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묻힌다는 서울현충원 둘러보니
일본군-군사쿠데타 전력자 수두룩

[현장취재] '장군묘역' 이대로 좋은가? 문제인사 전부 파내 이장해야

등록 2011.08.14 20:14수정 2011.08.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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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전력' 백선엽씨 서울현충원에 안장하기로

고 안현태씨 대전현충원 매장을 둘러싼 논란이 여권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현충원 관계자가 친일전력으로 큰 논란이 됐던 백선엽씨를 서울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라고 밝혀 '국립묘지 안장'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는 꼴입니다. 아직 죽지도 않은 사람을 두고 묫자리 운운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국립묘지의 경우 절차상 안장심의를 거쳐야 함에도 심의도 하기 전에 당국자가 호언을 하고 있으니 심의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나 봅니다.

10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현충원 관계자는 9일 "백선엽 장군은 다른 장군들의 경우와 다르게 예외적으로 사후 국립서울현충원에 모시기로 했다"며 "이 같은 현충원의 입장을 백 장군의 가족들에게 이미 전달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백 장군이 생존해 있지만 6·25 때 나라를 구한 '전쟁영웅'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미리 그 가족들에게 현충원의 뜻을 전달했다"며 "이 같은 결정은 백 장군 측 요청이 아닌 현충원 자체적으로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는군요.

사병 묘와 묘비 월남전에서 전사한 병사들의 묘. 1평 크기에 화장 후 유골을 안치토록 돼 있다.
사병 묘와 묘비월남전에서 전사한 병사들의 묘. 1평 크기에 화장 후 유골을 안치토록 돼 있다. 정운현

<경향> 보도에 따르면,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의 경우 장군묘역은 공간이 없지만 국가유공자 묘역은 일부 여유가 있어서 그곳에 백씨를 매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서울현충원은 빈 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결국 안장 공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85년 11월 대전현충원을 새로 마련했습니다. 이왕이면 대전국립묘지보다는 서울국립묘지가 낫고 또 장군이면 아무나 묻히는 장군묘역보다는 국가유공자 묘역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국방부는 백씨에게 엄청난 '특혜'를 주는 셈입니다.

지난 11일 오후, 30도가 넘는 불볕더위를 뚫고 동작동 국립묘지 장군묘역을 찾았습니다. 실지로 장군묘역에는 빈 자리가 없는 것인지, 또 어떤 '장군'들이 묻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동작동의 경우 장군묘역은 제1, 제2, 제3묘역 세 군데로 나뉘어 있습니다. 계속해서 추가로 만든 탓입니다.

먼저 장군 제1묘역을 찾았습니다. 위치는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바로 앞, 국립묘지 제일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더군요. 입구에 좌우로 호랑이 두 마리가 마치 묘역을 호위하듯 서 있었습니다. 안내판에 따르면, 이곳에는 '광복 이후 국군 창설과 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6.25전쟁, 월남전쟁, 대간첩작전 등에서 조국과 자유 수호를 위해 신명을 바친 장군들이 안장'돼 있다고 했습니다.

언덕 정상에 있는 묘역에 들어서자 육해공군 장군들 묘가 나타났는데, 모르는 이름이 대다수였습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자 아는 이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사 동기생이자 5.16 때 쿠데타군 진압을 하려다 반혁명사건에서 징역형을 받은 정강 육군 준장, 한국전쟁 개전 초기 하동전투에서 전사한 채병덕 육군 중장, 최근 경남 거제에서 동상 문제로 논란이 일었던 김백일 육군 중장 등이 그들입니다.


