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커플, '유언장' 쓰면 더 행복해진다

[레인보우 상담실 17] 이 땅의 동성애자 커플을 위한 조언 몇 가지

등록 2011.08.10 10:35수정 2011.08.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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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드라마 스페셜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KBS 드라마 스페셜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KBS

7일 KBS 드라마 스페셜에서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이라는 제목으로 50대, 30대, 10대 레즈비언의 삶과 사랑을 주제로 한 단막극이 방송됐다. 극 중 10대 레즈비언 청소년의 이야기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친구와 아웃팅 당한 친구에 대한 내용이었고 30대는 일하는 레즈비언 커플들이 어떻게 자신의 사랑을 확신하고 미래를 설계해나가는가 하는 것이었다.

끝으로 레즈비언 바을 운영하는 50대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는 좀 더 복잡하다.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결혼한 레즈비언 여성이 가면을 쓰고 사는 듯한 답답함에 결국 남편에게 진실을 털어놓지만 '이혼'이란 이성애 사회로부터의 퇴출명령을 받는다. 그녀는 결혼 전 사귀었던 옛 연인과 다시 만나 레즈비언 바를 운영하고, 결혼을 앞두고 찾아온 큰 딸과 화해한 후 레즈비언 애인과 남은 생을 같이 한다.


이 중 30대 레즈비언 커플로 나온 한고은과 오세정의 에피소드는 불안한 경쟁사회를 살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30대 동성애자에게는 어찌 보면 부러운 사랑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신한 커플이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미래를 함께할 수 있는지, 그러다 헤어지면 그동안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지도 못하는 사랑의 어려움, 주변에서 쏟아지는 결혼과 관련된 곤란한 질문은 어찌해야 하는지' 등의 현실적 고민과 걱정이 밀려와 답답해질 수도 있다. 오늘은 이런 이들에게 몇 가지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첫 번째, 결혼 압박에 대한 주위의 질문 공세. 이는 비단 동성애자 만의 고민이 아니라 수많은 비혼자들의 고민이겠지만 동성애자라면 좀 더 공격적으로 방어할 필요가 있다. 결혼 제도에 관심이 없다면 그 이유를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결혼제도는 싫다면서 괜히 남 결혼식 축하하러 축의금 낭비할 필요도 없다.

내 주위 어떤 언니(올해 34살인 나는 나보다 나이 많은 게이들에게 형이란 표현보다 언니란 단어가 술술 나온다. 이 언니란 말을 하는 데서 오는 쾌감은 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는 청첩장을 받으면 간단하게 '축하해!' 정도의 인사로만 보답하는 경우도 있다. 원래 기쁠 때 보다 슬플 때 옆에 지켜준 친구가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다.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을 했는데도 결혼은 왜 안 하느냐고 질문하는 답답한 사람들도 많으니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

  KBS 드라마 스페셜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에서 연인으로 나온 한고은(강한나 역)과 오세정(이영은 역)
KBS 드라마 스페셜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에서 연인으로 나온 한고은(강한나 역)과 오세정(이영은 역) KBS

두 번째, 사랑하는 동성 파트너와의 멋진 결합을 꿈꾸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때. 현재 한국사회에서 동성 커플 간의 결합은 주로 동거 형태로 주위 이웃들에게는 친구처럼 보이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요새는 남들 사는 방식에 굳이 신경 쓰지 않기에 주위에 오지랖 넓은 이웃이 아니고서는 동성 간 함께 사는 것에 뭐라 할 사람 없다.

하지만 이 정도의 관계에 불만족스러운 파트너가 있을 수 있다. 커플이라도 사람마다 그 관계에서 바라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이럴 경우 '서로의 사랑에 대한 확인 단계기'로 돌입하는 것인데 지금으로선 한국사회에서는 동성 간 결혼제도, 파트너십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기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렇다면 가능한 방법은 서로의 관계를 함께할 수 있는 주위 친구들이 필요하고, 서로의 관계를 알리며 열어놔야 한다.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고, 그 관계를 오래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둘이서만 알콩 달콩 지내기에는 우리 세상에 같이 나눌 재미난 것들이 너무 많다.


세 번째, 같이 하기로 마음먹고 주위에 알린 다음엔 정말 미래가 보장될까? 모든 관계가 그렇듯 절대적으로 안정적인 관계는 없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 올 줄 모르는 것이다. 즉 완벽한 관계란 없고, 완벽한 해결책도 없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동성애자 커플로서 준비할 수 있는 몇 가지 안전장치라면 재산 관련 상속 문제 등등이 동성 커플에게 인정되지 않는 현시점에서는 재산이 있다면 공동 명의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해마다 연초에 서로의 유언장 등을 작성해 삶을 정리하는 의미가 아닌 삶의 미래 계획을 세우는 의미로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또한 주위에 적절한 롤모델이 있다면 함께 고민을 나누고 서로 의지하는 것도 좋다.

미래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동성애자에게는 혼자 살 고민도 필요하면서 더불어 누군가와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한국 사회가 인정하는 '법적 가족' 밖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문제 등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동성애자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일본 영화 <메종 드 히미코>에서 나온 것처럼 게이 타운에 대한 꿈, 퀴어 타운과 같은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꿈 등이 있지만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엔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받아들이고 보여주면서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주인공 중 한 명이었던 안지현(윤여경 역)의 말따라 '우리 편'을 많이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동성애자들의 삶이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상담가] 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
[상담가]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이종걸

#동성애 #빌리티스의 딸들 #드라마 #레즈비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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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활동하는 이종걸 입니다. 성소수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 공간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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