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도리 결구법을 배우고 한옥골조를 짜 엮었다

[초보목수의 한옥학교 8] 굴도리 골조 짜기

등록 2010.11.01 15:53수정 2010.11.0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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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흥

한옥의 우수성


한옥은 문화재, 사찰, 문중의 제실, 돈 많은 사람들의 별장 등 극히 제한된 좁은 영역에서 그 명목을 부지해 가는 형편이다. 잘 지어 멋있는 한옥은 대부분의 서민에겐 꿈일 뿐이다. 우선 돈을 적게 드려 건축할 수 있고 편리하면서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집이 되어야만 한옥이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조립식이나 컨테이너 건물이 대중적인 집이 되어가는 것은 싸고 편리함 때문이다. '좋아서'는 아니다.

한옥은 불편하다, 춥다, 그리고 건축비가 비싸다는 것이 통상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한옥을 깊이 들여다보면 편리하면서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집을 저렴한 가격에 지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집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가옥 형태라는 사실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한옥의 건축재료인 목재는 다른 어떤 건축재료보다 단열효과가 우수하다. 불편하고 추운 것은 편리하고 따뜻하게 만들지 않은 탓이다. 한옥은 2000년 전부터 발전해 왔으며 1930년대 오늘날 사용하는 한옥 짓는 기술은 완성되었다. 그 뒤 아파트 대세에 밀리면서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한옥은 과거 같은 시대 지구상의 어떤 가옥과 비교하더라도 불편하거나 춥지도 않았다. 현대과학과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기술은 한옥을 비껴간다.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자연의 선택압력은 항상 생명을 담보로 한다. 한옥이 다시 우리 모두의 집이 되려면 한옥도 거듭나야 한다. 

한옥의 건축 방식은 낱개 부재들을 만드는 치목 과정을 거쳐 조립하고 마감한다. 한옥은 철거하면서 엄청난 폐기물이 생기는 집들과 다르다. 철거라는 말보다 해체라는 말이 적당하다. 건물 해체로 얻은 자재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변형될 염려가 없어 신품 자재보다 귀하고 비싸다. 20여 평 규모의 한옥 한 채를 짓기 위한 목재 준비는 목수 한 사람이 2~3개월 정도 치목하면 된다. 혼자서 틈틈이 나무와 대화하면서 할 수 있다.


집 짓는 총 경비의 30%는 인건비이다. 혼자서 기둥과 도리, 보와 서까래가 될 부재를 준비하고 먹을 놓고, 장부를 판다면 인건비의 대부분을 줄일 수 있다. 다른 30%는 건축회사의 영업이익이다. 이 경비는 산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머지 30%는 재료비다. 원목을 구입하여 자신이 직접 재제한다면 재료비의 절반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10% 정도가 필요한 행정 처리비이다. 이러한 내용을 감안한다면 총 건축비의 70% 경비 절감이 가능할 것 같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추가 경비를 감안하더라도 50% 정도면 현실성이 있다.


건축비의 50%로 집을 지으려고 한옥 짓는 기술을 배우고 있다. 처음 시도하는 내 경우는 많은 시행착오 때문에 오히려 경비가 더 들어갈 수도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나 추가 경비는 나 혼자 만으로 족하다. 한옥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응용하여 집을 짓는 과정, 특히 효과적인 경비 절감 방법에 깊은 주의를 기우려 최소한 경비로 집을 짓는 방법을 찾아 제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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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도리 결구 준비 기둥과 보 그리고 장여가 엮어져 이재 굴조리만 올라가면 일단 결구과정이 끝난다. ⓒ 정부흥


굴도리 결구의 이해와 실습

지용한옥학교 2기 학생들은 납도리와 굴도리 구조를 이해한 후 실습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었다. 납도리는 기둥, 도리, 보로 구성되는 중요 부재를 방형(사각형)으로 사용하는 일반적 형태의 집이다 굴도리(원기둥)는 멋이 넘쳐나고 납도리에 비해 고급스런 형태이다. 누각이나 정자 형태의 풍류를 즐기는 집으로 더 좋을 것 같다.

지용한옥학교의 교과과정은 일주일 5일 중 절반이 집 짓는 기술인 목수교육이고 나머지 절반은 설계, 소목(창호 및 가구 만드는 목수)과 한옥에 대한 이해 폭을 넓히는 이론교육이다. 굴도리 결구 방법을 이해하고 기술을 익히기 위한 일정은 2주일 정도다. 실제로는 5일이다.

강의실에서 굴도리 결구 이론을 듣고 제도실에서 실재 부재의 크기로 설계하고 제도하는 일정에 하루, 실습에 사용할 목재를 고르고 재제하여 16명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데 하루, 나머지 3일을 각자 준비한 설계도에 따라 부재를 다듬고 먹을 놓고, 톱, 대패, 곡자, 끌과 망치로 굴도리결구를 위한 치목시간으로 예정된 교과 일정이었다.

