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전경.
홍현진
아, 토요일 아침부터 웬 도서관이냐고? 주말에 도서관 데이트하러...는 아니고, 이날은 조금 다른 목적으로 도서관을 찾았다.
지난 번 기사에서 곰씨와 내가 꿈꾸는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 했다. '결혼 비즈니스'에서 벗어난, 간소하고 특별한 결혼식. 그러려면 먼저 결혼식장을 알아봐야했다. 일단 하루에도 몇 건의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는 일반 웨딩홀은 싫었다. 그렇다고 해서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곳은 부담스러웠다. 흠, 그럼 어디가 좋을까.
폭풍 검색을 하다 '공공기관 결혼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평일에는 공공기관으로 쓰던 공간을 주말에는 결혼식을 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는 것. 서울시청, 구청, 구민회관, 복지관, 문화회관 등에서 이러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단다.
처음 공공기관 결혼식 이야기를 꺼내자 곰씨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세팅 같은 거 다 하려면 오히려 돈 더 드는 거 아냐? 인원도 제한 있고. 피로연은 어떻게 해?" 그러던 중 우연히 국립중앙도서관 결혼식 기사를 보게 되었다. 평일에는 국제회의장으로 쓰던 곳을 주말에는 작은 결혼식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한단다. 피로연은 국제회의장 옆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할 수 있다. 식당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업체가 뷔페를 제공한다고. 1인당 부가세 포함해서 2만원~2만 8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여기에 음료 포함하면 1인당 3만 원 정도다).
신부대기실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신부대기실도 있고, 폐백도 할지는 모르겠지만 폐백실도 있다. 꽃길 같은 것도 세팅해준단다. 기본적으로 웬만한 건 다 갖춰있는 셈. 본식장 규모는 200석. 최대 25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사용료는 5만 9090원.
스티비 원더, 빌리 조엘이 함께하는 결혼식 국립중앙도서관 이야기를 꺼내자 곰씨는 "어, 작년에 시험 끝나고 거기에 수험서 많이 기증했는데"라며 반가워했다. "한 번 가보지 뭐." 금요일, 나는 휴가, 곰씨는 회사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았다.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4~5군데 예약 걸어놓고 취소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직접 찾아와야 한단다. 신청은 평일에만 할 수 있다.
고속버스터미널 역에서 내려 국립도서관에 가는 길. 우리는 도서관 주변 경관을 보면서 어린아이마냥 "오, 좋은데"를 연발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이 바로 옆이라 부산에서 오기도 좋을 것 같다(내 고향은 부산이다).
총무과로 찾아가 예식장 담당자(문의 : 02-590-0534)를 만났다. '아무리 저렴해도 공공기관은 좀...'이라는 생각 때문에 공공기관 결혼식장이 찬밥신세라는 기사를 봤는데, 이곳은 전혀 아니었다. 우리가 올해 들어 벌써 60번째 예약자란다. 7, 8월과 추석 시즌을 제외하고 토요일 예약은 이미 11월까지 꽉 차있고, 일요일은 10월 말이 되어서야 빈자리가 있었다.
더운 여름에 결혼식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빠르면 6월, 늦으면 9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비슷한가보다. 일단 10월 20일로 예약을 했다. 인터넷으로 예식장 예약 현황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