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안철수 '쌍권총' 찬 김효석 한강다리 넘나

[정치 톺아보기] 호남 떠나 서울에 출마하는 3선 의원 김효석

등록 2012.01.11 10:33수정 2012.01.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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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석 트위터 ⓒ 트위터 캡춰

김효석 의원(민주통합당, 3선)이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에게서 받은 자필 편지를 홈페이지와 트위터에 공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7일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정봉주 후배가 수감되기 전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지 못해 보내온 것"이라며 '옥중에 있는 정봉주의 편지'란 제목의 편지를 올리고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정봉주 친필 편지에는 "김효석 의원은 민주당에 꼭 필요한 분일뿐 아니라 저 정봉주를 구출해 내기 위해서도 꼭 19대 국회의원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어 "그래야 당의 지도부가 되어 당도 살리고 정권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라며 "꼭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시길 감옥에서도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 의원은 논란이 되자 9일 트위터에 "나꼼수 정봉주 @bbk_sniper 후배가 저에게 보내준 편지가 오늘 여기저기 기사화 되었네요"라면서 "다른 분들이 RT하는 경우, 피해를 입을 수 있어서 해당 편지는 일단 삭제를 했다"고 알렸다. 또 "선관위와 정확히 확인후 다시 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나꼼수 정봉주 @bbk_sniper 후배가 보내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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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동영상 정봉주 전 의원은 수감되기 전에 미리 동영상을 찍어 6일 '친형제와 다름없는' 김효석 의원의 출판기념회를 축하했다. ⓒ 김당


김 의원은 정봉주 편지를 올리기 하루 전인 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자신의 책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세 번째 희망을 찾아>(풀피리, 이하 '세 번째 희망')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대개 출마 지역구에서 하는 게 관행인데 김 의원은 3선 의원답게 국회에서 열었다.

사실 정봉주 전 의원이 '친형제와 다름없는' 김효석 의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6일 출판기념회에서도 수감되기 전에 제작한 '정봉주 축하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정 전 의원은 축하 동영상에서 자신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지 못한 사유를 설명하며 "김효석을 외면하면 정봉주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이처럼 감옥 수감에 대비해 미리 김 의원 지지를 호소하는 축하 동영상과 자필 편지를 준비한 데는 두 사람의 막역한 인간관계가 작용한 탓이 크다. 김 의원은 정봉주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


김 의원은 2003년 분당 이후 4년만인 2007년 8월에 출범한 대통합민주신당(이후 통합민주당, 민주당으로 바뀜)의 원내대표를 지냈다. BBK 주가조작 사건의 당사자인 김경준씨의 입국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BBK 연루 의혹이 2007년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때였다.

김효석 원내대표로서는 국회 상임위에서 BBK 공세에 앞장설 '공격수'가 필요했다. 김 의원은 당시 교육위 소속인 정봉주 의원을 불러 "정무위에 가서 BBK 저격수를 맡아 달라"고 어려운 부탁을 했다. 의원들에게는 대선도 중요하지만 이듬해 4월 총선도 중요했다. 정 의원이 난색을 표하자 김 원내대표는 "저격수를 잘하면 3선까지 간다"면서 "홍준표를 보라"고 구슬렸다. 홍준표 얘기에 정봉주의 눈빛이 달라졌다.

정봉주가 BBK 저격수가 된 사연

이런 비화는 김 의원의 <세 번째 희망>은 물론, 정봉주의 <달려라 정봉주>에도 나온다. 정무위로 '사보임'된 정 의원은 '@bbk_sniper'라는 트위터계정에 어울리게 'BBK 저격수'로 맹활약했다. 당시 한나라당측은 BBK 의혹 사건과 관련, 정봉주 의원과 김종률-박영선 의원 그리고 정동영 대선후보에 이르기까지 6명을 고소했다. 그중에서 정봉주 의원만 기소되어 유죄가 확정된 데는 가장 앞장서 정권에 밉보인 탓도 있지만, 혼자 앞장서 검찰에 출두해 진술조서를 받은 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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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응원편지 ⓒ 오마이뉴스 자료

그럼에도 법률심인 대법원이 늦어도 1년이 넘지 않아 판결을 하는 관행에 비추어 이 사건을 3년 6개월 만에 판결한 것은, 불기소되거나 무죄를 받은 다른 BBK 피고소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고민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정봉주가 반드시 3.1절 특사로 나와야 한다"면서 "그것이 MB가 BBK로부터 해방되는 길이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김 의원은 지난해 7월 자신에게 전국 최고득표율(16대 총선 당시 92.4%)과 3선(16, 17, 18대)의 기회를 안겨준 지역구(전남 담양-곡성-구례)를 떠나 수도권에서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최종적으로 '서울 강서을' 지역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것은 지난 12월 28일이다. 반년 가까이 출마지역 결정을 미룬 것은 유죄가 확정될 경우 자신의 지역구(서울 노원갑)에 출마해 달라는 정봉주 때문이었다.

