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차 아반떼, 논쟁의 중심에 서다

[오마이뷰] 현대차 자존심, 더뉴 아반떼 디젤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

등록 2013.08.25 22:06수정 2013.08.2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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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는 국민차다. 해외까지 합하면 그동안 900만대 가까이 팔려 나갔다. 국내선 해마다 10만대 넘게 꾸준히 팔려나간다. 그런 아반떼가 요즘 논쟁의 중심에 서있다. 수입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신형 아반떼 디젤부터 구형 모델의 엔진룸 누수 논란까지. ⓒ 현대차


"아반떼는 우리의 자존심같은 차죠."

올해 초 현대자동차의 고위 인사가 한 말이다. 그의 말에서 '우리'는 현대차 뿐 아니라 사실 우리나라를 대표하기도 한다. 수치로도 그렇다. 1990년 이후 지난 7월까지 국내외서 팔려나간 아반떼만 877만 대를 넘어섰다. 국내선 여전히 독보적이다. 매년 10만 대 이상씩 팔려나가고, 올해도 약간 줄긴했지만 매달 5000대 이상씩 팔리고 있다. 차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첫 번째 차로 아반떼를 떠올리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오래동안 구입해 타고 있다. 또 아반떼만큼 검증된 차도 그리 많지 않다.

그 아반떼가 요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새롭게 내놓은 디젤 모델을 두고 말들이 많다. 게다가 기존 일부 아반떼에서 엔진룸 누수 현상까지 불거지면서 말그대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현대차 쪽에선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물론 새 상품에 대한 자신감도 여전하다. 그렇다고 온라인 상의 '흉기차(현대차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 누리꾼들이 만든 신조어)' 여론이 쉽사리 사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아반떼가 뭐길래.

더뉴 아반떼 디젤, 폴크스바겐 골프보다 더 좋다고?

이번 신형 아반떼가 눈길을 끈 것은 디젤 모델이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에도 시장에 내놨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외면했다. 디젤 승용차에 대한 인식도 높지 않았지만, 그만큼 기술적 진보도 이뤄내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렇게 아반떼 첫 디젤은 2009년에 조용히 퇴장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그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선 큰 변화가 진행됐다. 수입자동차의 약진이 그것이다. 맨앞에 디젤 승용차가 있었다. 폴크스바겐을 비롯해 베엠베(BMW) 등 주로 독일차들이 시장을 공략했다. 자동차의 탄탄한 기본기 뿐 아니라 탁월한 경제성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젖혔다. 웬만한 수입 소형디젤 승용차의 판매량은 이미 비슷한 가격의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를 앞질렀다.

아반떼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장에선 아반떼 디젤은 필수라고 했다. 이른바 20~30대 젊은층의 디젤 승용차에 대한 호감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기와 품질이었다. 특히 디젤차 갖는 특유의 소음과 진동, 그리고 상대적으로 비싼 차값 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했다.


김상대 현대차 이사는 "분명 예전 (아반떼) 디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폴크스바겐 골프 7세대를 면밀하게 분석해, 아반떼와 비교했다고도 했다. 이어 3000만 원대의 골프와 비교해서 값은 훨씬 싸면서도 성능이나 경제성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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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디젤에 올라간 엔진은 1.6리터 VGT다. 최고 출력은 128마력, 최대 토크는 28.5kg.m이다. ⓒ 오토다이어리


그랜저보다 힘도 더쎄고 소음·진동은 잡았지만... 고속주행성능은 글쎄


실제 기자가 타봤다. 아반떼 디젤에 들어간 엔진은 1.6리터 브이지티(VGT)다. 최고 출력은 128마력, 최대 토크는 28.5kg.m이다. 그랜저의 토크 보다 오히려 높다. 일반적으로 토크가 높으면 힘이 좋고, 가속성능도 우수하다. 디젤차의 장점이기도 하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디젤차의 공회전 소음은 휘발유보다 크다. 아반떼 디젤도 그렇다. 현대차가 내놓은 자료에도 휘발유 아반떼보다 공회전시 소음이 약간 높다. 하지만 수치가 그럴 뿐 실제 그 차이를 느끼기란 어려울 정도였다. 진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회전때 운전대를 잡고 있다 보면 미세한 진동이 전해진다. 하지만 휘발유 아반떼 진동이 97이고 디젤 진동이 96인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거의 차이가 없다.

