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위 '진숙인권기치랑'의 팔이 세차게 올라갔다

[연재소설 대권무림 24] 에피소드 2. 대권의 길에 펼쳐진 정도(正道)와 사도(邪道)

등록 2011.07.15 18:34수정 2011.07.1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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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계로 재도 무림의 시각은 초시계보다 더 빠르게 지나간다

이 오랜 장마에 영도 조선소의 35m 고공 크레인 위에서 천연분사된 무공으로 일인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권자 진숙인권기치랑의 빨래는 잘 마른건지, 혹연 젖은 옷 그대로 입고 이제는 잘 들어지지도 않는 팔을 열심히 흔들어 대는 것이나 아닌지, 200여 대의 희망의 도라꾸(희망버스)는 그녀가 있는 공장을 향해,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나비 담장 가득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흰 구름 솜구름 / 탐스러운 아기 구름/ 짧은 샤쓰 짧은 치마 뜨거운 여름/ 소금 땀 비지 땀 흐르고 또 흘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열심히 패달을 돌렸다.

무림의 탈 정치성과 구시대의 악연이 녹아 있는 희망버스를 두고 보수 무림은 '진보, 민노, 사회주의 정치성 짙은 무림의 찌꺼기들이 몰려가고 있다'라고 말하고 진보는 '노동자, 대학생, 사회적 약자들이 자발적으로 가는 희망투어, 정치 무림 따위들은 없다'라고 일갈했다.

어쨌든 한진중공산방의 노동자 170명 해고에 반발하여 6개월 이상 고공크레인 위에서 직사광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우기(雨期)의 피부병에 시달리며 먹을 것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서도 자신을 버리고 인간의 기본권을 좇아 투쟁하는 내공 강한 여전사의 농성에 민주 무림은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는 노동3권(단결권, 단체행동권, 교섭권)도, 대한무림대국의 민주주의도 실종 직전의 카운트 다운인거다. 젖은 옷은 내려서 새로운 옷이라도 올려줘야 그나마 민주다.

최대도방 한나라공방의 도꼬다이 준표막가파랑의 꼴통이 슬슬 고개를 들었다. 두 최고의 엄청난 반발에도 기어이 내 새끼에게 노른자위, 영양가 만점, 도방의 살림살이를 맡긴 거다. '사무총장, 좋아. 희룡탐라방, 승민대구탕 반발 그 까이 꺼' 하며 임명장 만들고 그냥 거침없이 청와궁 갔다. 반발 세력인 희룡탐라방과 승민대구탕도 청와궁의 밥맛은 좋다는 걸 안다. '오찬에 뭐가 나와? 청와궁의 세프도 에드워드 권에게, 예스 세프, 그래? 누가 더 센데?' 궁금해하면서 따라가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한나라도방에는 다 친이, 친박이고 내 사람은 몇 없어. 거 한 사범쯤 내 사람으로 살림살이 좀 꾸리겠다는데 뭔 말이 그리 많아. 나, 믿어 봐. 원조 도꼬다이. 이제부터는 탕평, 공평무사할게. 경재강화랑(이경재), 나보고 레이건을 배우라고? 그래 배울게.

그리고 희룡 최고, 승민 최고, 나 좀 봐도고. 어서 돌아와. 이거 빼곤 다 협조할게. 거 튀어나온 입술도 좀 도려내구. 대화? 그거 좋아. 나 청와궁에서 맛난 점심 먹을 때, 명박경술사와의 독대에서도 도꼬다이 인정받았어. 다 대화로 푼 거라구, 공천? 너무 떨지 마. 어디까지나 내년 일. 변수는 얼마든지 있어요. 뭐? 저축공권들이 우리 비무대회에 24억 뿌려? 미친 X들. '너희, 그러다 맞는다. 나, 주먹 쎄.'"


"내년 총선 이대로 치르면 120석이나 될까? 아유, 문제다, 문제. 도방을 개혁하면 140석 정도는 건질까? 이거 무척 어려운 선거 될 거야요. 내년 무림의 대권주자는 근혜여랑위 확실해요. 나 도꼬다이도 여랑위의 잘 정련된 무공엔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요. 뭐, 상대, 학규공자 아니갔어요. 칩거공권도 상당하고, 민생투어 도법에다, 최근에는 대한무림과 전통무도에다 해외 무림까지 다 사사받고, 다 인정을 받잖아요. 학규공자 우리 무척 무서워요."

무림 기자들의 모임인 관훈무림 현생토론장 여유 있는 웃음을 만면에 머금고 최근에 습득한 '인기판별권'도 선보이면서 준표막가파랑의 기상도는 맑음, 무지하게 바쁨. 게다가 보수대연합 구상까지? 준표막가파랑의 하루는 48시간으로도 모자라는 듯하다.


