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막가파랑은 새로운 무공의 부푼 꿈을 꾸게 됐다

[연재소설 대권무림 19] 에피소드 2. 대권의 길에 펼쳐진 정도(正道)와 사도(邪道)

등록 2011.07.08 11:47수정 2011.07.13 10:27
0
원고료로 응원
무림 최대 도방인 한나라도방에 운명의 날이 도래했다

온화미소 근혜여랑위가 마치 영화 <맨인블랙>에 나오는 우주총을 든 샷건, 토미 리 존스와 윌 스미스 같은 덩치가 건장한 검정 무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특별청 강남부(富)골에 위치한 국제무도 올림픽 몸기예 도장을 찾아 그 특유의 미소공력을 마구 내뿜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사회를 맡은 나발통 무사의 소개가 이어짐과 동시에 무도장에 앉아 있던 수천의 사범들은 일제히 일어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날렸다. 기립박수로 전 맹주이자 공방 최대 무인(?)인 근혜여랑위를 맞기는 도방의 무림비무대회에 참가한 각계 도방들도 마찬가지였다.

온화미소 근혜여랑위는 고요하고 차분하게 일어나 왼손을 들어 활짝 펼쳐 흔들며 자신의 존재를 참석한 모든 사범들에게 각인시켰다. 그 순간 허락도 없이 여랑위의 손바닥을 뚫고나온 장풍이 무도장에 가득 찬 열기를 누르고 사범들의 얼굴을 스치자, 그 가벼운 손바닥 기의 공력만으로도 기절초풍, 희열(19금)에 이르는 사범들이 생겨나 장내가 술렁거렸다.

도꼬다이 준표막가파랑이 술렁거리는 장내를 진정시키며 선방을 날렸다. 오랫동안 처절한 육탄방어와 숱한 도전을 통해 단련된 그의 '도꼬다이권'은 이제 웬만한 무공쯤은 약방의 감초처럼 흔하고 시덥잖은 태극권 제1장이었다.

그가 등장하자 마침 무도장의 한편을 몽땅 차지하고 있던 일군의 사범들이 박수소리와 휘파람 소리를 위시한 온갖 가지 환영창을 날렸는데, 그 소리가 근혜여랑위빠들의 소린지, 아니면 막가파랑의 무예가 깊어 본래 사범들의 인기가 많아서인지 불분명했다. 그 소리를 들으며 흡족하게 웃으면서도 막가파랑 또한 온화미소 근혜여랑위를 먼저 바라보면서 눈짓 언어로 육혼을 대신한 구애를 시작하며 말문을 여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수련을 오래 하다 보니 어느덧 나의 백발이 성성하고 몸의 무게는 마치 파랑새가 살포시 날아오르는 듯 가벼운 깃털 같은 것이 천국이 눈앞에 있는 것 같아요. 이거 염색이지요. 에또, 나 도꼬다이 모래시계 의금부 도사 출신인 막가파랑. 저잣거리 백성의 자식입니다. 지금은 도방에서 백성특위장을 맡고 있어요.


지금같이 어려운 시대. 내가 딱이예요. 적재적소, 서러운 백성들의 살림살이 나는 콩나물 10g 값도 다 알아요. 지난 최고도방위원으로 못 다한 사명, 이룰 수 있게 사범 여러분 도와주세요."

도꼬다이 준표막가파랑을 필두로 맹주선출비무대회에 참가한 각 도방들의 눈물과 몸부림의 함성이 무도장의 공기와 열기를 핥아먹으며 천장에 달라붙은 표심의 성감대를 자극하고 있었다.


"이번 비무대회에서 나만큼 정련된 무공으로 경연에 임한 도방들은 없을 겁니다. 왜 나라고 사술 같은 무공으로 상대 도방들의 급소를 찌르고 싶지 않았겠어요. 허나, 이 축구공처럼 잘 생긴 외모와 빠다 바른 혀처럼 잘 굴러가는 외국어 구사 능력이 무도에도 외교권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을 믿으며, 비무대회의 휘날래를 접겠습니다. 아주 아쉬운 게 많아요. 나 참 아까운 무도인인데…."

