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 여자를 건드린 김준(김주혁 분).
MBC
'김준 열전'에 따르면, 김준은 체격이 좋고 돈을 잘 쓰며 대인관계가 탁월했을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활쏘기 기술이 특출했다. 최우가 노비 출신인 김준을 면천시키고 중용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처럼 김준의 능력이 탁월했기에, 그게 아까워서 김준을 용서해준 측면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요인이 있다. 이 요인은 김준의 능력과 관련된 것이지만, 또 다른 측면과도 관련이 있다.
최우에게는 적자가 없었다. 기생첩의 몸에서 태어난 최만종과 최만전(훗날의 최항)이란 두 서자뿐이었다. <고려사> '최충헌 열전'의 부록인 '최항 편'에 따르면, 최우는 서자들이 미덥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사위인 김약선을 후계자로 내정했다.
최우는 두 서자가 김약선에게 불만을 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들을 승려로 만들어 지방으로 쫓아냈다.
두 서자를 못 미더워하는 최우의 눈은 정확했다. 그들은 지방에서 스님답게 살지 않았다. 한마디로, 개차반 같은 인물들이었다.
두 서자는 조폭들을 끌어들여 고리대업을 벌이고 거액을 축적했을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을 아주 못살게 굴었다. '최항 편'에 따르면, 두 서자의 추종세력은 유부녀를 강간하고 관청의 공용물을 함부로 사용하는 추태를 부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두 서자를 고발하는 고관들까지 나올 정도였다.
서자들 쪽에서 문제가 생기더니, 이번에는 사위 쪽에서마저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사위 김약선은 아내의 불륜을 알아차린 일로 도리어 화를 당하고 말았다. 최우의 딸인 그의 아내가 남편의 비위사실을 허위로 꾸며내 아버지에게 고발한 것이다. 그래서 김약선은 최우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김약선이 죽어버렸기 때문에, 최우로서는 서자를 후계자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서자들은 명백한 자격미달이었다. 그러나 최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무조건 밀어붙이기로 결심했다. 어떻게든 서자를 후계자로 세우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최우는 두 서자 중에서 최만전을 점찍었다. 그런 뒤에 최만전의 이름을 최항으로 바꾸었다. 이름이라도 바꿔서, 과거의 추잡한 이미지를 단절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최항의 이미지가 확 달라질 리는 없었다. 최우는 추가 조치를 강구해야 했다. 최우가 생각해낸 방안은, 최항 옆에 유능한 킹메이커를 붙여주는 것이었다.
연적으로 권력 유지... 제대로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