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드디어 로봇 또또가 계단을 오를 수 있다"

[연재동화-안내견 뭉치와 로봇친구 또또 13] 계단을 오르는 또또

등록 2012.03.05 11:46수정 2012.03.0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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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부터 민재는 더욱 조심스럽게 길을 걸었습니다. 특히 지하철 선로에 빠진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겁이나서 혼자 학교 가기가 두렵습니다. 그렇다고 학교를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민재가 탄 열차가 내릴 역에 도착했습니다. 조심스럽게 열차에서 내린 민재는 점자블록을 찾아 걸음을 옮겼습니다. 계단을 찾아 오르려 할 때 뒤에서 민재를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민재네 반 운동 대장 범석이었습니다. 그런데 범석이는 한 참을 기다려서야 민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뭐야? 윤범석. 왜 이렇게 걸음이 늦어?"
"야. 김민재. 나 어제 축구하다가 다리를 다쳐서 지금 목발 짚고 있다."


범석이는 그러면서 민재에게 목발을 보여 주었습니다. 민재는 그제야 어제 범석이가 운동을 하다가 다쳐서 병원에 갔다는 동욱이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목발까지 짚어야 하는 거야? 많이 다쳤어?"
"무릎에 있는 무슨 인대가 끊어졌대. 당분간 이렇게 목발로 다녀야 한다고 의사가 말했어. 첫날부터 답답해 죽겠다."

그도 그럴 것입니다. 범석이는 공부보다도, 밥 먹는 것보다도 운동을 더 좋아하는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민재야. 나 목발로 계단 올라가는 거 겁나거든. 네가 뒤에서 안 떨어지게 잡아 줘라."

범석이의 부탁에 민재는 뒤에서 범석이의 몸이 떨어지지 않게 받쳐 주었습니다. 범석이는 양 쪽 옆구리에 낀 목발을 먼저 위쪽 계단에 올려놓고, 두 다리를 목발을 짚고 있는 계단에 올려놓는 방법으로 한 칸 한 칸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랐습니다. 그렇게 범석이가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라가고 민재는 뒤에서 범석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받쳐 주었습니다. 둘이 계단의 중간에 있는 평평한 곳을 지나 다시 막 한 계단을 오르려 할 때였습니다.


"심봤다아아!! 아니 유레카아아~~!!"

갑자기 민재가 큰소리로 소리쳤습니다. 너무나 큰소리에 범석이도 다른 승객들도 모두 놀랐습니다. 민재는 범석이를 그대로 놔두고 계단 밑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범석이가 콰당하고 넘어졌습니다.


"어? 민재야. 어디가?"
"범석아. 너 먼저 학교에 가라. 난 오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어."
"야. 김민재 어디 가냐고?"
"이 형님이 지금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 이거야. 모두 범석이 네 덕분이다. 고다."

민재는 범석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남기고 학교와는 반대 방향의 열차를 탔습니다. 학교를 빼먹고 집에 도착한 민재는 또또와 컴퓨터를 만지며 오전 내내 끙끙거렸습니다.

"삼촌. 드디어 또또가 계단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뭐야? 어떻게?"
"오늘 친구가 목발로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것을 봤거든. 그 방식을 이용하면 될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또또에게 목발을 만들어 주자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목발을 이용해 계단을 오르는 동작처럼 또또의 팔을 이용하면 될 것 같다는 거야. 즉, 또또의 두 팔로 먼저 위 계단을 짚어서 무게 중심을 이동한 뒤 몸통을 위로 끌어 올리면 마치 목발을 옆구리에 끼고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또또의 두 팔의 길이와 무게등을 확인해 봤는데 현재 또또의 상태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새롭게 또또에게 다리나 무한궤도 바퀴 같은 것을 개발하지 않아도 말이야. 다만 계단을 오르내리기 ㅟ한 동작 솔루션의 프로그래밍은 필요하겠지."
"민재야. 그렇게 흥분하지 말고 생각을 조금 정리해 봐.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가 집에 가서 하자."

촌과 통화를 끝내고서도 민재는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한듯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또또의 계단 문제를 친구의 목발을 보고 생각해낸 것이 마냥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날 저녁부터 삼촌과 민재는 본격적으로 또또의 계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민재야. 낮에 했던 말 다시 해보렴."
"그러니까 목발을 짚고 계단을 오를 때처럼 계단을 오르면 된다는 거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봐."

민재는 '삼촌에게 어떻게 설명할까?'하다가 부엌으로 갔습니다.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을 가지고 들어온 민재는 나무젓가락을 종이컵 옆에 고정시켰습니다. 마치 또또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습니다. 두툼한 점자책으로 계단도 만들었습니다.