치외종사 박진종로방의 넓은 등이 휘었다.

"아주아주 잘못된 도법이었어요. 막가파랑과 미모령의 무공에는 예의가 없었고, 희룡탐라방의 기대치는 '계파적극기대권'이 잔뜩 묻어 있었어요. 그래도 이 동안공자와 같은 순수 무도인이 이 거대 도방 한나라공방을 지키고 있으니 휘청거리는 난파선을 바로 세우지 누가 또 있겠어요. 무림의회 4선은 뭐 딱지치기나 고스톱해서 딴 건지 아십니까? 난 사범들의 순수지수를 믿어요. 40년 전의 40대기수론과 지금의 40대 맹주, 이거 잘 어울리잖아요?"

원조엄친아 경필동안공자는 초청과외와 아버지의 공력을 그대로 이어받은 얌전, 겸손한 자세에 단련된 수줍은 봉술을 시범 보이고는 이내 자리로 돌아갔다.

"지난 최고도방으로 도방의 무공을 진작시키지 못하고 이번에는 맹주가 되겠다고 비무대회에 참가한 이 미모령의 회한을 받아 주세요. 무림 백성들의 삶을 보존치 못하고, 무림살림살이를 어렵게 한 책임 분명히 있어요. 그러나 재야에 물러나 칩거하다보니 어느 날 내가 머물던 정자에 표창 하나가 날아와 박히는데 거기 이렇게 써 있었어요. '무림여제(武林女帝) 구원중생(九援衆生), 권탐비주(權貪費主) 초식패도(初息敗道)'.

아, 하늘이 나를 부르는구나. 무림백성의 곤궁한 삶이 의금부 판사 출신인 나의 공력에 미련을 두고 있구나. 나는, 한나라공방만의 맹주가 아니라 대한민주무림대국의 백성들이 원하는 그런 무도를 펼치고 무림백성들의 편안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진정한 내 깊은 내공을 믿어주세요."

중구모모스 경원미모령은 현란한 칼춤을 선보였다. 그녀의 작은 얼굴에 땀이 소복이 배일 때까지 이어진 칼춤무에는, 중국인민무국의 여우 미인홀경 장쯔이치마랑의 '치마북타권'이나 색계랑 탕웨이무삭제령의 '삼계용례권'도 무색해 보였다.

카랑카랑 토설한 목소리에는 날아오는 상대방의 독화살이나 사권(蛇權)의 위력쯤은 가당치 않다는 듯, 이제는 제법 도력의 종결자 다운 음색으로 마지막 대갈일성을 마치고는, 사뿐사뿐 자리로 돌아가며 일어서 나가는 승민대구탕의 볼 언저리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는 여유까지 보였다.

승민대구탕의 등장 차례가 장내 나발통사의 입을 떠나자, 장내의 모든 사진통이 온화미소 근혜여랑위를 비추며, 무도장은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무도장을 빠져나와 대로에 지나가던 인력거들의 앞길을 가로 막았다.

놀란 리어카들이 긴급정지, '빵빵, 뭐야 이거. 야, 빨리 안 가.' 난리 춤 오디션을 보는 사이 승민대구탕이 연단에 서서 준비한 쌍절곤을 꺼내 절권천하 소룡괴상율성(이소룡)을 능가하는 돌리기 시범을 보인 후 준비된 일성을 무도장 구석구석에 날렸다.

"여러분, 한마디만 말할게요. 이미 많은 말과 공력을 보였습니다. 우리 공방의 법무가 변화된 진정한 모습을 보이려면 우리 온화미소 근혜여랑위의 '원칙준수권'을 새로운 도방의 신공으로 내정하고 수련생들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기에는 여랑위의 도력을 잘 아는 이 승민대구탕이 맹주가 되어야 앞장서서 정착시킬 수 있어요.

미래권력, 미래의 무술, 우리 원칙준수권을 부정하는 자 그 누굽니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요. 나 이제 영원한 무도개발자, 참모 아니에요. 나, 승민대구탕입니다. 사범 여러분, 나 누구? (다 같이 '도방 맹주 승민대구탕!' 외침) 그래요. 미래권력의 영원한 동반자. 막힘 없는 원조대가리(브레인), 최대도방을 이끌 새로운 맹주. 믿음 믿음 믿음!"

