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가 즐거워한 연후에 즐거움을 누리리라

[정치풍자소설 '대권무림' 48] 에피소드5 - 겨울이여, 유형의 겨울이여

등록 2011.12.19 15:26수정 2011.12.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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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찬노숙(風餐露宿)이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바람과 이슬을 무릅쓰고 한데서 먹고 자며 뜻을 이룬다는 말이다. 대게 큰일을 이루려는 목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고초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 삼국 시절 오나라를 모시던 충신 노숙이 있었다. 쭝꿔라인민국의 한 지역인 악양, 그가 수군들을 훈련시켰다는 동정호에는 지금도 일인자의 뒤에서 묵묵히 일하며 지역을 발전시키고 백성들의 교화를 꾀하던 그의 초상이 고요하게 어려 존경의 대상이 된다.

노숙이 동정호에 세운 악군루(악양루)에는 북송 때의 대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범중엄이 지은 '악양루기'가 있어 참된 지도 무림의 사표로 전한다.

선천하지우이우(先天下之優而優, 천하가 근심하는 것을 먼저 근심하고)
후천하지락이락(後天下之樂而樂, 천하가 즐거움을 누린 다음에 즐거움을 누리리라)

여기에는 또한 쭝꿔라인민국의 최고 문신 시성(詩聖)으로 추앙 받는 두보가 악양루에 올라 멀리 동정호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어지러운 나라의 현실과 오랜 병마로 늙고 아파 의롭지 못한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지은 시가 있다.

옛 시절부터 자주 들어오던 동정호인데
나 이제야 이곳 악양루에 오르는구나.
오나라와 초나라는 동편과 서편으로 갈라졌는데
호수에는 여전히 하늘과 땅이 밤과 낮으로 떠 있도다.
젠장, 친척이나 친구들은 편지 한 장 할 생각도 없고
이늙은 몸 의지할 곳은 오로지 외로운 배 한 척 뿐인데
관산 북녘에는 병마만이 어지럽게 달리니
나 악양루 난간에 기대어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네.(부분 각색)

산서성 운성이 고향인 운장걸사 관우장생자는 탁주에서 녹두 장수를 하다가 운명처럼 현덕천자 유비소열제와 익덕용장 장비사례교위를 만난다. 익덕용장이 깔아 놓은 천근의 돌을 내팽개치고 돼지고기를 슬쩍한 덕분이었다. 산서성과 하북성 탁주는 꽤나 먼 거리인데, 관우장생자가 악덕 상인을 죽이고 탁주로 도망을 친 때문에 이 세사람은 운명 같은 만남을 이룰 수 있었고, 황건적의 난으로 용병을 모집한 어지러운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께 운성에서는 관우의 살인으로 인하여 관우의 부모들은 자살하고 친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비록 운장걸사의 이름이 태고에 빛나지만 뒤에는 운명 같은 아픔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진수의 정사가 아니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의 내용이다.


백성들의 갈증을 풀어줄 혁신과통합의 시민통합방과 민주공방의 줄다리기가 끝나고 한국의 노동현감들이 합세한 새로운 도방인 민주통합방이 간판을 내걸었다. 정치 무림의 질적인 무공의 완성을 위한 도방의 도방명과 강령, 그리고 도방록이 채택되어 박수를 받으며 수임기관의 합동회의가 거행된 것이다. 도방의 지향점은 대 무림 혁신 개혁을 위한 '진보적 중도 무림'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권법수련을 위한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도방이 완공되고 간판을 걸었으니, 새로운 도방을 이끌 맹주의 선출은 당연지사. 새로운 맹주 선출을 위한 거사일이 잡혀지자 민주 강호의 강자들은 모두 출사표를 던지고 내공과 무술 수련에 돌입하고, 그 사이 야권 무림의 안정화지사인 부천지교 혜영원종당과 백성밀담 용선시민종이 임시로 민주통합방의 방주를 맡기로 했다. 출사표를 던진 야권무림의 검객들은 다음과 같다.


가장 내공이 좋은 오랜 경륜,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의 리더 미소도랑 명숙만인지상, 우리의 강서무림 기남강서파랑(신기남), '나 대구방에서 장열히 전사할거야!' 배수의진 수도권자 부겸혈혈단신(김부겸), 철 지난 채소 태랑적위군, '나는 신선해.' 제창노농대군, 현 삼등 도방 인영사팔육짱(이인영)과 '백만 민란의 힘' 통일천하 성근민란도랑, 그리고 출세의 바른 공식 유학 무림객 참여사청 기식작열미소공(김기식)이 그들이다.

