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처럼 흐르는 갯고랑
성낙선
칼국수 너 참 반갑구나 고개를 내려가면 장등마을이다. 이곳에서 칼국수로 점심식사를 한다. 오래간만이다. 이곳에 와서 다시 칼국수를 먹게 되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전라남도로 들어서면서 언젠가부터 식당 메뉴에서 '칼국수'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대신 횟집이 더 자주 눈에 띄었다. 이상했다. 그때 혹시 한국에 '칼국수 남방한계선'이라는 게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칼국수는 혼자 자전거를 타면서 먹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음식 중에 하나다. 여행 초기에는 칼국수를 너무 많이 먹어 이제 다른 음식을 좀 맛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그 칼국수마저 사라지고 나서는 끼니를 때우기 힘든 일이 자주 일어났다. 그런 칼국수를 이곳에 와서 다시 발견하게 되다니, 반가웠다.
이곳은 칼국수 전문점이라 따로 주문을 받지도 않는다. 칼국수가 작은 옹기에 담겨서 나온다. 그런데 칼국수 양이 좀 많다 싶다. 아니나 다를까 '운동하는 분이라 좀 많이 드렸다'고 한다. 이 집에서 '두 사람의 손님한테 나가는 양'이란다.
음식 단지 안에 바지락이 수북이 쌓여 있다. 바지락부터 맛보는데, 여기에 와서 비로소 바지락의 참맛을 맛보는 것 같다. 바지락 본래의 맛이 살아 있다. 처음에는 그 바지락이 그 바지락이겠지 생각했는데, 이곳은 그 맛이 좀 더 신선한 걸 느낄 수 있다. 국물 맛이 진국이다.
그 칼국수를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먹는다. 나중에는 목젖까지 칼국수가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2인분을 먹어치웠으니 그럴 만하다. 그래도 음식을 먹고 나니 온몸이 개운하다. 언덕을 넘어오느라 바닥이 났던 힘이 다시 샘솟는 느낌이다. 에너지도 충분히 보충했겠다, 이제 여수 시내까지 달려가는 것은 일도 아닐 것 같다.
칼국수 먹은 힘으로 백야대교를 건너 백야도 등대가 있는 곳까지 가파른 언덕을 쉬지도 않고 달려 올라간다. 그 길 끝, 바닷가 절벽 위에 새하얀 등대가 우뚝 서 있다. 이 등대는 1928년 12월에 세워진 이래, 지금까지 여수와 거문도 사이를 오가는 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세워진 연대에 비해 등대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깔끔하다. 새하얗게 빛나고 있다. 수십 년, 세상에 빛을 던지며 살아온 세월이 빛나는 등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