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만에 뒤바뀐 남녀의 운명, 최후의 1인은?

[取중眞담] 3자 대결로 화제의 지역구 된 마포을...마지막 누가 웃을까

등록 2012.02.25 11:39수정 2012.02.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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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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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 지역 공천을 신청한 김유정 민주통합당 의원이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이 결정한 여성 지역구 15%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앞서 이날 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이 지역 공천을 위해 예비후보 김유정, 정명수, 정청래 3인을 경선키로 결정했다. ⓒ 남소연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도 지켜지지 않은 부당한 결정에 분노합니다."

김유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24일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발표한 수도권 공천심사 결과에 본인이 출마한 지역구(서울 마포을)가 3인 경선으로 결정 났기 때문이다.

당 내 경선에서 맞붙을 경쟁 상대인 정청래 전 의원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낙선한 후 꾸준히 지역 기반을 단단히 다진 인물이다. 여기에 정명수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까지 경선에 합세하면 표는 분산될 수밖에 없다. 잘 되면 단독 후보, 최소한 2인 경선이 될 것이라 예상한 김 의원은 이날 결과로 자신의 19대 국회 진출이 불투명해지자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공심위 발표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 의원은 "서류심사와 면접심사, 다면평가 등 합산 결과 내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2위와 큰 점수 차가 난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단수공천을 않겠다는 결정"이라며 "당이 결정한 여성 지역구 의무공천 15%는 온데간데없는 구호에 그쳤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민주당에서만 정당생활을 했다"며 "국회의원이 되고 당이 어려울 때마다 당직을 맡았는데 그 결과가 이렇게 돌아온 데 대해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얼굴이 빨개지도록 눈물을 흘렸다.

같은 자리에 선 남녀... 입장은 정반대

약 보름 전인 지난 7일, 김 의원이 섰던 같은 자리에 정청래 전 의원이 있었다.


정 전 의원 역시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4·11총선에서 마포을에 도전장을 낸 예비후보다. 30명의 남성 후보들의 뜻을 모았다는 정 전 의원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악의적 전략 공천안이 통과됐다, '무조건 15% 여성 의무공천'은 낙하산 공천을 받겠다는 것이고 기성 여성 정치인들의 기득권 지키기"라며 목소리 높였었다. 당이 여성 15% 의무 공천 방침을 밝히자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라는 작고 부차적인 과제를 제 1의 정치 쟁점으로 부각시켜 당의 평화를 깨트리냐"며 맹비난에 나선 것이다.

그는 그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여성 후보들이 (남성 후보들과) 경선하면 안 될 것 같으니 허울 좋은 명분을 쌓는 것"이라며 '여성 15% 의무 공천 반대' 이유를 속사포처럼 빠르게 설명해갔다.


여기에 더해 정 전 의원은 지난 8일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 "이대 출신이라고 특별히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서도 인터넷에 올라온 당내 이대 출신 여성 명단을 옮겨 적기도 했다. 이대 출신인 김 의원을 저격한 것이다. 그는 "나의 트위터에는 '이대라인'을 언급하며 성전환수술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과 원성이 많다"고도 했다.

당시 김 의원은 이러한 공격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말을 아끼겠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이 자신을 향해 "내 지역은 여성 후보가 '경선 안 한다, 이미 공천 받았다'고 얘기하고 다닌다", "사전에 한마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지역위원회 사무실 건너편에 현수막부터 거느냐, 얼굴이 너무 두껍지 않느냐"는 비난을 쏟아내도 김 의원을 입을 다물었다.

민주통합당 정청래 전 의원(왼쪽 세번째) 등 예비후보들이 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구의 15% 이상을 여성 후보로 공천한다는 원칙과 관련해 '과도한 특혜'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 연합뉴스


정청래 "원칙 반영된 결과"... 김유정 "원칙 없는 부당한 결정"

이후 보름이 흘렀고, 입장은 정반대로 바뀌어 있었다. 공천 결과가 발표 난 24일 <오마이뉴스>와 통화한 정 전 의원은 보름 전 그때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공천 결과'를 묻자 "열심히 해야죠"라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정 전 의원은 "한명숙 대표가 '경쟁력 차이가 현격하게 나면 여자로 단수 공천 하지만, 여성이라고 무조건 낙하산 공천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이런 원칙이 잘 반영된 결과"라고 공천 결과를 평가했다.

그는 김 의원을 향해 "여성 의무 할당, 낙하산 공천을 기대하고 총선을 몇 달 앞두고 지역에 왔으니 경선으로 결정된 만큼 토 달지 말고 경선에 임하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나는 몇 달 동네를 돌아다닌 게 아니고 10년을 한결같이 마포를 지켜온 사람이다, 민주당 후보가 돼서 새누리당 심판하는 최전방 공격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목소리를 차분했고, 말의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2인 경선이라도 해야 한다"며 재심의를 요청할 거라는 김 의원의 뜻을 전하자 "결국 낙하산 공천 달라는 것 아니냐"며 "2명 경선하면 본인이 못 들어올 것이다, 두 달 지역구 뛴 사람이 뭘 했겠냐"고 일갈했다.

당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성 15% 의무 공천을 강하게 주장한 남윤인순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아쉽다"면서도 "1, 2위 간 현격한 차이가 있어야 단수 후보가 되는데 그게 아니어서 3인 경선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남윤 위원장은 "경선으로 갈 수밖에 없는 지역은 경선으로 가야 한다"며 "경선에 가서도 자기 점수의 10%를 받는 여성 가산점이 있으니 김 의원이 실망 않고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마포을을 두고 뜨거운 신경전을 벌인 두 후보는 보름 만에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민주당은 다음 달 초부터 당내 경선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다시 보름 후엔 두 후보 중 누가 웃게 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린 가장 '뜨거운' 지역구가 된 마포을의 경선 결과가 주목된다.
#민주통합당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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