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및 부의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남소연
19대 국회가 채 개원도 하기 전에 '종북 좌파' 국회의원 2명의 제명 건을 놓고 소란스럽습니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과 종북(從北) 논란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의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을 제명키로 방침을 세웠습니다. 황우여 당 대표 등 지도부가 나선데 당의 '주인'격인 박근혜 의원도 이를 못박고 나섰습니다. 박 의원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 후 "지금 국민들이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다"며 이들 두 의원에 대해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해 새누리당의 제명 방침을 뒷받침 해주었습니다.
문제는 제1야당이자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의 한 축인 민주통합당도 이에 가담하고 나섰다는 점입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민주통합당 정책위 기자간담회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국회를 위해서 정치적으로 자진 사퇴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이석기·김재연 의원) 두 분을 법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국회 윤리위원회의 자격심사 제도에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대해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미끼로 두 의원에 대한 제명 동참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을 제명하겠다며 이들의 '종북'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국회법 제138조에 따라 '무자격 결정'을 내리자는 것입니다. 국회법 제138조(자격심사의 청구)는 '의원이 다른 의원의 자격에 대하여 이의가 있을 때에는 30인 이상의 연서로 자격심사를 의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헌법 제64조 2항·3항·4항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자격심사·징계는 국회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국회의원의 제명은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이면 가능합니다. 이 경우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어 일반 피해자들과는 달리 별다른 구제책도 없는 실정입니다.
우리 헌법과 국회법에 국회의원을 제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분명히 있습니다. 게다가 '주민소환제'처럼 특정 사유가 명문화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원 2/3의 동의만 있으면 어떤 국회의원도 제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 제명이 실제 가능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의석수는 각각 150석, 127석입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하고 무소속을 전부 동원한다고 해도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인 200석 이상을 채우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다음은 제명의 근거인 '징계 사유'입니다. 국회법 제155조(징계)는 징계 사유로 12가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직권남용 금지 및 청렴의무 위반, 국회법상의 의무 위반,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과 공직자윤리법에서 정하고 있는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등입니다. 또 국회법에서 정하고 있는 징계사유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활동 중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그렇다면 이석기·김재연 의원처럼 국회의원이 되기 이전의 일로 문제가 된 경우는 어찌 될까요? 법적으로만 따진다면 국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징계사유에는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아 의원직을 상실하는 경우는 얘기가 다릅니다.
우리 의정사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제명된 경우가 있을까요? 네, 꼭 한 번 있었습니다. 1979년 10월 4일 당시 김영삼(YS) 신민당 총재가 공화당과 유정회 주도의 단독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로 제명된 바 있습니다. 그런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YS이건만 그는 최근 인사차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에게 "친북세력이 국회에 있어서 되겠냐.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가 없다. 민주통합당과 협의해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을)쫓아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철저한 반북주의자인 YS는 자신의 경우와 이 건은 별개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김영삼 의원 제명사건'은 어떤 것일까요?
'김영삼 의원 제명사건'의 시작, 이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