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 보스의 딸을 유괴한 대학생... 어떻게 됐을까

[리뷰] 히가시가와 도쿠야 <이제 유괴 따위 안해>

등록 2012.08.27 13:45수정 2012.08.27 13:45
0
원고료로 응원
a

<이제 유괴 따위 안해> 겉표지 ⓒ 서울문화사

'유괴'는 성공하기 어려운 범죄라고 한다. 이 범죄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중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를 납치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몸값을 받아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유괴범이 몸값으로 얼마를 원하든 간에, 그 돈을 마련할 만한 능력이 없는 집의 자식을 납치한다면 돈을 받아내기는 그만큼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너무 유명한 사람 또는 재벌의 자식을 납치하는 것도 위험하다. 유명인사가 관계된 사건이라면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테고, 그러면 경찰 측에서도 사건 해결을 위해 한층 더 노력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렵지도 않고 너무 유명하지도 않은, 적당한 가정의 자식을 선택하는 것. 유괴를 성공시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일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돈을 받을지도 중요한 문제다. 많은 유괴범들이 돈을 건네받으려다가 꼬리를 밟힌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현장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돈을 받고 사라진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여고생과 대학생의 만남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이제 유괴 따위 안해>에서 한 청년은 야쿠자 보스의 딸을 유괴한다. 주인공은 스무살의 대학생 다루이 쇼타로. 그는 방학을 맞아서 학비를 벌기 위해 타코야키 노점 운영을 시작한다.


일을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쇼타로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 에리카와 만나게 된다. 그녀는 나쁜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다며 쇼타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쇼타로는 우여곡절 끝에 여학생과 함께 도망치는 데 성공하지만, 에리카의 신분을 알고 난 뒤 깜짝 놀라게 된다.

에리카는 바로 야쿠자 보스의 막내딸이었던 것. 보스는 에리카의 안전을 위해서 그녀가 등하교할 때, 그리고 외출할 때 그녀에게 경호원을 붙여줬다. 에리카는 이런 경호원의 존재를 성가셔했고 결국 그들을 떼어내기 위해서 한바탕 쇼를 벌였던 것이다.


깜짝 놀란 것도 잠시, 쇼타로와 에리카는 함께 범죄를 구상한다. 쇼타로가 에리카를 유괴한 것으로 가장하고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돈을 뜯어내자는 것이다. 실제로 유괴하는 것이 아니라 '가짜 유괴'이지만 에리카의 아버지는 사실이라고 믿고 커다란 충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가짜 유괴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쇼타로는 선배 고모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고모토는 고민 끝에 공범이 되기로 결정한다. 이렇게 해서 가짜 유괴 작전이 시작된다.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유괴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심각한 범죄와 코믹한 인물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심각한 범죄이지만, <이제 유괴 따위 안해>의 분위기는 아주 가볍고 코믹하다. 주인공인 쇼타로와 조직의 보스 모두 나사가 몇 개 빠진 듯이 말과 행동이 어리숙하다. 보스의 주변인물들도 마찬가지다. 한 편의 시트콤처럼, 작가는 작품 속에서 심각한 범죄와 코믹한 인물을 뒤섞은 것이다.

실제로 조직폭력배 보스의 자식을 유괴한다면 여기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이다. 장점이라면 폭력배라는 특성 때문에 이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경찰이 수사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유괴범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또한 조직폭력배들은 일반인들에 비해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현금을 준비할 수 있다. 이들의 돈은 십중팔구 깨끗한 방법으로 벌어들인 돈이 아닐테니 유괴범은 양심의 가책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대신 단점도 있다. 그것은 유괴범이 발각되면 형사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폭력배들에게 잔인한 방법으로 보복당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주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필요하더라도 정말 유괴 따위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덧붙이는 글 | <이제 유괴 따위 안해>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 현정수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덧붙이는 글 <이제 유괴 따위 안해>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 현정수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이제 유괴 따위 안 해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서울문화사, 2012


#이제 유괴 따위 안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김 여사 성형' 왜 삭제? 카자흐 언론사로부터 답이 왔다
  2. 2 [단독] 순방 성과라는 우즈벡 고속철, 이미 8개월 전 구매 결정
  3. 3 돈 때문에 대치동 학원 강사 된 그녀, 뜻밖의 선택
  4. 4 세계 정상 모인 평화회의, 그 시각 윤 대통령은 귀국길
  5. 5 김용의 5월 3일 '구글동선'..."확인되면 검찰에게 치명적, 1심 깨질 수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