새로운 도방인 민주통합방의 사범들과 참여 도객들에게 일일이 인사하고 악수하며 단상으로 올라가는 칩거공자 학규거사의 두 눈에 이슬이 맺혔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길고도 먼 길이었던가. 2007년 '선진평화연대'라는 도방을 이끌고 야권통합 모두의 반대도 무릅쓴 채, 민주공방에 발을 들여 놓은 지 어언 5년. 그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때로는 고행으로 때로는 환한 불빛으로, 나는 오늘 거대한 산을 넘기 전에 이렇게 오롯이 서 있다.

스포트라이트가 검객의 눈을 비추자 눈이 부신지 공자는 잠시 눈을 찌푸렸으나 곧 밝은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 좌중을 훑어보았다.

"여러 사범님들, 그리고 이곳에 계신 많은 공방의 검객님들, 다들 안녕하신지요. 각 도방을 이끌며 무공을 전수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2007년에 대통합 민주신방으로 도방을 합방한 연후부터 도방 대통합의 전도사가 된 자칭 통합전문가 칩거공자올시다.

되돌려보면 길고도 험한 길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안개 속 미로를 헤치느라 닭들의 홰치는 소리가 날 때까지 긴긴 한숨으로 날밤을 세운지는 또 얼마입니까. 2008년에 대표를 맡아 구 민주방과 합방을 완료하고도 그 해 무림 의회 총선의 실패로 칩거에 들어간 지 만 2년, 나는 야권 무림의 무덤 분당골에서 천하제일의 치열한 전투 끝에 생환하여 여러 무림 공들 앞에 당당히 섰었습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희망이 무언지를, 내실 있는 검객이 강호의 칼바람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난 10·26 서울특별도방의 비상맹주 선출대회에 우리 민주공방의 수련자를 세우지 못하는 우를 범하여 다시 추락했었습니다. 한때 백성들의 참 지도 검객 순위 15%의 지지도도 5% 아래로 곤두박질쳤지요.

아팠습니다. 쓰렸습니다. 그러나 나는 좌절할 수 없었습니다. 두 번의 민심대장정을 통해 갈고 닦은 나의 내실 있는 내공은 나를 언제나 꼿꼿한 반석으로 인도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그 어려운 도방 내외의 어떤 칼날과 최종무기 활의 공격도 피하고 언사들의 독설도 뿌리 뽑고 오늘 이 자리에서 또 다시 통합전도사가 되어 거대한 소통, 민주통합방의 합방을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이름뿐인 통합은 의미가 없습니다. 내실 있는 질적 통합을 반드시 이뤄 정의로운 복지 사회를 향해 힘차게 나가야 합니다. 한국의 알찬 노동자방도 동참해주신 이때, 우리는 중도 계층의 외연도 넓게 끌어안고, 아름다운 복지국가를 향해 달려가는 무림국의 향기 나는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나는 좌와 우를 아우르는 다수의 의견을 대변하고 백성들에게 올바른 무공이 무엇인가를 선포하고 다수의 백성들에게 유포하는 적임자가 되어 진정 백성들이 원하는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하는 지도자로 거듭날 것입니다."

밝은 군주가 공을 세우고 천하에 이름을 남기는 것은 네 가지라고 한비자는 말했다. 하늘의 때, 사람의 마음, 그가 가진 기술과 능력, 그리고 권력과 지위. 하늘의 뜻이 있어야 요나 순 임금이 될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온 백성들의 역량을 한 곳에 모으며, 기술과 능력으로 속력을 내어 궁극적으로는 권력과 지위가 생겨 물이 흐르듯 천천히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없는 능력으로, 잘못된 마음으로, 개미허리보다도 못한 권력으로 세상을 속인다고 천하가 오는 것은 아니다. 자연이라는 천명을 거스르지 않을 때 밝은 대지 위에 우뚝 서는 무림의 태왕이 되는 것이다.

단상을 내려가는 공자의 두 발에 햇살이 내렸다. 그 사이 자연인이 된 도꼬다이 준표막가파랑의 트위터에는 척당불기(倜黨不覊)가 직설화법으로 휘날리고, 무현재사 재인부산문향은 그가 진솔하게 쌓아 온 도력을 증명할 부산공방의 한 도방을 은밀히 검색하느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정치율사 신율교수공이 완전백신 철수 바이러스공이 무림의 권좌에 나올 것은 분명하고, 나오면 그가 쌓은 경제무공의 힘을 보더라도 최고 검객인데, 훌륭한 검객이 될 지는 미지수라는 보도가 흘러나오는 와중에 벌어진 일들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 누군가에게서 받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우리는 잘 모르고 산다.


덧붙이는 글 *우리가 누군가에게서 받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우리는 잘 모르고 산다.
#안철수 #손학규 #문재인 #홍준표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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