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님, 야유 때문인가요

[장윤선의 톡톡! 정치카페] 그는 왜 '반값 등록금' 말을 바꿨나

등록 2011.06.07 15:24수정 2012.08.0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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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앞에서 열린 한대련 주최 '반값등록금 실현 촛불집회'에 최근 영입한 김헌태 전략기획위원장(왼쪽), 문용식 유비쿼터스 위원장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6일 오후 7시 50분 권우성 <오마이뉴스> 사진기자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손학규 참석"

9일째 서울 광화문에서 날마다 열린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집회에 제1야당 대표가 처음 참석했으니 뭔가 '센 발언'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였습니다. 뭘까 기대하고 있는데, 이번엔 권 기자로부터 MSN 메신저로 짧은 메시지가 들어왔습니다.

"야유가 터졌어요. 다수가 '우' 한 건 아니고, 10명 내외의 대학생들이 민주당의 반값 등록금 정책이 한나라당과 뭐가 다르냐는 식의 반발을 했어요."

손 대표는 현장에서 무슨 말을 한 것일까요? 오늘(7일) 아침 조간신문에서 보신 대로예요. 그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 올 초 민주당이 제안한 바가 있다"며 "당장은 돈이 없거나 부담이 큰 저소득층부터 시작하겠다"고 했습니다. '단계별 추진' 의사를 밝힌 거지요.

손 대표는 이날 참모진들과 함께 약 1시간 가량 촛불집회 현장에 머물다 떠났습니다. 느닷없는 대학생들의 야유에 손 대표는 어땠을까요? 당황하지 않았을까요? 이날 손 대표를 수행했던 고위 당직자들은 약간 황당했었다고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실제 이날 집회현장에서 대학생들의 야유를 듣고 떠난 손 대표는 밤사이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 민주당 회의에서 전격 말을 바꿨거든요. 반값 등록금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이지요.


그는 "민주당은 실질적인 반값 등록금이 바로 하반기 등록금부터 부분적으로라도 실현될 수 있도록 이미 발표한 반값 등록금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6월 추경을 통해 하반기 등록금부터 일부 반영을 하고 내년 신학기 등록금부터는 전면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안은 민주당이 새로 구성한 '반값 등록금 및 고등교육개혁특위'에서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초 민주당은 7월초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안을 서둘러 오늘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됐을까요?


민주당 일각에선 "설마 <조선일보> A4 1/3쪽 분량 기사 때문에?"라는 말이 나옵니다. <조선일보>가 1면에 "등록금 때문에 가족 등 1300만명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기획기사로 내보냈습니다.  아니면 현장에서 느낀 대학생들의 야유가 생각보다 손 대표에게 크게 들렸나?

촛불집회 현장에 동행했던 홍영표 의원의 생각은 어떨까요? 직접 물어봤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예요. 대학생들은 당장 올 9월 2학기 등록금 고지서부터 반값으로 해달라는 건데 그게 가능합니까? 그래서 우리는 일단 6월 추경에서 5000억원을 편성해 우선 저소득층과 차상위 계층부터 하고,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ICL) 이자율을 3%로 조정하는 등을 통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자는 거예요. 이걸 대학생들은 단계별 추진으로 받아들인 것 같은데... 어제와 오늘 우리 기조가 바뀐 건 오늘(7일) 오후 브리핑에서 얘기할게요."

홍 원내대변인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용섭 대변인도 달라진 건 별로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발표한 브리핑을 보면 "민주당 반값 등록금 전면 재검토"입니다. 이 대변인은 "지난 1월 민주당이 발표한 반값 등록금은 진일보한 대책이기는 하지만, 2013년부터 소득 5분위 이하자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어,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대학생 전반의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며 "실질적인 반값 등록금이 실현될 수 있도록, 기발표한 반값 등록금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서 국민들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왜 갑자기 바뀐 걸까요? 이 대변인은 "6일 촛불집회에서 터져 나온 대학생들의 야유도 영향으로 작용한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어제 터져나온 야유가 민주당 정책변경에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실제 이날 대학생들의 야유를 들은 손 대표는 고위 정책관계자들에게 "기존 민주당의 반값등록금 정책을 전면 궤도수정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민주당 스스로 판단하기에도 한나라당과의 변별력을 갖기 위해서는 좀 더 진일보 한 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현장에서 느낀 대학생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셌다고 판단한 탓일까요? 아무튼 앞으로 나올 민주당의 새로운 반값등록금 대안에 주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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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7일과 10일로 예정된 대규모 반값등록금 촉구 집회를 불허한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대련과 등록금넷 소속 회원들이 '반값등록금 촛불집회 장소 불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집회 불허를 규탄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대한민국에서 '대부분의 중산층'은 누구인가

