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경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62주년 기념식'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위원장 표창 수상을 거부하고 있다.
권우성
전 부끄러웠습니다. 지금 인권위가 보여주고 있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면서도 상을 받는다면 제 기사에서 다루었던 분들에게 오히려 누가 되는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인권위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미력하지만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다음날 상에 대한 마음을 접은 뒤에 뉴스게릴라본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본부장은 우선 개인에게 주어지는 상이기 때문에 저의 의향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전 정리된 생각을 말했고, 본부장께서도 아쉽지만 '너는 이미 상을 받았다'면서 다른 선배들의 의견도 저와 비슷하다고 전했습니다. 그 뒤 많은 후배들로부터 '현병철 인권위'가 수여한 보도상보다 값진 과분한 축하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기자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는 것이 정말 조심스럽습니다만 수상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한 말씀만 드리고자 합니다.
인권위는 199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에 참가한 한 민간단체가 정부에 국가인권기구 설치를 요청한 뒤 각계각층의 끈질긴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01년 11월 정식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 인권위는 그동안 '인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설립된 국가기구'로서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그 위상은 현 정부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7월 인권분야 경험이 전무한 현 위원장 취임 후부터는 이 정부에 부담되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권고안이 줄줄이 보류되거나 부결되기 일쑤였죠. 특히 지난 3일 '현 위원장의 사퇴'와 '장애인 활동지원 대상제한 폐지'를 요구하면서 인권위 사무실을 점거해 농성 중이던 장애인 단체 회원들을 강제 해산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한 일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인권위가 어디까지 추락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인권위가 겪고 있는 파행의 궁극적인 책임이 현병철 위원장에게 있다는 인권단체들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위원장께서는 왜 전국의 인권단체들이, 수많은 인권활동가들이 인권위를 외면하고 '인권위 정상화'를 그토록 부르짖고 있는지에 대해 진정으로 겸허하게 스스로를 되돌아보시길 바랍니다. 저도 이번 일을 기자로서 자신을 반성하는 소중한 경험으로 삼겠습니다.
언젠가 인권위가 제자리를 찾아 혹시라도 수상의 영광이 허락된다면 정말 기쁜 마음으로 이 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게 되길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의 성명서 한 구절을 소개하면서 제 글을 맺고자 합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 수많은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현 위원장의 시각에서 본다면 그 공로는 현 위원장의 공로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공로로 보는 것이 맞다. 이명박 정권 덕분에 인권침해가 늘었고, 인권침해가 늘어난 덕분에 국가인권위에 진정 건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점점 늘어나는 인권침해 진정 건수들을 보며 안타깝고 서글픈 마음을 가져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을 마치 자신이 위원장 역할을 잘 해왔기 때문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인권을 침해당하고 차별을 당하며 온갖 모욕을 당하며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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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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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활 10년만에 첫 '보도상'...얼떨떨 하지만 '현병철 인권위' 상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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