김 의원은 고민 끝에 정봉주가 수감된 뒤에 나꼼수 팀과 회의에서 "정봉주 3.1절 구명운동에 힘을 싣기 위해서도 노원갑 지역은 비워둬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정봉주가 수감된 지 이틀 뒤인 12월 28일 노원갑이 아닌 강서을에 뒤늦게 예비후보 등록을 한 것이다.

물론, 김 의원이 기득권(호남 출마)을 버렸다지만 강남3구 같은 힘든 지역을 피해 안전지역을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그가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때만 해도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크게 앞섰다. 민주당의 잠재후보로 꼽힌 손학규-정동영-정세균 3인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박근혜의 발뒤꿈치도 못따라가던 암담한 시절이었다.

김효석의 '뉴민주당플랜'에 공감한 안철수

사실 김효석 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의원은 재선 의원 시절인 2007년 대선 참패로 민주당의 정치적 전망이 암담했을 때 손학규 대표에게 원내대표로서 지역구를 포기하고 수도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또 외부인사들로 공천심사위가 구성되어 호남 중진들의 수도권 차출이 시도될 때도 그는 공심위가 지정하면 어디든 가겠다고 밝혔다.

당내의 역학관계 때문에 그의 수도권 출마는 성사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당시 박경철 공천심사위 대변인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공천 심사하면서 좋게 기억되는 정치인도 있나요"라고 묻자 이렇게 밝혔다.

"김효석 의원요. 호남 출신 유력 정치인들에게 서울 출마 의사를 물어봤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김 의원은 '정치적으로는 죽음이나 당의 명령이면 따르겠다'고 하더군요.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순간 '김효석'이라는 이름 석 자가 인상적으로 남더라고요."

최근 김정일 사망 이후 남북관계 전문가인 김근식 교수(경남대 정치학)를 안철수 교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소개시켜준 이가 김 의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화제가 되었다.

교수이자 IT 전문가로서 안철수 교수와 김 의원의 인연은 남달랐다. 김 의원은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를 도와 경제와 정보기술(IT) 정책을 입안하고 김대중 정부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으로 벤처열풍과 IT강국의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그때부터 자연스레 IT 전문가이자 벤처 기업인인 안철수 교수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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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석 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 권우성


김 의원은 국회의원 시절에 안 교수에게 IT를 비롯한 실물경제 분야의 자문을 구했다. 김 의원은 미팅에서 파트너를 기다리는 대학 신입생처럼 온화하고 겸손했던 안 교수와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한다. 김 의원이 민주정책연구원장(2008~2010년)으로서 '뉴민주당 플랜'을 제안했을 때도 안 교수는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 김 의원은 이후 민주당의 이정표에 '중도적 진보'라는 좌표를 제시하고 무상급식을 반영한 이른바 '뉴민주당 플랜'을 완성했다.

안철수와 김효석, 서로에게 멘토와 멘티에서 '지킴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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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자료사진). ⓒ 유성호

김 의원은 안 교수와의 관계를 "서로에게 멘토이자 멘티"라고 하면서도 요즘은 곧잘 '가디언'(지킴이)이라고 한다. '가디언'이 보는 '안철수 현상'은 이런 것이다.

"'안철수 현상'의 중심에는 '창조와 나눔'이라는 브랜드로 무장한 개인 안철수의 가치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 가치의 본질은 안철수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변혁을 희망하는 국민의 염원이 응집된 것이다."

김 의원은 "안철수 교수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나는 안철수 현상으로 드러나는 이 열망의 바람을 시대적 요청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그가 시대적 요청인 '안풍'을 살려나가고 실현시켜 나가는 데에 그 자신도 복무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것이 김대중과 노무현에 이은 그의 '세 번째 희망'이다.

그가 '세 번째 희망'을 이루려면 우선 강서을에서 김성호 전 의원 등 다수의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과의 경선 벽을 넘어야 한다. 정봉주의 '도전과 불굴' 및 안철수의 '창조와 나눔'이라는 시대정신으로 '쌍권총'을 찬 정치인 김효석이 한강다리를 넘을 수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BBK #정봉주 #안철수 #김효석 #나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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