그런데 민주당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서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바로 대상의 범위 문제입니다. 한나라당은 '소득하위 50% B학점 이상'이라고 했지요. 민주당은 이 부분에서 상당히 애매한 접근을 합니다. 

손 대표는 7일 회의에서 "대학등록금은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모든 사회계층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등록금에 대한 적정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전국의 모든 대학생이 공히 반값 등록금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라며 "대부분의 중산층까지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중산층'은 어디까지일까요? 손 대표가 언급한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을 언급한 것일까요?

애매합니다. 이 대변인은 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고소득층은 반값 등록금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수준이 어디까지인지는 대책위에서 세부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지요.

분명한 건 민주당의 반값등록금(안)은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추진하는 무상급식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초-중등교육과정은 의무교육이므로 이에 걸맞게 무상급식을 추진하지만, 대학등록금 문제는 대학에 다니지 않는 자녀를 둔 가정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입니다.

이를 이 대변인은 '보편적 선택적 복지'라고 말합니다. '보편적 선택적 복지'는 무슨 말일까요?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서 연일 '보편적 복지국가'를 주장하는 이상이 제주대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선별적 보편주의'라는 말은 있다고 합니다. 기초노령연금수당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더군요. 소득과 자산을 조사해서 70%의 노인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지요. 전 노인의 70%가 혜택을 보니 '보편적' 수준이되 모두 해당은 아니니 '선별적'이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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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대학생들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보내온 책을 읽는 '반값등록금 북카페'가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려 대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다. ⓒ 권우성


사학 재단전입금부터 장학금으로

그런데 이상이 교수가 묻습니다. 반값 등록금도 '선별적 보편주의'로 한다면, 과연 소득 상위 30%의 조세저항이 없겠느냐고. 세금은 많이 내고 혜택을 보지 못한다면 과연 부자들이 세금을 내겠냐는 것이지요. 세금을 낸 만큼 자신도 얻은 혜택이 있어야 되는데, 부자들은 '반값 등록금'에서 제외된다면 세금을 내겠냐는 거죠. 보편적 복지에 어긋나는 얘기라고 비판합니다. 이것이 결정적인 맹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이 혹시 반값 등록금의 대상을 '대학생의 70%' 수준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소득과 자산규모를 따져 너는 반값, 너는 70%, 너는 40%, 너는 30% 등등으로 나뉜다면 갈등만 초래한다고 이 교수는 지적합니다. 한정된 국가재정에서 어쩌란 말이냐? 반발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중앙일보>의 조사를 보면, 사립대학들이 등록금을 빼돌려 재단전입금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것부터 장학금으로 돌려 학생들에게 지원할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반값 등록금은 보편적 복지 담론에 맞게 추진돼야 하지 않을까요?

왜냐구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싼 나라, 장학금도 터무니 없이 부족한 나라, '마루타 알바'라도 해서 등록금을 벌어야 하는 나라, 등록금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나라이기 대한민국입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차별화 하지 않고 내년 정권을 쥘 수 있습니까. 국민들에게 분명 '다른 무언가'를 내놔야 합니다. 그래야 민주당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요? 애매하게 얼버무릴 게 아니라 명징하게 '어떤 반값 등록금'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말이지요. 보편적 복지와 복지국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갖지 않는 한 손학규 대표를 향한 국민적 야유는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손학규 #정치카페 #민주당 #선별적 보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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