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푸세' 외치다 '경제민주화'로... 박근혜의 진심은?

[장윤선의 톡톡! 정치카페] 그가 꿈꾸는 나라는 무엇인가

등록 2012.07.09 21:57수정 2012.08.0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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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남소연


"누구든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고 잠재력과 끼를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저는 꿈 꿉니다.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한 출발을 7월 10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7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예비후보가 날린 트윗입니다. 대선출마 선언을 사흘 앞두고 올린 그의 트윗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고 잠재력과 끼를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이 진정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과연 박근혜 후보는 '누구나 자신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만들어줄까요? 이 꿈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요?

박근혜 캠프가 꿈꾸는 정책은 복지·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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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의 트위터, 10일 대선출마 선언을 예고하고 있다 ⓒ 박근혜 의원 트위터 갈무리


얼마 전 저는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정책메시지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박 예비후보가 얼마나 꼼꼼하게 대선공약을 결정하고 있는지 설명했지요. 그가 전한 얘기 한 토막을 전합니다.

"박 대표는 진짜 꼼꼼하십니다. 저희들이 정책을 나열하면요, 죽 보시고, 이게 정말 현실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고 또 묻습니다. 그럼 저희들이 이건 이래서 가능하다고 말씀드려도 정말 가능한 것이냐 재차 묻습니다. 진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만 내놓아라, 하셨지요."

그는 10일 박근혜 후보가 내놓는 출마선언문에 담길 내용들은 한 치도 흐트러짐 없이 몽땅 새누리당이 해낼 수 있는 정책 과제들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자신 없는 것, 불가능한 것, 어려운 것들은 모두 배제한 채 '가능한 것들'만 내놓을 거라고 했지요.

핵심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곧장 튀어나온 말은 '국민행복'이었습니다.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공약을 담았다는 것입니다. 핵심은 역시 복지정책이요, 경제민주화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근혜 예비후보는 5년 전인 2007년 대선에 출마할 당시 '경제살리기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핵심은 '줄푸세' 정책이었지요.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는 게 박 예비후보의 경제살리기 정책의 모토였습니다. 5년 전 줄푸세를 주장했던 그가 올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정책을 강조합니다.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공존 가능한 정책담론일까요? 혹시 두 담론이 착종돼 있는 것은 아닐까요?

기자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바로 줄푸세 정책의 결과 때문입니다. 세금은 줄이고, 규제를 푼 대가로 부자감세가 철회됐고 재벌의 규제는 대폭 완화됐지요.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우리가 동네에서 매일 목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재벌이 두부, 콩나물은 기본이고 빵장사에 떡볶이, 오뎅까지 팔 수 있는 세상이 됐지요. 골목상권은 무너졌고 재벌이 온동네 상권을 점유하는 상황입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못 살겠다 아우성이지만 줄푸세 정책은 MB정권 내내 승승장구하는 중입니다.

'경제민주화' 주도권 싸움서 승리한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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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사진은 지난 3월 22일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 당시 ⓒ 남소연


재미있는 건 이런 사회현상을 지켜보고 있는 박근혜 예비후보의 태도입니다. 신뢰와 원칙을 강조하는 박 예비후보는 줄푸세 정책에 대해 현재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으십니다. 잘못된 정책이었다는 입장도 나오지 않고 있지요. 그러면서 동시에 경제민주화 정책을 내세웁니다. 재벌개혁도 필요하다고 주문합니다. 통제 불능의 시장경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정책을 최전선에서 주장하는 분은 아버지 박정희시대에 청와대 경제수석을 한 김종인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미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맞장을 떴습니다. 국가주의자 대 시장주의자의 한 판이랄까요?

김종인 위원장은 이한구 원내대표를 향해 "경제민주화가 뭔지 모르겠다면 정치민주화는 이해하느냐"며 "오랫동안 재벌에 종사했기 때문에 그쪽의 이해를 많이 대변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정치민주화가 무슨 뜻인지 알면서 경제민주화를 자꾸 왜곡하고, 마치 시장경제 자체가 경제민주화라고 말할 것 같으면 자본주의 발달, 시장경제의 발전 과정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부족한 사람"이라고 쏴 붙였지요.