"아, 성님. 계파 잘 만들어지지요? 아이, 썽도 내년에 나올래면 계파는."(준표막가파랑)
"야, 대표님아. 너, 고 입 좀 다물어라. 대표 됐다고 다 너 도꼬다이 세상이냐?"(민주공방 맹주 학규공자)

"보수 대연합 하자. 너희 극 보수, 우리 참 보수. 좋잖아 합치면?"(준표막가파랑)
"보수 대연합은 보수 성향의 백성들을 다 감싸안는 거여. 알고 좀 와야혀."(자유선진방 부맹주 나발통자 웅전유쾌청백장).

"썽, 썽은 알지? 왜 무림태왕들이 썽 죽이는 거 알고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무림위계의 질서권을 부여하려고 난리부르스였잖아. 썽도 최대도방 괜찮지. 매력 있지? 도방 합치자. 같이 하자 응?"(준표막가파랑)
"아, 이 사람아. 난 충청도여.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헌데도 그러네, 거 참. 아니여? 우리 충청도나 더 좀 생각해 줘여."(국민중심연합 충청뚝심 대평농심청)

세훈공자가 한나라공방의 원칙론을 감싸려 시도하는 '애들밥 갖고노는' 정치 노름에 한나라도방의 중앙도 난처난처. 지원은 안 되고 원칙은 좋아라다. 이래저래 강남보보스 세훈공자의 서울특별방 디자인스럽게 편안하게 챙겨 '팔딱세단뛰어오르기'에 대한 강호의 반응은 귀차니즘과 너 내공 더 쌓아 정도다. 세훈공자 속상하다. '진실을 이리 몰라줘. 이런 된장. 이건 아니잖아.'

'입담은즐거워' 방송국의 취량언공 석희논객장의 '무림이목집중'에 고정출연하여 한국 전통여류무사들의 면면을 낱낱이 까발리려던 여진석궁녀의 계획이 완죤 스탑, 게임아웃이 됐다. 경영진의 '오해 발언자 안 돼' 설레발에 무림노조가 '개인의 사상과 무도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제주의적 발상' 운운하자, 이른바 '소셜테이너 금지법'이라는 신종무도를 선보인 경영진의 책략에 무림노조가 '그렇게까지 간다면 할 수 없지 뭐' 한숨으로 갈무리된 형국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해프닝은 민주투사로 돌변한 여진석궁녀의 공력이 한층 더 두터워진 외투를 입었다는 심중을 굳혀 준 사건으로, 무림정치권은 앞으로 여진석궁녀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CC-TV를 가동할 게 분명하다.

호남의 중진 무림들이 수도권 출마 저울질 게임으로 초복의 보신을 즐기는 사이, 충남농방의 희정무뇌발 소맹주는 소리통과의 교신에서 '영호남 지역당은 뭐, 충분히 인정. 충청방은 영원한 3등. 당 해체하고 곁다리 붙어'라고 말해서 이에 놀란 자유선진방의 소리통이 불났다. 자유선진방의 원조나발통 근찬장비공(류근찬)과 부맹주 웅전유쾌청백장 대경일색 잽싸게 일갈했다.

"야, 이눔은 도당췌 어느 지역 눔이여? 아, 글씨 도당췌 소통이 안 되는 눔이여. 이눔은. 200만 농방민이 너 좋게 안 봐 이눔아. 어쭙잖은 폼 잡지 말고 일이나 잘혀?"

희정무뇌발 역시 무현태왕의 오른팔 검객답게 닌자형설공법으로 가볍게 응수한다.

"한나라도방이나 민주공방에 곁다리 붙어서 초보운전 열심히 하다보면 자리 나오쥬. 안 그류? 나는 그 사이에 충청농방 잘 이끌거여. 믿어봐."

35m 고공 크레인의 진숙인권기치랑의 팔이 더 세차게 올라갔다. '며느리 춤추는 꼴 보기 싫어 굿 안 할' 노동권자가 아니었다. 비록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싸늘해가는 체온으로 말려 입으며 여름에도 크레인 위로 지나는 칼바람과 차가운 금속성 철판 위에 눕는 몸이지만, 자유와 인권을 갈망하는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 머글들을 위해서라면 노동권자의 잠자리는 아방궁이요, 피륙은 산해진미였다.

진실이든 아니든, 애니 천국 아동천자 디즈니나라의 부인이 있든 없든, '박지성이가 국적을 바꿀 수 없듯이 민족적 애니메이션의 결정판, 초상권 8천억에 5조 원의 가치, 5만의 일자리와 매년 수천 억의 흑자가 보장되는 대한민주무림대국의 무림스케치, 애니의 신화 '뽀로로'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는 '오콘애니총국'의 일호애니짱(김일호) 같은 협객만 있으면, 대한민주무림대국의 앞날은 영원히 뽀송뽀송한 아방궁 잡자리가 될 거라면서 35m 고공 크레인의 진숙인권기치랑은 오늘도 피륙 죽에 젖은 담요를 가슴까지 끌어올렸다.
#김진숙 #크레인 #박지성 #홍준표 #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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