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육·해·공 3군 의장대와 군악대의 사열을 받으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남소연
그는 25일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주요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그는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경제부흥을 이루고, 국민이 행복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 중 그의 말을 100% 신뢰하는 이는 드물 것 같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경제지표가 말해주는 암울한 징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도 지적한 것처럼 글로벌 경제 위기 앞에 또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이 없는 가운데 과연 제2의 한강의 기적은 가능할까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를 이룹니다. 그저 레토릭일 뿐이라고 냉소를 퍼붓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입니다. 그는 자신의 롤 모델을 2007년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 지난 대선 때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1533년-1603년)를 꼽았습니다. 대처는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이념적으로는 반공주의 노선을 분명히 하며 철의 여인으로 불렸고, 엘리자베스 1세는 무려 44년간 잉글랜드와 아일랜드를 다스린 처녀여왕으로 16세기 초반 파산 직전의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었다 하여 꼽은 것 같습니다.
그는 지난해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엘리자베스 1세를 꼽은 이유에 대해 "어려서 고생을 많이 했고 음모도 있었지만 잘 참아내 사려 깊은 지도자가 됐다, 자신이 불행을 겪었기 때문에 남을 배려할 줄 알았다, 늘 관용의 정신을 갖고 합리적으로 국정을 운영했으며 파산 직전의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든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변화된 시대에 따라 그의 국정운영 롤 모델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조차도 대처에서 엘리자베스 1세로 롤 모델을 바꾼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핀란드의 전직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Tarja Halonen·70)을 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는 2000년 2월 핀란드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첫 임기 6년 동안 지지율이 최고 88%에 달했습니다. 전폭적인 국민적 지지로 2006년 연임에 성공했고 무려 12년간 국정을 이끌고 지난해 퇴임했지요. 퇴임할 때 지지율이 80% 이상을 유지했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할로넨의 별명은 '무민 마마(moomin mama)'였습니다. 핀란드의 동화작가 토베 얀손이 만든 캐릭터로, 안전한 보금자리를 돌보는 엄마의 모습이지요. 가족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언제든 다른 사람을 도울 준비가 돼 있는 그런 대통령이었습니다.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을 땐 중재에 나서고, 핸드백에는 항상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다녀 '무민 밸리'의 사람들은 무민 마마를 신뢰한다는 것이지요.
핀란드 국민들이 보는 할로넨 전 대통령의 이미지는 평범한 '아줌마' 같은 소박함과 친근함입니다. 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비싼 호텔 서비스 대신 직접 옷을 다림질하고 머리를 매만졌다는 일화도 알려져 있습니다.
할로넨은 헬싱키 내의 전통적인 노동자 거주지역인 칼리오에서 용접공 아버지와 재봉사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로 변호사가 되고 국회의원과 장관을 거쳐 대통령까지 됐지만 그 자신 스스로 '서민'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치에 입문한 뒤에는 남녀평등과 동성애자 차별금지 등 소수자들의 인권 보호에도 앞장섰고, 일부 관료들이 동성애자이면서도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고 해요.
할로넨 전 대통령 재임시절 핀란드는 국가청렴도 1위, 국가경쟁력 1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 1위, 환경지수 1위 등 각종 최고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그는 리더의 조건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하고 용기가 있어야 하며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얘기는 바로 이것입니다.
"모든 판단의 기준은 국민이다."박 대통령도 필경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고 싶을 것입니다. 떠날 때 박수 받으며 떠나고 싶은 역사적 인물이 되고 싶겠지요. 그렇다면 그는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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