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뉴스에 밀린 '촛불'... 의도적이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82번째]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②

등록 2013.08.23 22:00수정 2021.01.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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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인터뷰 당시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는 현재 방송환경에 대해 "KBS와 MBC의 보도 태도를 보면 언론으로서 갖춰야 할 저널리즘적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공영방송이 파괴됐다고 본다"며 "요즘 매일 톱 뉴스는 폭염인데 이것은 밖에만 나가도 알 수 있다, 촛불집회가 폭염에 밀린 것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 역할은 못하고 이데올로기적 정치 선전 도구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방송사) 스스로 하는 것이지만 공영방송 사장 임명권을 정부 여당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보이지 않는 외압이라고 봐야 한다"며 "사장 선임 구조를 현재 방식에서 여야 동수나 특별다수제 또는 언론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등의 대안이 있다"고 밝혔다.

KBS 수신료 문제에 대해 최 교수는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수신료는 준조세다, 국민적 공감대와 동의가 필요한데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없다"며 "또한 KBS 측은 경영이 힘들다고 주장하지만 올해 초만 해도 간부급 자리를 12개나 새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영합리활르 통해 조직을 슬림하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더 비대하게 만들었다"며 "게다가 보도의 공정성을 전혀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수신료를 올리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올리겠다는 논리"라고 일갈했다.

물가 인상을 감안해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 그는 "1987년에는 징수원이 가가호호를 돌아다니면서 직접 받았는데 징수율은 50%도 안 됐지만, 지금은 전기료에 포함시켜 징수율이 90%가 넘는다"면서 "결국 수신료가 2배 뛴 것이다, 똑같다고 주장하려면 그때처럼 징수원이 직접 받아라"고 목청을 높였다. 다음은 최진봉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공영방송, 이데올로기적 정치 선전 도구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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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최진봉 교수 ⓒ 이영광


- 국정원 개입으로 국민들은 촛불을 들지만 방송 뉴스는 잘해야 단신 혹은 여야 정쟁의 하나로 보도하거나 아예 누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언론을 어떻게 보십니까?
"현재 언론은 공영방송이 파괴됐다고 봐야 해요.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보도 태도를 보면 언론으로서 갖춰야 할 저널리즘적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죠. 예를 들어 국정원 사태에 관련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촛불집회는 민주당이 천막당사를 설치하기 전부터 있었어요. 그런데 공영방송은 민주당이 천막당사를 설치하기 전까지 한 번도 보도를 안했어요. 매일 첫 번째 기사가 폭염이었어요. 물론 폭염도 중요한 기사가 될 수 있어요. 그러나 하루 톱기사로 보도했으면 충분한데 매일 톱뉴스가 폭염 뉴스였지요.

뉴스로 안 들어도 시민들이 폭염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데 그걸 연일 톱뉴스로 배치할 이유가 없어요. 그러면서 촛불은 전혀 보도 하지 않아요. 촛불집회가 폭염 뉴스에 밀린 거죠.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겁니다.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에 장악되고 정치권력에 장악된 공영방송은 결국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보도는 누락시키고 별로 중요하지 않는 보도를 중요한 보도처럼 인식되도록 만들면서 정부에 반대하는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거예요. 공영방송이 저널리즘적 역할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거죠. 그리고 어찌 보면 이데올로기적 정치 선전 도구로 전락한 거예요. 국민들의 의식을 다른 데로 돌리게 만들거나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누락시켜서 국민들로 하여금 문제의 심각성을 못 느끼도록 만들고 있어요. 그게 현재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저지르고 있는 반민주적 행태인거죠."

- 그것이 외압일까요, 아니면 스스로 '기는 것'일까요?
"스스로 하는 건데 그건 보이지 않는 외압이라고 봐야 해요. 지금 청와대에서 방송국에 전화 걸어서 압력을 넣지는 않아요. 그러나 실질적인 공영방송 사장의 임명권을 정부 여당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장들이 알아서 정부 여당에 유리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거죠. 사장으로 재임하려면 임명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스스로 알아서 '기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보도의 공정성을 지키긴 어렵고 국정원이나 NLL보도가 편파적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거죠."

- 그럼 이대로 가면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언론은 똑같겠네요.
"그렇기 때문에 사장 선임 방식을 바꾸자고 주장하는 겁니다. 가정 먼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바꿔야 합니다. 방송문화진흥회나 KBS 이사회 구성이 정부여당 추천과 야당추천이 6:3과 7:4 구조예요. 공평하지 않죠.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공평하게 하려면 여야 동수로 이사를 추천하도록 이사회 구성을 변경해야 합니다. 그러면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사장이 선임이 이뤄지겠죠. 그것이 어려우면 특별다수제라도 채택해야 합니다. 현재는 공영방송 이사회가 다수결로 모든 걸 결정해요. 그러면 항상 정부 여당이 유리하죠. 그걸 3/4 이상으로 하자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여당이 전부 찬성해도 야당이 반대하면 통과를 못시키게 돼 견제장치가 마련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사장추천위원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언론학계나 언론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에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1차적으로 사장에 적합한 사람을 추천해서 올리면 이사회에서 추천된 후보 중 한 분을 사장으로 선임하자는 거죠."