장군은 죽어서도 장군 8평 크기에 시신을 매장하는 장군 묘. 사진은 장군 제1묘역에 묻힌 장군들의 묘
장군은 죽어서도 장군8평 크기에 시신을 매장하는 장군 묘. 사진은 장군 제1묘역에 묻힌 장군들의 묘 정운현

채병덕은 일본 육사출신으로 해방 당시 일본군 소좌(소령)이었으며, 김백일은 봉천군관학교 출신으로 간도특설대에 근무하다 해방을 맞았습니다. 제일 끝자락에 있는 김백일 장군 묘에서 내려다보니 발 아래로 국립묘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한강도 저만치 보였습니다. 위치로만 보자면 장군묘역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계단을 내려오자 마치 계단식 논처럼 4단으로 장군 묘역이 빙 둘러 조성돼 있었습니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서 훑어보니 여전히 모르는 이름들이 많았습니다. 20여 미터를 가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조문환 육군 중장. 그는 '직업적 친일파'의 대표적 인물로 불리는 조병상의 차남으로 경성법전 재학시절 '학도병 지원 제1호' 출신입니다. 해방 후 육사 7기 특별반 출신으로 초대 특전사령관, 수도군단장, 국방부 차관을 지냈습니다.


이밖에도 육사2기 출신의 한웅진 육군소장, 전두환 12.12 쿠데타를 진압하다 부상을 입고 이후 강제 예편된 정병주 육군소장, 일본육사 출신의 신응균 육군중장 등의 묘소와 마주쳤습니다. 장군묘역 세 곳을 합쳐 총 355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묻혀 있는데, 이곳 제1묘역에는 총 288명이 묻혀 있습니다. (제2묘역 6명, 제3묘역은 61명임)  

장군 묘역에 빈자리 없다더니...

다시 걸음을 옮기자 없다던 빈 자리가 두 군데나 나타났습니다. 한 군데는 신원식 육군소장(묘지번호 220번) 옆으로 적어도 두 사람 자리는 돼 보였습니다. 또 한 군데는 백명학 육군준장(묘지번호 164번) 옆 자리인데 이곳에는 네 사람이 누울 자리는 넉넉해 보였습니다. 잔디상태로 봐 누군가 이장한 자리가 아니라 아직 묘를 쓰지 않은 자리 같아 보였습니다.

장군묘역에 빈 자리가 없다니... 장군 제1묘역 내 백명학 육군 준장 옆자리는 네 명은 족히 누울 자리가 남아 있었다.
장군묘역에 빈 자리가 없다니...장군 제1묘역 내 백명학 육군 준장 옆자리는 네 명은 족히 누울 자리가 남아 있었다. 정운현

서울현충원측은 장군묘역에 빈 자리가 없어서 백선엽씨에게 국가유공자 묘역에 자리를 내줄 방침이라고 하던데 여태 묘지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장군 제1묘역은 하도 넓어서 더운 날씨에 전부 다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이처럼 한두 군데 더 빈 자리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다시피 장군묘역에 아직 빈 자리가 더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국가유공자 묘역에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마침 국가유공자 제1묘역이 있기에 잠시 들렀습니다. 이곳은 장군 제1묘역 바로 아래 있는데, 입구에 7~8명은 누울 만한 자리가 아직 남아 있더군요(현충원 관계자가 백선엽씨에게 '약속'했다는 자리가 아마 이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쪽으로 이어진 묘들을 향해 가보았더니 아는 이름이 적지 않더군요. 우선 허정 내각수반, 백낙준 연세대 명예총장 등등. 계속 가보았더니 중간쯤에도 빈 자리가 보였구요, 그 이후부터는 1983년 '버마 아웅산사태' 때 순국한 분들의 묘소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이곳엔 순국한 외교관들이 묻혀 있었습니다.   

이제 장군 제2묘역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입구에서 얻은 묘소위치 안내도에 따르면, 장군 제2묘역은 임정요인 묘역 옆에 있고, 제3묘역은 그 뒤에 자리 잡고 있더군요. 한국전쟁 때 징용, 군속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용사들이 안장된 사병 25묘역을 지나자 제3묘역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애국지사 묘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왼쪽으로 난 도로를 한참 걸어가자 오른쪽 언덕에 장군 제3묘역 간판이 보였습니다. 앞에서 보니 아담한 규모였는데 산세로 봐 더 이상 묘를 만들 자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이곳 역시 총 4단으로 층계를 만들어 묘역을 조성했는데, 총 61명이 안장돼 있습니다.