도로 위로 차를 움직였다. 가속페달을 지긋히 밟았다. 가속시간은 휘발유 차량보다 약간 늦은 감도 있다. 하지만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별다른 무리없이 올라간다. 엔진 회전수는 2000알피엠(RPM)을 넘지 않았다. 엔진음이나 진동도 현대차 디젤승용차 수준치고는 상당히 좋아졌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차에서는 처음으로 엔진블록 커버를 채택했고, 엔진실린더 블록 커버와 오일팬 커버 등을 넣어서 소음과 진동을 줄였다. 박진영 현대차 남양연구소 부장은 "아반떼 디젤에 현대차의 소음진동방지대책 기술이 총망라돼 있다"고 할 정도였다.

경기도 양평 일부 직선구간에선 속도를 더욱 높였다. 과거 아반떼 디젤모델의 소음과 진동 이외 고속주행시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속도계 바늘이 시속 150킬로미터를 훌쩍 넘어서면서 자동차의 좌우 움직임은 여전했다. 어딘지 모르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웠다.

자동차의 앞뒤 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디젤 엔진은 기본적으로 휘발유 엔진보다 무겁다. 디젤차의 교과서로 불리는 골프의 장점은 경제성 뿐 아니다. 무거운 디젤엔진을 올리고도 차체의 완벽한 균형을 만들어 냈다. 이 때문에 고속으로 차를 내몰거나 곡선구간에서도 운전자가 원하는대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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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아반떼 디젤은 과연 성공할수 있을까. 현대차는 아반떼 전체 판매비중 가운데 디젤이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오토다이어리


국민차 아반떼가 정말 소비자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조건

현대차쪽에선 골프와 내부적으로 비교시승 등 꼼꼼히 살폈다고 했다. 아예 한 임원은 "골프가 차체 무게를 크게 줄였음에도 연비는 과거와 같다"고도 했다. 그리고 골프는 엔진과 변속기 등이 연료소비효율에 최적화한 모델이라고 했다. 대신 아반떼는 연비는 골프보다 약간 떨어지더라도 주행성능 면에서 우수하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골프 1.6리터급 블루모션과 아반떼 디젤을 모두 타본 기자 입장에선 선뜻 납득할수 없었다. 아반떼 디젤이 전보다 분명 소음과 진동과 주행성능이 나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골프와 단순 비교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했다.

물론 2000만 원대 디젤 승용차를 원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차값도 무시할수 없다. 아반떼 디젤 값은 1740만 원부터 시작한다. 가장 비싼 모델이 2090만원이다. 국내 수입되는 골프의 경우 1.6리터 모델이 2990만 원부터다. 소비자 입장에선 과연 1000만 원을 더 주면서까지 골프를 탈것인지 고민스러울 수도 있다.  현대차도 이 부분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골프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이보다 500여만 원 싼 폴로 1.6 디젤도 낫다는 평가도 있다. 이 역시 아반떼보다는 차 크기 등에선 단점이지만, 경제성 등에선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차에선 아반떼 디젤이 매달 1000여 대 이상 팔릴 것으로 보고있다. 아반떼 전체 모델에 20%에 달하는 수치다. 이미 예약 판매도 비슷하다고 했다.

아반떼 디젤모델이 성공을 거둘지는 올해 연말께면 어느정도 판가름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아반떼 디젤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현대차의 시장과 소비자를 상대하는 모습은 여전히 아쉽다. 소비자들의 디젤에 대한 인식과 선호를 알고 있으면서도 현대차는 먼저 나서지 않았다. 소비자를 위해 먼저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이끌어가려는 의지는 별로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최근 불거진 아반떼 엠디(MD) 엔진룸 누수현상 논란도 마찬가지다.

100년 넘은 자동차역사와 기술을 가진 회사들도 완벽한 차를 만들수는 없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비자를 마주하는 진정성이다. 현대차를 둘러싼 품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회사쪽은 항상 뒤늦게 마지못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한 경제학자는 "현대차의 오늘은 국내 소비자들의 희생도 한몫했다"고 할 정도였다. 글로벌 톱5의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와 국민차 아반떼가 더 소비자에게 인정받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곰곰히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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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아반떼 디젤모델의 실내 모습. 예전 아반떼와는 사뭇 다르게 변했다. ⓒ 오토다이어리


#현대자동차 #더뉴 아반떼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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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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