"삼촌. 이 컵이 또또라고. 잘 봐. 이렇게 먼저 젓가락을 윗계단에 올려놓고 말야. 또또가 계단을 짚는 것처럼 말이지. 그리고 팔에 힘을 주듯이 이렇게 하면."

재는 젓가락을 잡고 컵의 윗부분을 들어 올렸습니다.

"바로 이거야. 삼촌. 이렇게 하면 계단을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어."
"그렇구나. 그럼 이 동작이 자연스러워지도록 움직이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겠네."
"그런데 계단이 모두 똑같지가 않아서 문제야. 계단마다 높이나 넓이가 달라서 일괄적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없고 또또의 인공 지능 기능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계단에 맞는 다양한 동작 기능을 구현해야 할 것 같아."
"그건 별로 어렵지 않을 거야. 일단 또또는 물체를 인식하는 센서가 아주 뛰어난 로봇이야. 그러니 계단 등의 장애물 인식은 현재 전 세계에서도 가장 뛰어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도 돼. 그렇게 계단을 인식하고 거기에 맞도록 기본 동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응용 동작을 또또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면 되겠네."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어. 또또의 현재 손은 손가락이 세 개잖아. 마치 집게 모양같이. 저런 손으론 계단을 오르기는 어렵겠어."
"그럼 외출용 손만 따로 만들어 주면 되겠네. 또또는 손이 분리형이니까 말이야. 기능에 맞도록 손은 교체 가능하도록 제작되었다고. 손에 대해선 장 박사님께 부탁해 보자꾸나."

민재와 삼촌은 그 즉시 또또의 계단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민재는 계단 프로젝트 말고도 지금까지 또또에게 적용하려던 다양한 기능을 최종 마무리했습니다. 얼마 후 민재는 계단 프로그램을 완성했습니다. 장 박사님께서도 또또의 외출용 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바닥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특수 고무로 제작된 손이었습니다. 역시 장 박사님은 로봇 전문가답게 멋진 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외출 시 손을 교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또또 스스로 기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작된 손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제 시험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민재와 삼촌은 최종 점검을 하기로했습니다. 단짝인 동욱이도 아침부터 와서 함께했습니다.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는 민재는 몹시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삼촌도 동욱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단 목표는 민재가 늘 이용하는 지하철역까지 민재를 실제 안내하는 것으로했습니다.

"또또 제일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간다."

민재가 또또에게 말했습니다. 또또 머리의 램프가 반짝거렸습니다.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직선거리 1.4km. 안내를 시작합니다.'

또또는 즉각 자기 위치 추적 시스템과 내비게이션 기능을 가동했습니다. 손잡이를 잡은 민재가 또또를 따라갔습니다. 길은 평탄한 길이라 아무런 문제도 없이 또또는 앞으로 나갔습니다. 잠시 후 아파트 단지를 벗어났습니다. 단지에서 인도로 오르는 작은 턱이 하나 있는 것을 민재는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뭉치가 잠시 멈춰 서서 알려 주던 곳이었습니다. 또또는 턱 앞에 섰습니다.

'전방에 턱이 있음.'

또또는 턱의 존재를 민재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민재는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또또가 저 턱을 어떻게 오르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삼촌도 민재의 옆에서 긴장하였습니다. 또또는 두 팔로 턱을 짚더니 몸통을 살짝 들었습니다. 그리곤 그대로 위로 올라섰습니다. 살짝 몸통을 들었기 때문에 바퀴로 그대로 턱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와우. 일단 성공."

동욱이가 쾌재를 불렀습니다.

"아직은 일러. 이 턱은 계단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냐. 그리고 본격적인 계단을 걷는 방식이 아니라고."

민재가 말했습니다. 또또가 턱을 올랐던 방법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을 알고 한 말이었습니다. 또또는 방향을 지하철역 쪽으로 돌렸습니다. 안내견처럼 방향을 돌릴 때는 직각으로 돌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시각장애인이 방향의 이동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또. 가다가 문방구점이 있으면 알려 줘."

민재의 추가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현재 위치에서 전방 170 미터 지점에 오로라 문구점 있음.'

또또는 웹 지도를 검색하여 민재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문구점 앞에 이르자 또또는 말했습니다.

'현재 오로라문구 앞입니다. 출입구를 찾을까요?'
"아냐. 그냥 가도 돼."

민재가 말을 하자 또또는 다시 지하철로 향했습니다.

'10미터 전방 점자블록에 장애물 있음. 조심하기 바람.'