입구에 올라서자 왼쪽으로 낯익은 이름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유원식 육군준장. 그는 독립운동가 유림(柳林) 선생의 아들로 5.16 쿠데타에 가담한 인물입니다. 바로 위에는 육사8기생으로 5.16쿠데타 가담자로 군인보다는 공화당 사무총장, 법무부장관으로 더 유명한 길재호 육군준장이 보였구요, 송호림(5.16 후 군정 때 전남지사 역임) 육군준장, 김응조(봉천군관학교 4기) 육군준장 묘도 보였습니다.

 장군 제3묘역에 있는 정일권 국무총리(예비역 육군대장)의 묘. 정 총리는 만주군 헌병대위 출신이다.
장군 제3묘역에 있는 정일권 국무총리(예비역 육군대장)의 묘. 정 총리는 만주군 헌병대위 출신이다.정운현

한 계단 더 올라가자 여긴 아는 이름이 줄줄이 있었더군요. 오른쪽 끝에서부터 시작해 '참장군'으로 불린 이종찬 육군중장, 국무총리와 국회의장을 지낸 정일권 육군대장, 5공 때 총무처장관을 지낸 최창윤 육군준장, 5.16 직후 내무장관을 지낸 한신 육군대장 등등. 이들 가운데 이종찬과 정일권 역시 일본육사 출신으로 해방 당시 이종찬은 일본군 공병소좌(소령), 정일권은 만주군 헌병상위(대위)였습니다. 제1묘역에서는 '대장'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곳 제3묘역에는 이들 외에도 최세인 육군대장, 조근해 공군대장 등 대장이 여러 명 묻혀 있더군요.

왔던 길을 되돌아와서 애국지사묘역으로 향했습니다. 일단 무후선열제단으로 가서 참배를 한 후 묘역을 둘러보고 바로 뒤편 임정요인 묘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장군 제2묘역은 어디에도 안내판이 없어 헤매던 중 마침 어른 한 분의 안내로 겨우 찾을 수 있었는데 임정요인 묘역 남쪽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더군요. 묘역 입구에 들어서자 자그마한 공간이 나타났는데 총 6기의 묘가 보였습니다. 입구부터 이응준 육군 준장, 손원일 해군중장, 김종오 육군대장, 임충식 육군대장, 신태영 육군중장, 심흥선 육군대장 등이 그들입니다.

이응준은 일본군 대좌로 출신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장성 출신이며 초대 육군참모총장을 지냈습니다. 손원일은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데 임정요인 묘역의 손정도 임시의정원 의장의 장남입니다. 또 김종오는 5.16 직후 육참총장을, 임충식은 간도특설대 출신으로 국방부장관과 국회의원을, 신태영은 일본군 육군중좌 출신으로 국방부장관을, 그리고 육사 2기 출신의 심흥선은 5.16에 참가하였으며 3공 시절 합참의장과 총무처장관을 지냈습니다.

친일경력자, 군사쿠데타 가담자... 문제 인물 수두룩 

6인이 묻힌 장군 제2묘역 6인 가운데 이응준은 일본군 대좌(대령) 출신이며, 신태영은 일본군 중좌 출신, 임충식은 간도특설대 출신이다.
6인이 묻힌 장군 제2묘역6인 가운데 이응준은 일본군 대좌(대령) 출신이며, 신태영은 일본군 중좌 출신, 임충식은 간도특설대 출신이다. 정운현

이상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내 장군 제1, 제2, 제3묘역에 매장된 '장군'들의 면면을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대전 국립묘지는 이번에는 제외합니다).두 가지 사항을 짚어본 후 이제 결론을 내릴까 합니다.

