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정부 시위 모습
AP 연합뉴스
"민주주의는 잊어라. 개혁도 잊어라... 참담한 내전이 일어날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시위와 그에 따른 시민 희생이 계속되고 있는 리비아에서 독재자인 카다피의 둘째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가 방송에 나와 반정부 시위자들을 향해 한 말이다. 그는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희생을 막을 수 있고 리비아의 이익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 내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협박에 가까운 경고를 했다.
사이프 카다피는 1969년 이래 42년 동안 리비아를 통치하고 있는 무아마르 카다피의 둘째 아들로 정부 개혁 문제에 대한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방송 연설을 통해 리비아는 이웃하고 있는 튀니지나 이집트와는 다르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것은 아버지인 카다피가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반정부 시위가 "반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시위가 계속돼 내전이 발생하면 "부족과 씨족 집단의 전통, 그리고 그들에 대한 충성"이라는 리비아의 특성 때문에 참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정부가 몰락하면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한편으로 사이프 카다피는 아랍 지역의 변화 움직임을 인정하면서 ▲ 지역자치 강화 ▲ 규제법 완화 ▲ 임금 인상 ▲ 대출 확대 ▲헌법 제정 등의 '개혁'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의 개혁 약속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그가 독재자인 카다피와 부패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저항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외국인, 해외 망명자들, 약물 중독자들, 이슬람주의자들, 해외 언론들이 모두 이번 시위 사태를 만들었다고 비난한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머리와 목, 주로 가슴에 군의 총격을 받았다"리비아 시민들은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민저항 승리에 자극받아, 42년 동안 폭압정치를 펴고 있는 독재자 카다피와 부패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반정부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시위는 리비아 제2의 도시이자 동부 지역의 중심인 벵가지에서 시작됐다.
주변국들의 상황에서 '교훈'을 얻은 리비아 정부는 초반부터 시위를 강경 진압했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악의 사건은 지난 토요일인 19일 발생했다. 강경 진압에 의해 사망한 11명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모인 벵가지 시민들에게 군은 발포를 했다.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일요일까지의 사망자 집계를 통해 추론해 본다면 토요일의 발포로 200여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목격자들은 외신들과의 통화에서 군이 시민들에게 자동소총과 포를 발사했다고 말했다. 벵가지에 있는 한 병원의 의사는 <비비씨>(BBC)와 한 통화에서 대부분의 부상자들이 총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총상을 입은 90%의 부상자가 머리와 목, 그리고 주로 가슴에 총격을 받았다. 지금도 계속 총소리가 들린다. 군이 시민들에게 계속 총을 쏘는 것 같다." 그는 군이 벵가지에서 자행한 강경진압을 "대량 학살"이라고 표현했다.
<씨엔엔>(CNN)과의 통화에서 한 여성은 군인들이 처음엔 자신들도 한편이라며 시위자들을 안심시킨 후 갑자기 시민들에게 총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군인들이 한 편이라고 말해서 우리는 그렇게 믿었다. 그런 후 사람들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 왜? 왜 거짓말을 했을까?"벵가지에서 일어난 군의 학살은 리비아 정권에 역풍을 몰고 왔다. 다음 날인 20일 독재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는 리비아 수도인 트리폴리로 확산됐다. 목격자들은 보안군이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최루탄과 실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군의 강경 진압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트리폴리의 네 개 주요 지역에서 일어났다. 성난 시민들이 알 사바비야 국영방송국을 공격해 몇 시간 동안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으며 21일 아침에는 보안대 본부에 방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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