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캠프 '등록금 절반위원회', 이건 뭐지요?

[장윤선의 톡톡! 정치카페] 민심과 동떨어진 대통령...'서둘지 말라'굽쇼

등록 2011.06.14 20:35수정 2012.08.0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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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참모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효재 정무수석, 김두우 홍보수석, 장다사로 기획관리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청와대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 하지 말고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대안을 마련하라."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던진 '반값등록금' 메시지입니다. 너무 조급하게 서둘지 말라? 살짝 뒷골이 당깁니다. 국민 목소리가 개미 소리로 들리는 걸까요?

필경 지난 6·10 대학생 반값등록금 촛불시위를 보고받으셨을 텐데 이런 멘트가 나오다니. 아! 대학생들이 좀 더 세게 붙어줘야 한다는 말씀? 72명 연행 정도로는 성에 안 찬다? 트럭 한 대 분량은 연행돼야, 아, 대학생들이 시위 좀 하는구나 생각하실 건가요? 

2008년 청와대 뒷산에 올라 광화문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보며 눈물을 흘리셨다는 이 대통령. 이번엔 청계광장 쪽에서 열려 못 보신 모양입니다. 6·10 촛불 이후 정부·여당에서 흘러나오는 등록금정책이 영 부실합니다.  

"정부재정으로 반값등록금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학부모와 학생의 부담이 높으니 완화해야 하지만 복지 포퓰리즘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단호히 경계해야 한다."

누구 말일까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장입니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 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무슨 말을 했을까요?

"B학점 이하이더라도 지도교수가 추천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등록금 고지서에 나오는 명목등록금의 절반을 다 지원한다면 7조 원이 소요된다. 대학재정 지원을 강화하더라도 부실하게 운영되는 대학에 대한 지원제한은 불가피하다."


반값등록금의 핵심을 쥐고 있는 정부·여당, 결국 반값등록금은 못 하겠다 이거죠? 대통령은 조급히 서둘지 말라, 재정부 장관은 반값등록금 안 된다, 교과부 수장은 등록금 얘기하는데 장학금 늘린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정리가 안 되지요? 그래서일까요.

안진걸 등록금넷 정책팀장의 눈물 어린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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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없는 반값등록금! MB OUT! ‘반값 등록금’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집권 하반기에 접어든 이때까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 임재근


이두아 한나라당 공보부대표가 14일 나섰습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에서 나온 등록금 관련 입장은 모두 '개인입장'이라는 것입니다.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시죠? 한나라당이 국회의원들 라디오 인터뷰까지 금지했다는 사실을. 박정희 유신시절도 아니고,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의 말대로 '터진 입을 꼬맬 수도 없을 텐데', 어쩌려는 건지….

여하튼 한나라당은 15일 국회에서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공청회를 연다고 합니다. 대학생이나 학부모, 대학관계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고 각계전문가와 함께하는 토론이라고 하는데요. 혹시 반값등록금은 불가하다는 내용을 당론으로 채택하려는 수순으로 삼지는 않으시겠죠? 이두아 공보부대표 말대로 '책임 있는 여당'이니 제대로 '책임' 좀 져주시면 어떨까요?

14일 오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야당 위원들과 시민단체는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발언에 대해 기자회견을 연다고 합니다. 국회에서 소수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니 여론에 대고 호소할 수밖에 없겠지요.

안진걸 등록금넷 정책팀장이 14일 오전 기자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반값등록금 촛불이 계속 광화문에서 타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연인원 5만 명이 국민촛불대회에 참여했습니다. 17일, 24일, 29일 촛불집회는 계속됩니다. 살인적인 교육비의 나라에서 우리 국민 다수는 반값등록금 실현과 교육복지 확대를 간절히 바라는데, 서두르지 말라니요? 민심과 정말 동떨어진 대통령이라 비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2007년 대선 때 운영한 '등록금 절반위원회'는 무엇인가요? 결자해지 정신으로 나서주기를 호소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등록금이 비싼 대한민국. 그래서 대학생들이 '워크던트(worker-student)'가 되어 알바 뛰고 공부하느라 반값등록금 집회조차 나올 수 없는 현실. 50대 가장이 학비부담에 등골이 휜다며 투신자살을 하고, 마루타·다단계로도 모자라 신용불량자가 되는 이 상황을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묵인해서야 되겠냐는 울분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집권층은 사람이 죽어나가야 태도를 바꿨습니다. 혹시 이번에도 누군가의 목숨 값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만일 정부가 천둥 같은 국민의 목소리를 계속 외면하면서 '뻘짓'으로 화답한다면, 벼랑 끝 현실에 놓인 우리 대학생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보장할 길이 없습니다. 한가하게 '조급히 서둘지 말라' 타령할 때가 아닙니다.
#정치카페 #한나라당 #반값등록금 #이두아 #워크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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