건 상식이다.

 

그럼에도 조 의원은 상식은 물론이고 법도 따르지 않았다. 대신 일명 '조전혁 콘서트'라 불리는 행사를 통해 법원이 부과한 벌금을 채우려 했고, '반전교조'라는 자신의 철학을 널리 퍼뜨리려 했다. 하지만 '조전혁 콘서트' 역시 KBS <개그 콘서트> 못지않은 큰 웃음을 남기고 일종의 해프닝으로 정리됐다.

 

조 의원의 '반전교조' 기치는 정치적으로도 이미 심판을 받았다. 조 의원과 한나라당은 '반전교조'를 핵심 의제로 내세워 6.2지방선거를 치렀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조 의원은 지난 6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전교조와 원수진 일도 없는데, 내가 무슨 '전교조 저격수'인가"라며 "내 활동에 전교조가 반대를 많이 해서 '전교조 저격수'로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전교조 등 교원단체 명단을 공개해서 강제이행금을 물게 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5월 1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자신을 돕기 위해 개최되는 콘서트를 앞두고 의자에 앉자, 정두언 의원이 '조전혁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전교조 등 교원단체 명단을 공개해서 강제이행금을 물게 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5월 1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자신을 돕기 위해 개최되는 콘서트를 앞두고 의자에 앉자, 정두언 의원이 '조전혁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권우성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전교조 등 교원단체 명단을 공개해서 강제이행금을 물게 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5월 1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자신을 돕기 위해 개최되는 콘서트를 앞두고 의자에 앉자, 정두언 의원이 '조전혁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조 의원에게 필요한 건 이벤트가 아니라 성찰

 

그리고 조 의원은 "교육문제에 관해서 우리 사회 좌파와 우파는 객관적 데이터가 아닌 자기 믿음에 기초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나는 앞으로도 많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종교처럼 믿음에 기초해 교육문제를 다뤄선 안 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그렇다면 조 의원 역시 헌재 결정까지 내려진 이 시점에서 '혹시 내가 반전교조 주술에 빠져 있는 건 아닌가'하고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교조는 헌재 결정 이후 논평을 통해 "국회의원이라 하더라도 직무행위와 상관없는 불법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재차 입증해 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며 "조 의원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해 40만 교원들에게 진실로 사과하는 책임 있는 국회의원의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조 의원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전교조 지적대로, 사실 이쯤되면 조 의원이 고개 숙여 사과를 하는 게 맞다. 그에게 필요한 건 '돼지 저금통 퍼포먼스'나 '조전혁 콘서트' 같은 이벤트가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성찰과 반성이 필요해 보이고, 그것은 직무와 관련 없이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좋은 일이다.

 

 전교조 명단 공개로 법원의 강제이행금 납부 명령을 받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3일 오전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강제이행금의 일부를 납부하자 전교조 직원이 세어보고 있다.
전교조 명단 공개로 법원의 강제이행금 납부 명령을 받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3일 오전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강제이행금의 일부를 납부하자 전교조 직원이 세어보고 있다. 남소연
전교조 명단 공개로 법원의 강제이행금 납부 명령을 받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3일 오전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강제이행금의 일부를 납부하자 전교조 직원이 세어보고 있다. ⓒ 남소연

억울하다고? '조전혁 개그' 보는 국민도 억울하다

 

그동안 조 의원 때문에 많이 웃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진지한데 이쪽에서 계속 웃는 것도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조 의원은 '조전혁 콘서트'가 무산된 뒤 이런 소감을 밝혔다.

 

"기분이 좋을 수가 있나. 김제동씨가 진짜 억울하겠다는 느낌이 들더라. 난 내가 당한 것도 싫지만, 똑같은 방법으로 남이 당하는 것도 싫다. (중략) 내 홈페이지에도 비난이 융단 폭격처럼 쏟아졌는데, 자유민주주의에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조 의원도 이제 시민들을 그런 식으로 웃기지 않았으면 한다. 민망한 모습을 계속 연출하는 것도 일종의 민폐이고 국민을 억울하게 만드는 일이다. 2010년 상반기 동안 계속된 '조전혁 쇼'는 이제 정리돼야 한다. 조 의원이 개그하려고 국회에 입성한 것도 아니잖나. 조 의원이 좋은 정치인으로 거듭나 다른 식으로 웃음을 주는 날을 기다려본다.

 

그리고 미납한 벌금 1억 4000여 만원을 조속히 납부하는 것도 '쇼'를 빨리 끝내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걸 말해두고 싶다.

2010.07.30 11:08ⓒ 2010 OhmyNews
#조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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