목수 교육을 담당하신 이 광복 도편수께서 굴도리 이론과 실습을 겸해 후 학기 집 짓는 과정 중 지붕 아래 주요 구조를 짜는 과정을 먼저 해보는 것도 전체의 이해와 수업진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신다. 한옥학교에 입학한지 한 달이 조금 더 지난 햇병아리 목수 후보생들의 실력을 높게 평가하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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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목표 8평 규모의 한옥을 짓기 위한 소요목재 수량과 잠정적인 가격. 서까래 부재는 사이 당 1,500원 정도이며 기둥이나 보는 5,000원이 넘어간다. 평균잡아 3,000원으로 계산했고 집을 완성하는 대 드는 경비는 지붕공사, 내부 인테리어를 포함해 골조공사비의 2배 정도를 추가하면 예상 경비이다. ⓒ 정부흥


도리통 4칸, 양통 1칸 8평 규모의 한옥 골조를 2기 학생들이 학교에 준비된 목재를 감안하여 설계하였다. 설계도에 의해 건축에 소요될 목재량을 산정하는 물목표가 만들어 지고 개략적인 목재가격이 산정되었다. 치목장에는 10개의 기둥과 5개의 보로 된 굴도리 구조의 한옥을 짓기 위한 양판(현장의 간이 설계도, 기둥의 위치가 그려져 있다)이 놓이고 학생들은 5개조로 나눴다. 한 조가 각각 기둥, 도리, 보를 다듬고, 먹을 놓고, 장부를 파는 임무 분담형 작업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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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 선별 물목표 대로 부재를 선별하여 재제하기 위해 옮기고 있다. 한 사람이 움직일 수 없어 2~3명이 달라붙어 지게차에 올리고 재제실 까지 운반한다. ⓒ 정부흥


물목표 대로 부재를 선별하여 제재기 곁으로 옮겼다. 지금까지 실습용 부재를 다뤘지만 지금부터는 혼자는 움직일 수 없는 무거운 기둥, 보, 도리 재목을 깎고 다듬을 것이다. 학생들이 목수의 문으로 들어선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야릇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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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톱 안전과 사용법 강의 안전하게 엔진 톱을 다루는 방법을 설명하는 이 선생님. 전동공구는 보다 편리한 작업을 위해 사용하는 연장이다. 그러나 안전에 주의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사고를 당한다. ⓒ 정부흥


이광복 도편수의 교육방식은 특이하다. 학생들이 방법을 몰라 머뭇거릴 때 모두를 집합시키고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자상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과 시범을 보이고 학생들의 이해 여부를 확인한다. 그러나 두 번 다시 교육하지 않는다. 그때를 놓치면 그만이다.

실재건축 부재를 다뤄야 하는 입장이다. 엔진톱이 등장해야 할 시간이다. 한옥목수에게 엔진톱은 가장 많이 쓰는 공구 중 하나이다. 반면 이로 인한 사고도 빈번하다. 톱을 다루는 방법과 시동 걸 때, 부재를 자를 때 자세 등을 자상하게 설명하셨다.

먹칼이 만들어졌다. 대나무를 쪼개서 만든 원시적인 먹칼이 지금도 그 명백을 유지하는 이유는 먹칼만이 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먹줄을 놓는 방법에 따라 건물이 바로서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한단다. 후림먹은 휜부재를 치목하기 위해서는 최고 방법이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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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행판 설계도가 없던 시절 기둥의 위치만을 표시한 도행판. 나머지 집 구조는 도편수 머리속에 있어 집이 만들어 질 때까지 도편수 외에는 아무도 완벽한 예측을 하기가 힘들었다. 실습 학생들은 5개조로 나눠 도리통 5칸 1칸을 맡아 치목한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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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치목 나도 4조에 편입되어 기둥과 보를 치목했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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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목 완료된 부재들 기둥, 도리와 보가 각 조별로 완료되고 조립을 기다리고 있다. ⓒ 정부흥


학생들이 실습으로 다듬고 치목하는 실재 건축물 부재를 톱, 그리고 망치와 끌만으로 장부를 파는 일은 어차피 효율과는 거리가 먼 얘기이다. 그러나 기술이 서툴건 능숙하건 수공구로 나무를 다루는 것이 실수를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는 길이다.

전동공구는 수공구 연장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을 때 작업능률을 올리기 위한 장비다. 나는 수공구보다 전동공구를 사용하는 것이 정확하고 빠를 것이다 라는 생각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무조건 전동공구를 구입했고 간단히 사용법을 훝어보고 사용해 왔다. 전동공구는 아주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독약같은 면이 있다.

굴도리 골조공사 작업 때 너무 무리했는지 아니면 골조를 짜고 난 그날 저녁 축하 파티 때 감격한 기분으로 마셔댄 막걸리에 취했는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빌빌 거리고 있다.
#지용한옥학교 #치목 #굴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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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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