또또가 점자블록 위에 있는 장애물을 알려 주었습니다. 바로 김밥전문점의 불법 간판이었습니다.

"저걸 아직도 그대로 내다 놓고 있네. 또또 그거 사진 찍어서 구청에 신고해."

삼촌이 말하자 또또는 카메라를 기동시켜 점자 블록 위에 있는 간판을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김밥전문점의 사진도 찍었습니다. 또또는 인터넷을 통해 김밥전문점의 주소, 전화번호등을 검색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당 구청 사이트에 무선으로 접속해서 불법 간판임을 신고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데 불과 1 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지하철역에 거의 도착했습니다.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려면 인도가 끝나고 자동차가 인도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원기둥 모양의 돌기둥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돌기둥은 자동차의 불법 주차를 막기 위한 물건이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겐 공포의 대상입니다. 민재도 몇 번 돌기둥에 무릎을 찧어 피가 난적도 있었습니다.

'전방 돌기둥 조심 바람.'

또또는 위험을 알려 주며 돌기둥을 피해 갔습니다. 마치 뭉치가 안내할 때와 똑같습니다. 민재는 긴장했습니다. 이 돌기둥이 끝나면 바로 지하철 입구의 계단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또또는 그대로 역 입구 계단에 도착했습니다. 올라가는 계단이 두 개 있는 곳입니다.

'오르막 계단 두 칸. 주의 바람.'

또또는 계단 앞에서 멈춰서 계단의 존재를 알려 주었습니다.  "가자!" 라는 민재의 말에 또또는 두 팔을 앞으로 뻗어 위 쪽 계단을 짚었습니다. 그리곤 사뿐히 몸을 윗 계단에 실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윗 계단에 몸을 올려놓았습니다. '계단 끝.'또또는 두 개의 계단을 올라서서 민재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다시  "가자!" 라는 민재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전방에 내리막 계단. 주의 바람.'또또는 다시 주의 사항을 알려 주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내리막 계단입니다. 민재도 삼촌도 동욱이도 숨을 죽이며 또또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습니다. 또또가 첫 계단에 팔을 올리며 정지했습니다. 내리막 계단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가자!"

민재의 말과 함께 또또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팔을 뻗어 아래 계단을 짚고 몸을 사뿐히 내려놓았습니다.다시 한 계단, 한 계단 또또가 콩콩거리며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이윽고 중간에 조금 평평한 곳까지 왔습니다. '계단 끝. 다시 한 걸음 뒤 내리막 계단 시작.'

또또가 말했습니다.

"야호. 성공이다. 민재야 축하해!."

동욱이가 민재보다 더욱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며 말했습니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던 사람들이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또또를 지켜보았습니다. 또또는 다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콩. 콩. 콩. 또또가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1차 성공이었습니다.

"또또 매표소 찾아!."

민재가 다시 말했습니다. 민재의 말에 또또는 지하철역 내부를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리곤 매표소로 향했습니다.

"민재야. 지금 또또가 매표소를 찾을 수 있는 건 어떤 기술이야?"
동욱이가 곁에서 물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워. 우선 지하철역에 설치된 매표소 안내 표지판을 인식하는 기능이 또또에게 있어. 또 이 역에 한해서는 내가 지하철역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또또에게 입력을 해 놨거든. 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수도 있지. 그것 말고도 매표소에 있는 자동판매기의 이미지를 검색하는 기능으로도 찾을 수 있어. 여러 가지 방법 중 현재 위치에서 가장 적당한 방법을 선택하는 거지."

민재가 설명했습니다.

"동욱아, 또또는 인공 지능 개념의 컴퓨터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여러 기능 중에 현재 처리 해야 할 수행 과제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야 할 방법을 스스로 선택한단다. 그 선택을 더욱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기능을 입력 시켜주는 게 중요한데 민재가 상당히 많은 기능을 만들었어."

삼촌이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윽고 또또는 매표소 앞에 도착했습니다.

'매표소 앞 도착.'

민재는 다음역 이름을 말했습니다. 

'다음 역까지 요금은 1,000원입니다.'

또또는 지하철 요금을 검색해서 알려 주었습니다.

"또또. 잘했다. 이번엔 다시 집으로 간다. 행복 아파트 방향 출구 찾아!"

민재의 말에 다시 또또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려던 사람들이 모두 또또와 민재 일행을 빙 둘러싸고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또는 출구를 찾은 뒤 계단 밑에서 다시 위험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콩. 콩. 콩. 또또가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맑게 지하철역에 퍼졌습니다.
#안내견 뭉치 #로봇 또또 #시각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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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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