이한구 원내대표 또한 지지 않았습니다. 이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경제민주화란 용어는 사회정치학자들이 쓰는 말이고, 정통 경제학자들은 쓰지 않는다, 경제학 주류인 영미 경제학자도 사용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공부한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를) 정통 경제학에선 사회주의라 부른다"고 주장했지요.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종인-이한구 논쟁을 지켜보면서 <매일경제>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한구 원내대표의 발언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공부한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를 정통 경제학에선 사회주의라고 한다면, 독일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얘기냐고 반박하기도 했지요.

'박근혜 예비후보 안의 두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논쟁은 심각하게 제기됐습니다. 일각에선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경제민주화 담론은 민주통합당이 주도해왔는데, 이른바 '김종인-이한구 논쟁'으로 경제민주화 담론이 새누리당의 것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지요. 일종의 주도권 싸움에서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을 이겼다는 것입니다.

자취 감추는 박근혜의 '줄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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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발표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의 선거운동 슬로건과 심볼로고.


이런 논쟁이 격화할수록 박 예비후보가 5년 전 내세웠던 줄푸세 정책에 대한 입장은 숨겨집니다. 자취를 감추지요. 사람들은 5년 전 줄푸세는 잊고, 현재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환호합니다. 전략적 홍보의 승리일까요?

4·11 총선 전 민심이 바닥일 때 박 예비후보는 당명부터 상징색까지 몽땅 바꿨습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 듯이 보였습니다. 사람은 바뀌지 않았지만, 한나라당의 개혁은 놀라울 정도로 국민들에게 높은 점수를 땄습니다. 민주통합당이 제대로 못한 탓도 크지요.

국민들은 새누리당 손을 들어줬고 박 예비후보는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대선후보로 섰고, 이재오·김문수·정몽준 비박 3인방이 완전국민경선제를 그토록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12일 결단한다는 입장이지만 나머지 두 후보는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은 '박근혜 추대식'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습니다. 흥미를 끌 수 있을까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룹니다.

그러나, 박근혜 캠프는 온갖 방법으로 흥행몰이에 주력합니다. 10일 대선출마 선언에는 '빨간색 엽서'도 띄운다고 합니다. 불통의 이미지를 씻기 위해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모양새를 만들기 위한 기획인 듯합니다. 박 후보가 날아든 빨간색 엽서를 읽는 퍼포먼스도 합니다. 그 빨간색 엽서 중엔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에 대한 기대도 분명 담길 것 같습니다. 박 후보의 출마선언문의 핵심인 변화·희망·미래가 포함되겠지요.

박근혜의 말,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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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일 제19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동료의원들의 인사를 받고 있다. ⓒ 남소연


문제는 국민입니다. 과연 국민이 박근혜 예비후보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번 대선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은 여야 가리지 않고 '내가 꿈꾸는 나라'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출마선언 행사의 제목을 '내가 꿈꾸는 나라'라고 했고, 김두관 경남지사는 '내게 힘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예비후보는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요.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시민운동을 하면서 야권통합 시민정치운동을 벌였던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박근혜 의원의 대선 슬로건을 비판했습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의원의 대선 슬로건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고 한다"며 "작년 저와 시민운동가들이 만든 단체 명칭이 '내가 꿈꾸는 나라'인데, 복지, 경제민주화도 베끼기 하더니 슬로건마저 베끼는 것 같네요"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이어 그는 "박근혜 의원의 대선슬로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두고 '내가 꿈꾸는 나라'라는 단체 명칭을 작명했던 저에게 지적재산권을 행사하라는 분들이 있네요"라며 "박근혜 의원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원하진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누구나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에 살고 싶을 것입니다. 박근혜 예비후보는 그런 우리 모두의 꿈을 진정 '되게' 할 수 있는 지도자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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