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지출액 보면 한국은 후진국 입니다

[똑똑한 생활경제 24] 돈 걱정을 덜고 싶다면 투표를 하세요

등록 2012.04.09 18:41수정 2012.04.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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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결혼, 아이를 포기해야만 하는 세대

지금의 20대를 지칭하는 말로 '삼포세대'라는 말이 있다. '연애, 결혼, 아이' 3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그런데 연애, 결혼, 아이가 무엇인가? 인간이 삶에서 가장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들이다. 인생의 꽃이자 삶의 원동력이 아닌가? 이걸 포기하고 사는 청춘이라니 상상만으도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중요한 3가지를 포기하는 이유는 뭘까? 단연 '돈이 없어서'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아이러니가 있다. 지금보다 삶의 질이 낮고 가난하던 시절에도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결혼, 연애, 아이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2012년의 대한민국은 G20의장국이자 OECD 회원국이며 국민소득이 2만 불이 넘고 국민소득이 세계 15위인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단순히 '돈이 없는 것'이 문제라면 지금쯤 우리는 국민소득 5천 불이었던 1980년보다는 4배는 더 돈 걱정이 없어야 하고 행복해야 하지만 불행히도 연애와 결혼, 아이를 포기할 정도로 돈 때문에 더 고통 받고 있다.

비단 이런 '돈' 문제는 20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30~40대의 삶에도 비슷한 아이러니가 존재하는데 바로 '엥겔계수의 역설'이다. 엥겔계수는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식료품 비중은 줄고 문화비 비중은 늘어난다는 이론이다. 한국이 진정한 경제선진국이라면 국민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전체 지출에서 식료품비는 줄고 문화비나 여행 같은 지출들이 늘어나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엥겔계수만 보면 한국은 후진국

<매일경제>가 2008년 10월~2009년 6월과 2010년 10월~2011년 6월 신한카드 회원들의 소비처를 분석한 결과를 보자(2011년 9월 27일 기사 인용). 이 기간 중 신용카드 지출액은 15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증가분 중 14.7%가 육아·자녀교육 비용이었고, 11.9%는 식료품에 쓰였다. 주유비와 요식비는 각각 8.5%를 차지했고, 통신요금은 7.4%, 의료비 지출은 5.7%에 달했다. 이 모든 지출을 합치면 늘어난 소비증가분의 48%를 차지한다. 이에 반해 레저는 2.2%, 여행은 1.9%를 차지하는 데에 그쳤고, 문화·취미는 0.7%, 스포츠는 0.3%로 소수점 밑으로 떨어졌다.


늘어난 지출이 나를 위한 지출이나 여가생활을 위한 지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엥겔계수로 따져보자면 한국은 후진국이나 다름없다. 전체지출에서 식료품비 비중이 높고 문화,취미, 레저 같은 문화비의 비중은 매우 작기 때문이다. 당장 여러분 가정을 돌아보자. 문화비 비중이 얼마나 되는가? 여행이나 문화생활은 여전히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분명 '사치품'이다.

강요된 지출로 인한 어려워만 가는 살림살이


문화비를 대신하여 지출증가 항복의 대부분을 차지한 교육비, 식료품비, 통신비, 주유비, 의료비는 생활의 필수지출이다. 또한 개인이 가격을 조정하거나 내 의지로 소비 여부를 선택하기 어려운 일종의 강요된 지출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강요된 지출의 면면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쟁위주의 입시제도와 공교육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현실에서 부모들은 자식들이 뒤쳐질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교육비 지출을 멈출 수 없다. 물가관리정책의 실패와 고환율 정책으로 먹고 사는 가장 기본적인 식료품비 상승도 가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신비는 가정의 필수지출이 된지 오래이며 스마트폰의 보편화 등으로 통신비 부담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통신요금 인하는 정부만이 할 수 있다. 주유비도 마찬가지이다.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기름값을 관리하는 것도 역시 정부이다.

의료비는 문제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당면한 큰 이슈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연장되면 당연히 그에 비례하여 개개인의 의료비는 늘어날 것이다. 당장에라도 돈은 없고 병원비가 많이 들면 부모님은 아픈데 돈 때문에 자식 된 도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30년 후 자식들이 내 의료비 때문에 똑 같은 고민을 할 수도 있다.

돈 걱정 해결, 국가가 그 답을 쥐고 있다

가정 살림살이가 어렵다고 하면 사람들의 그 책임을 그 집 살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돌린다. 그러나 지출을 꼼꼼히 따져보면 사치나 낭비를 위해 쓰는 돈은커녕, 취미, 여행, 문화생활을 위한 지출비중도 미미하다. 오히려 강요된 지출인 교육비, 식료품비, 통신비, 주유비, 의료비가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위에서 따져본 것처럼 이 지출들을 줄이기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교육, 식품, 통신, 주유, 의료를 안 쓰고 살 수 없다. 개인들이 아껴 쓰고 절약하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에게 교육정책, 물가정책, 통신비정책, 의료정책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펼쳐지는가에 따라서 이런 지출들은 앞으로 줄어들 수도 아니면 더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 돈 문제는 당신이 살림을 잘 못해서가 아니라 강요된 지출에 그 원인이 있다. 강요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국가의 정책 방향과 직결되어 있다. 어떤 정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가정의 돈 문제가 해결될 수도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똑똑한 생활경제'의 시작은 재테크도 아니고 적금 드는 것도 아니고 바로 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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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관리 #투표 #똑똑한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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