"KBS는 몸집만 비대한 조직... 경영합리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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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7월 1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한 시민이 KBS 수신료와 관련된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 다시 KBS 수신료 인상 문제가 논란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수신료 인상에 기본적으로 반대해요. 그 이유로는 첫째, 수신료는 준조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 강제로 징수하잖아요. 그럼 국민적 공감대와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KBS는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는 곤란합니다. 국민들에게 KBS에 수신료를 올려줘도 아깝지 않다는 확신을 줄 때 수신료를 올릴 수 있는 거예요. 그러나 현재 그런 부분이 비판받는 상황이고, KBS가 보도의 공정성을 전혀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수신료를 올리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올리겠다는 논리예요. 그건 맞지 않아요.

둘째, KBS는 수신료를 올려야 하는 이유로 경영이 힘들다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 경영이 힘들다고 주장하기 전에 경영에 대한 합리화를 이뤄내야 합니다. KBS는 올해 초에도 간부급 자리 12개를 신설했어요. 조직을 더 슬림하게 해야 합니다. 지금 KBS는 몸집만 비대한 조직이 돼버렸어요. 국민의 방송이라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도 못하면서 비대해진 조직을 유지하려고 국민들에게 돈 내놓으라는 것과 동일한 상황이지요. 수신료만 올리려고 하지 말고 경영합리화를 통해서 조직을 슬림하게 만들어야 해요. KBS에 그렇게 많은 인원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 수신료는 정연주 사장때도 요구했는데….
"정연주 사장이 당시에 나름대로 판단을 해서 그렇게 주장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시청자인 국민들의 합의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신료를 올리려고 하는 어떠한 시도도 올바르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정연주 사장 시절 KBS와 지금의 KBS는 전혀 상황이 달라요. 정 사장 시절 KBS의 보도태도와 지금의 KBS의 보도 태도는 완전히 다릅니다. 공영방송으로써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신료는 올려주고 아니고는 전적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느냐 못 얻느냐의 문제입니다. 방송의 공정성 확립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이상 절대로 수신료를 올려주면 안돼요. 그게 시청자들이 KBS에 직접적으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국민들이 목소리를 KBS에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인데, 국민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무작정 올리려고 하는 것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 KBS 측에서는 현재 수신료는 1987년 이후 물가 인상이 반영 안 되었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것도 말이 안돼요. 왜냐면 1987년 당시 수신료 징수 방식은 징수원들이 직접 가가호호를 돌아다니며 받는 방식이었어요. 그때는 내기 싫으면 KBS 안 보니까 안 낸다고 하면 됐지요. 그래서 징수률이 50%도 안됐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기요금에 포함시켜 버려서 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내니까 징수률이 90% 이상 됐습니다. 결국 징수률로 보면 수신료 수입은 1987년에 비해 두 배로 뛴 겁니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 수신료 수입이 똑같다고 말하면 안돼죠. 그렇게 주장하려면 옛날처럼 징수원들을 통해 수신료를 징수하게 해야죠. 강제로 징수하지 말고."

"핵심은 성숙한 시민여론 형성... 그래야 정치권 움직인다"

- 지난주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가 JTBC 프로그램을 맡는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손석희 그리고 문지애 외에도 종편 출범에 반대한 언론인이 적지 않게 종편으로 간 것으로 아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방송인들이 종편으로 가는 것은 개인적인 선택이잖아요.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힘들다고 봐요. 왜냐면 개인적으로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고, 그분의 생활과 연관되는 부분이잖아요. 예를 들면 문지애 아나운서가 MBC를 나와서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고 자기 커리어가 있기 때문에 종편으로 가는 것을 가지 말라고 하긴 힘들죠. 그건 존중해줘야죠. 다만, 그분들이 종편에 간다고 해서 종편이 바뀔 수 있는 것이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이에요. 그렇게 쉽지 않아요. 오너가 바뀌면 논조가 바뀌지만 조직원 한 사람이 바뀐다고 방송국의 논조가 쉽게 바뀌기는 힘들죠."

- 2013년 언론이 정권에 장악된 현재 언론 정상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 생각하십니까?
"어려운 질문인데요. 지금 당장 공영방송 경영진이 문제점을 깨닫고 방송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희박하고, 그렇다고 정치권력이 바뀌는 거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성숙한 시민들의 여론형성이 중요하다고 봐요. 어떤 형태로 여론형성을 해야 할지는 고민해봐야겠지만 예를 들어 시청료 거부 운동과 같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운동을 전개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치권은 여론의 힘에 의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결국 국민들의 여론이 모아져야 하고 문제점에 대한 의견과 문제 제기가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해요."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언론은 국민들에게 사회 현상과 이슈를 이해하는 틀과 의식을 제공합니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와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게 언론의 역할입니다. 언론이 그런 역할을 잘하려면 언론이 국민의 입장에서 공정한 방송을 해야 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공영방송과 보수 언론들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 우리가 끊임없이 문제 제기와 의사 표현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봐요. 앞서도 말했지만 여론 형성이 필요하다는 건데, 자기의 생각과 의견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계속 말해야 해요. <오마이뉴스>가 그런 부분을 앞장서서 해야 하고 독자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자기 의사를 표현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지금의 언론 환경이 바뀔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만약에 그게 안 되면 이런 문제점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언론의 태도변화는 이룰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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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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