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여탐정, 그녀의 출생 비밀은?

[리뷰] 기리노 나쓰오 <물의 잠 재의 꿈>

등록 2011.07.04 11:47수정 2011.07.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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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잠 재의 꿈> 겉표지 ⓒ 비채

▲ <물의 잠 재의 꿈> 겉표지 ⓒ 비채

기리노 나쓰오의 '무라노 미로 시리즈'에는 매력적인 젊은 여탐정 무라노 미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무라노 미로는 사건을 의뢰받아서 수사를 진행하다가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그녀의 아버지인 무라노 젠조에게 전화로 상의한다.

 

그럴때마다 무라노 젠조는 구시렁거리면서도 성의있게 미로를 도와준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젠조도 젊은 시절에 일종의 탐정일을 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야쿠자 밑에서 조사원으로 활동했던 것이다.

 

무라노 미로 시리즈에서 젠조가 등장할 때마다 궁금했던 점이 바로 젠조의 젊은 시절 이야기다. 젠조는 어떻게 해서 탐정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왜 하필이면 야쿠자 밑에서 활동을 했을까.

 

그리고 가장 커다란 의문점. 젠조는 미로의 양아버지다. 미로는 어떻게 해서 젠조의 양녀가 되었고 그녀의 친아버지는 누구일까.

 

도쿄에서 연달아 터지는 폭탄사건

 

기리노 나쓰오의 1995년 작품 <물의 잠 재의 꿈>에서 이런 의문들이 일부 풀린다.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세 번째 편이자 일종의 외전인 <물의 잠 재의 꿈>에서는 젊은 시절의 무라노 젠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작품의 무대는 1963년의 도쿄, 올림픽을 1년 앞둔 고도성장 시기라서 일본사회는 잔뜩 들떠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계속 발생한다. '소카 지로'라는 이름으로 추정되는 범인이 무차별적인 폭발사건을 일으켜서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소카 지로는 백화점에서 화약다발을 던져서 사람들에게 화상을 입히고, 극장 화장실에 폭약을 설치해서 폭발하게 만든다.

 

유명 아이돌스타 앞으로 협박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공원 청소부에게 사제 총기를 발사해서 부상을 입힌다. 재산이나 인명피해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일이 연달아 일어난다는 사실 자체가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경찰들도 전혀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간지 기자로 근무하는 무라노 젠조도 우연한 기회에 사건의 목격자가 된다. 마감일에 원고를 넘기고 기분좋게 한 잔하러 가기위해 탄 지하철에서 폭발사건이 생긴 것이다. 폭탄의 성능이 그리 강하지 못해서 사망자는 없었지만 아무튼 악질적인 범행인 것만은 분명하다.

 

젠조는 직감적으로 이 폭탄의 주인이 소카 지로라고 단정짓고 밀착취재하려고 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젠조도 그 사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설상가상으로 젠조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에 소환되고 만다.

 

직장인에서 탐정으로 변한 무라노 젠조

 

비록 친아버지는 아니지만, 젠조도 미로와 비슷한 면이 많다. 술을 좋아하고 자신이 맡은 일에는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조직폭력배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다. 하긴 그런 면이 있으니 대도시 도쿄 한복판에서 탐정노릇을 하며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젠조가 탐정이 된 계기도 미로와 비슷하다. 착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던 도중에 본의아니게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고, 자신의 주위 사람이 그 사건의 희생양이 된다. 그런 절망과 상실감 속에서 젠조도 단순한 직장생활보다는 자신의 진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을지 모른다.

 

<물의 잠 재의 꿈>에서 미로도 갓난아기로 잠깐 등장한다. 젠조는 미로를 보고 '특이한 이름이네요'라고 한 마디한다. 그 아기가 자신의 양녀가 될 줄, 그리고 이후에 도쿄의 뒷골목을 누비는 여탐정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젊은 시절의 무라노 젠조는 이후의 무라노 미로 만큼이나 매력적이다.

덧붙이는 글 <물의 잠 재의 꿈> 기리노 나쓰오 지음 / 최고은 옮김. 비채 펴냄.

물의 잠 재의 꿈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비채, 2011


#물의 잠 재의 꿈 #기리노 나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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