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게 '쿨'한 위장전입 3인방의 뻔뻔한 사과

[取중眞담] '중범죄' 위장전입, 봐주기 악순환 끊어야

등록 2010.08.18 14:24수정 2010.08.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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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신속하고 '쿨'(?)하다. 지난 8·8 개각에서 등용된 고위 공직 후보자들 이야기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는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자마자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다른 의혹들이나 잘못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부인하거나 침묵하는 태도와는 제법 다르다. 무서울 게 없다는 태도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9일 오전 서울 경찰청 내 경찰위원회 입구에서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를 위한 경찰위원회 임시회의에 참석하기위해 도착,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9일 오전 서울 경찰청 내 경찰위원회 입구에서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를 위한 경찰위원회 임시회의에 참석하기위해 도착,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그런데 그들의 재빠른 사과에서는 진정성보다는 뻔뻔함이 묻어난다. '그래 나 위장전입 했다, 그래서 어쩔 건데?'라는 적반하장 말이다. 잘못에 대해 책임지려는 자세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이 정부 들어 위장전입으로 공직에서 낙마한 사례가 없고 공소시효(3년)도 지났으니 대충 사과하면 된다는 약삭빠른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명박 후보 때문에 무뎌진 한나라당의 칼끝

 

잘 알려진 대로 위장전입이 '봐 줄 만한 흠집'이 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2007년 위장전입 사실이 불거지면서부터다. 당시 이규용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지만 참여정부의 다른 공직 후보자들과는 달리 곤욕을 치르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날카로웠던 한나라당의 칼끝은 이명박 후보에게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탓에 급격히 무뎌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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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 남소연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 남소연

이후 이 정부에서는 총리와 장관, 검찰총장, 대법관 등 고위 공직자 임명 때마다 위장전입이 문제가 됐지만 모두 '죄송하다'는 한마디로 면죄부를 얻었다. 위장전입에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제기된 박은경 환경부 장관,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 정도만 스스로 자리를 내놨을 뿐이다.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 검증 기준으로는 힘을 잃었지만 위장전입은 가볍게 볼 '범죄'가 아니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다. 폭행죄(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나 과실치사(2년 이하 금고나 700만 원 이하 벌금) 등과 비교해도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다.

 

법에서 강한 처벌을 하도록 한 것은 그만큼 위장전입의 사회적 해악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취득 목적의 위장전입은 타인의 부동산 취득 기회를 박탈해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는 행위이고 자녀 교육 목적의 위장전입도 타인의 교육 받을 권리를 빼앗는 사기 행위다.

 

장인의 선거를 돕기 위해 위장전입한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의 경우처럼 민주주의의 근본인 선거의 표심을 왜곡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위장전입에 대해 엄하게 처벌한다. 정식 재판을 받고 최대 징역형까지 받을 수도 있다. 실제 미국 뉴욕주에서는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한 학부모를 3급 중절도죄 및 1급 문서위조죄를 적용해 기소하기도 했다.

 

위장전입은 사회적 해악이 큰 중범죄

 

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 ⓒ 뉴시스

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 ⓒ 뉴시스

위장전입 사실을 알고도 고위 공직자로 내정하고 국민의 비난 여론이 높아져도 임명을 강행하는 정부의 행태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위장전입이 범죄라기보다는 절세나 재테크의 수단 등 사회·경제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처세술의 하나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법관, 검찰총장 등 사법기관 수장들의 위장전입이 용인되고 이게 다시 사법기관의 '솜방망이' 처벌을 가져오는 악순환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도 됐다. 다른 공직 후보자들은 '무사통과' 했는데 왜 나만 문제 삼느냐고 억울해할 것도 없다.

 

불과 3년여 전만 해도 위장전입은 고위 공직자 후보로서 커다란 결격 사유였다. 신재민, 조현오, 이현동 내정자는 물론 청와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0.08.18 14:24 ⓒ 2010 OhmyNews
#인사청문회 #위장전입 #신재민 #이현동 #조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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