척척척척. 걸어서 자리로 돌아가는 그의 발자국 소리.

"외롭네요. 이거 갑자기 한기가 온몸을 파고듭니다. 노론을 능가하는 한나라공방의 살림살이총장과 도방최고를 지낸 이 무도인의 도력이 까짓 한기로 인해 이리 오한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탐라국 최고의 무도인으로 내 자부심은 천하를 찌르고도 남았어요.

그리고 면벽거사쯤은 우습게 수도, 정진한 나의 공력이 빛을 말하여 도방의 명운을 좌지우지해야 할 이 순간, 왜 이리 떨리는지. 그래도 이 몸은 우리 도방의 최대 계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도방.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어요. 나, 희룡탐라방이 맹주가 되어야 청와궁과의 관계가 여전히 돈독하여지고 순탄한 정무가 진행되어 나라가 편해져요. 그럼 일합을…."

말을 마친 희룡탐라방이 오한으로 겉에 걸친 두툼한 외투를 벗자 도복 차림이 드러났다. 진행자에게 부탁하여 단상을 물린 탐라방은 고조선부터 내려오는 전통무예로 김구천하도랑의 서거 이후 자취를 감춘 '백범비결록'의 일부를 현대적인 태권도의 운율에 맞춰 선보였다.

이른바, 태권무를 한 것인데. 태권도의 절도와 태껸의 부드러움, 그리고 전통무예의 기가 혼합된 새로운 형태의 무술이었다. 오한으로 담을 뻘뻘 흘리면서도 정련된 무공을 선보이는 그의 무술혼이 많은 사범들의 마음을 적잖이 흔드는 듯 보였다. 온화미소 근혜여랑위가 박수를 치자 눈치만 보던 모든 사범들도 일제히 탐라방의 무예에 박수를 보냈다.

"모든 분들이 정련된 무공과 갈고 닦은 말빨로 사범들을 감동시켰으니, 나 영세무색진방은 고요한 반사권으로 사범들의 질서에 호소하겠어요. 무림에는 잘 돌아가는 혓바닥과 하늘도 사뿐히 날을 듯이 보이는 사술로 백성들의 마음을 휘감는 도방들도 있지만 나처럼 드러나지 않는 거사(居師)도 있어요. 나, 무색진방의 진정성을 사범 여러분 알아주세요."

다른 도방들의 피 튀기는 쟁투와는 다르게 비교적 고요히 무공을 선보인 고요좌랑 영세무색진방은 비무대회의 처음과 다름없이 고요히 마지막 말을 마치고는 아무런 무예시범 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맹주선출비무대회의 모든 참가 도방들의 경연이 끝나고 온화미소 근혜여랑위가 일어나 선거장으로 나가자, 다른 모든 사범들도 일제히 일어나 투표용지를 집어 들고는 총총히 투표함에 자신의 소신을 담았다. 21만여 명의 당원 중 상당부분이 허수로 밝혀진 이날의 선거에는 이미 결정된 30% 민중의 목소리에 동방 사범들의 마음을 얹는 혼례와도 같은 언약이었다.

결정은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 도꼬다이 준표막가파랑 4만166표 맹주 당선. 치밀뇌질 승민대구탕 3만2157표 최고도방 1위 낙점. 모모스팩 경원미모령 2만9722표 두찌 최고 낙점. 희룡탐라방 2만9086표 세찌 최고도방 낙점. 원조엄친아 경필동안공자 1만4896표 네찌 최고도방 낙점. 치외종사 박진졸로방과 고요좌랑 영세무색진방은 자신들이 연마한 무예를 대중에 전파 하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최고도방의 반열에는 들지 못했다.

이로써 최대도방 한나라공방의 명운은 온화미소 근혜여랑위의 품 안에서 새록새록 잠자며 새로운 무공의 부푼 꿈을 꾸게 된 것이다.
#박근혜 #나경원 #남경필 #홍준표 #원희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4. 4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5. 5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