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많이 급했나 봐요. 민주당이 1일 장외투쟁에 나선 이후 이틀 연속으로 장외투쟁을 말리는 사설을 내놨어요. 그럴 만도 해요. 언론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도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의 해결을 바라는 촛불이 갈수록 번지고 있는 이때, 야당마저 장외투쟁을 한다니 어떻게든 축소시키고 싶은 입장에서는 걱정될 겁니다.
<조선일보>는 1일자 사설에서 "민주당이 왜 이렇게 종잡을 수 없게 움직이느냐" "장외투쟁을 한다면 지금 그것을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 모든 일이 당내 계파 간의 선명성 경쟁 탓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민주당은 지금 대선에 불복해 한풀이하려는 세력에 휘둘리고 있다" 등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단어를 동원해서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했어요.
2일자 사설에서는 증인채택에 비협조적인 새누리당을 짐짓 나무라면서도 "증인 문제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하겠다"고 한 새누리당 원내대표 말대로 대화하라고 부추깁니다. <조선일보>는 야당의 장외투쟁에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까요? 새누리당이 야당이 되어 장외투쟁을 한다고 해도 똑같을까요?
2005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 여당의 사학법 개정에 반대해 57일 동안이나 장외투쟁을 벌인 적이 있어요. 비리로 점철된 사학을 개선해 보고자 만든 법안 하나를 두고 벌어진 일이에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과 비교해 보면 큰 문제는 아니었는데 사학의 입장을 대변하던 한나라당은 국회를 뛰쳐나갔어요. 두 달이나 국회가 마비되었죠.
당시 <조선일보>는 어떤 사설을 썼을까요? 장외투쟁을 시작한 2005년 12월 13일 이후 연말까지 사학법 관련해 쓴 두 개의 사설(
종교계가 교육에 둔 뜻을 짓밟아버린 사립학교법, "학부모에 학교 선택권 되돌려주면 私學비리 해결")에서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정부 여당만 나무랐어요.
해가 바뀌어도 마찬가지였어요. 2006년 1월 10일까지 쓴 세 개의 사설(
교육 戒嚴令이라도 선포할 건가, 사학 신입생 배정거부 힘으로 누르긴 했지만, 사학 監査도 운동권식 各個격파로 나갈 건가) 모두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어요. 한나라당 장외투쟁에 대한 사설(
한나라당, 이제 사학법 代案도 함께 생각해야)은 한 달이 지난 13일에야 겨우 하나 나왔어요. 그것도 장외투쟁 비판이 아니라 오히려 두둔하면서 대안 마련을 위한 조언 수준이었죠.
"한나라당엔 이것 말고도 지난해 국회에 낸 대입자율화·교육평준화 개선·자율형 공사립학교 확대 관련 법안들을 관철시켜야 하는 숙제도 있다. 국민들의 반응도 장외투쟁에만 매달리는 데 고개를 갸웃하는 쪽(장외투쟁 반대 81.8%·10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으로 기울고 있으니 말이다." 국민의 81.8%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를 두고도 "고개를 갸웃하는 쪽"이라네요. 한나라당에 대한 <조선일보>의 순애보는 눈물 없이 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반대한다는 여론은 40.3%입니다(1일, JTBC와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81.8% 반대를 "갸웃"이라고 설명한 <조선일보>가 40.3%를 뭐라고 표현할지 궁금하네요.
국민의 81.8%가 반대했던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에는 한 달 만에, 40.3%가 반대하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에는 하루 만에 국회 복귀 요구 사설을 낸 <조선일보>. 이건 보수와 진보의 문제도, 진실과 허위의 문제도 아니에요. 언론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잣대가 달라지면 안 된다는 언론의 기본자세에 대한 이야기에요.
장외투쟁 이틀 만에 두 개의 사설로 민주당의 국회복귀를 요구한 <조선일보>의 고무줄 잣대가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안타깝군요. <조선일보>의 사설은 49점, 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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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장외투쟁 만류한 <조선>, 많이 당황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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