첫째, 친일경력자와 군사쿠데타 가담자 등 문제 인물들이 상당수 묻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응준, 정일권, 채병덕, 이종찬 등 일제하 일본군 혹은 만주군에서 장교로 복무한 '황군(皇軍)' 출신 10여 명이 묻혀 있습니다. 김백일, 임충식 등은 백선엽과 함께 악명높은 간도특설대 출신입니다. 이런 자들의 경우 대개 일제 때 경력을 숨기고 있습니다.

또 박정희의 5.16 및 전두환의 12.12 군사쿠데타에 가담했던 자들도 단지 '장군'이라는 이유로 버젓이 이곳에 묻혀 있습니다. 최근에 논란이 됐던 대전국립묘지 안현태의 경우 12.12쿠데타 당시 진압군이었던 장태완 장군의 묘와 앞뒤로 마주하고 있는데, 이는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도 비슷한 형국입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이들은 서로 한 공간에 누울 수 없는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12.12쿠데타 진압' 정병주 장군 묘 묘비 아랫부분이 아무 글씨도 없이 빈칸으로 남아 있다(장군 제1묘역)
'12.12쿠데타 진압' 정병주 장군 묘묘비 아랫부분이 아무 글씨도 없이 빈칸으로 남아 있다(장군 제1묘역) 정운현

둘째, 한국처럼 전직 장성들의 묘를 특별 대우하는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현재 국립묘지에 마련된 장군 묘는 1기당 26.4㎡(8평)인 반면 대령 이하 사병들의 묘는 1기당 3.3㎡(1평)에 불과합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8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게다가 대령 이하의 경우 화장 후 봉분 없이 유골을 안치하는 방식인 반면 장군 묘는 시신 매장은 물론 봉분도 조성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자 지난 2004년 국방부는 "국립묘지 장군묘역도 화장 후 유골 안치를 추진하고 봉분 조성은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또 2005년 7월에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장군 묘역의 화장 안치 및 1기 면적의 3.3㎡(1평) 제한키로 명문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부칙에 '장군묘역이 소진될 때까지는 시신 매장 및 26.4㎡(8평) 허용'이라는 단서조항을 삽입해 시신 매장 및 봉분 조성을 유지키로 결정했습니다.

장군과 병사가 나란히 묻힌 외국 국립묘지... 한국은 죽어서도 계급 차별

차별없는 국립묘지  미국 게티스버그 국립묘지에는 장군과 병사들이 함께 묻혀 있으며, 묘의 크기도 같다
차별없는 국립묘지 미국 게티스버그 국립묘지에는 장군과 병사들이 함께 묻혀 있으며, 묘의 크기도 같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는 사정이 어떠할까요?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장군과 사병의 무덤 크기가 4.95㎡(1.5평)로 동일합니다. 미국 남북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게티스버어그에 조성된 국립묘지에는 장군과 병사들의 무덤 크기가 같은 것은 물론 묘역 구분도 없이 장군과 병사가 뒤섞여 묻혀 있습니다.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혁명영웅 묘지도 국가에 대한 공헌도만 배려할 뿐 계급과 지위의 높낮이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북한의 혁명열사릉과 애국열사릉 역시 묘의 크기나 양식 등에서 아무런 차이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유독 한국만 국립묘지 안장자 가운데 장군과 비(非)장군으로 나눠 죽어서도 계급 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속된 말로 대령과 별 하나인 준장은 '한 끗발' 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생존 시에는 물론 죽어서도 차별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장군 제2묘역을 둘러보고 오는 길에 애국지사 묘역을 거쳐 계단을 내려오자 좌우로 한국전쟁 전사자들의 묘역이 나타났습니다. 왼편 묘역은 장교묘역인데 우연히 대령 전사자를 한 명 발견했습니다. 주인공은 이철원 대령(묘지번호 15-8-31). 전사 당시 고인은 수도기계화사단 소속으로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13일 충북 북일동지구 전투에서 전사했습니다.

'전사'한 대령의 1평 무덤 한국전쟁 때 전사한 이철원 대령의 묘. 사병묘와 같은 크기이다. 오른쪽은 묘비 뒷면
'전사'한 대령의 1평 무덤한국전쟁 때 전사한 이철원 대령의 묘. 사병묘와 같은 크기이다. 오른쪽은 묘비 뒷면 정운현

그의 주변에는 육군 소위, 중위를 비롯해 중령도 두어 명 보였습니다. 이 대령은 이들과 함께 이곳 장교묘역에 잠들어 있습니다. 반면 장군묘역에 묻힌 사람 가운데 전사자는 별로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묘비 뒷면을 조사해본 결과 대다수가 병원이나 집에서 병사나 자연사로 삶을 마친 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단지 '별'을 달았다는 이유로 개인묘지도 아닌 국립묘지에서 특혜를 받고 있습니다.

장군 제1묘역 입구에는 이곳 안장자들을 '국군 창설과 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6.25전쟁, 월남전쟁, 대간첩작전에 참가 등에서 조국과 자유 수호를 위해 신명을 바친 장군들'이라고 밝혔는데, 이것만으로 장군묘역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군인의 본분일 뿐더러 장군들만 국군 창설에 기여했고 또 장군들만 두 차례의 전쟁이나 대간첩작전에 참가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에 참가한 대령 이하 장교나 병사들도 전부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할 것입니다.

혹여라도 이들이 '고위직' 운운 한다면 문제는 더 커질 것입니다. 그럴 경우 의회 창설과 의정발전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제헌의원을 비롯해 전직 국회의원 전원, 1948년 정부수립 후 행정부 역대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전원, 사법부의 역대 법원장급 이상 고위 법관 전원 등도 국회의원 묘역, 장차관 묘역, 고위법관 묘역 등의 이름으로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형평에 맞는 처사가 될 것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국립묘지에서 장군묘역은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2087년까지 장군 출신들의 유해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영관급 이하 군인 및 전사자, 전상군경, 공상군경, 무공수훈자 등을 위한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대전현충원도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보훈처 관계자는 당장 2019년부터 국립묘지의 공간부족 사태가 현실화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동작동 국립묘지 장군묘역  안장 공간이 절대 부족한 가운데 동작동 국립묘지 내에 세 군데나 조성된 장군묘역(붉은 원내)
동작동 국립묘지 장군묘역 안장 공간이 절대 부족한 가운데 동작동 국립묘지 내에 세 군데나 조성된 장군묘역(붉은 원내) 정운현

반면 장군묘역은 30~40년간 수용 공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작 묻혀야할 사람은 좁은 공간마저도 부족한 상황인데 별 해당도 안되는 퇴역 장군들은 여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 언론인은 "서민은 전세대란에 시달리는데 부유층은 큰 집에서 여유를 부리는 격"이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장군 묘역 전부 파내 이장해야

이제 결론을 내릴까 합니다. 국립묘지의 부지난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서울과 대전 국립묘지에 있는 장군묘역을 전부 파내 이장시키면 됩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국가유공자나 순직자들의 안장지로 전환할 경우 한동안은 부지난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국립묘지도 충혼당과 같은 납골당 제도를 적극 활용토록 해야 할 것입니다.

퇴역장군들이 굳이 장군묘역을 조성하고 싶다면 방법은 있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국립묘지가 아니라 사립묘지 형태여야 합니다. '별들의 OB모임'인 성우회가 중심이 돼 적당한 곳에 공동묘지를 조성한 다음 희망자에 한 해 그곳에 매장하면 될 것입니다. 한 예로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있는 '민주인사 묘지'처럼 말입니다. 별다른 명분도 없이 단지 장군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일은 이제 중단돼야 합니다.

'사립' 민주인사 묘역 경기도 마석에 있는 모란공원에 마련된 민주인사들의 묘지
'사립' 민주인사 묘역경기도 마석에 있는 모란공원에 마련된 민주인사들의 묘지 오마이뉴스

#안현태 #전두환 #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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