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개가 박근혜정부 최악의 실수?

[미국언론 모니터 ①] 한반도 문제 부정적 보도 일관하는 <월스트리트저널>

등록 2013.11.11 10:48수정 2013.11.1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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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연구원은 <오마이뉴스>와 공동으로 미국언론의 한반도 관련 보도 태도를 분석하는 글을 5회에 걸쳐 싣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정책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선 순위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중동문제 등 굵직한 외교문제와 미국 국내 재정문제 그리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행태에 대한 미국언론의 부정적인 보도는 미국 여론이 한반도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보도태도를 분석하는 목적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여론의 현주소를 진단하는데 있습니다. 진단이 정확하다면 정부나 민간차원에서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연대와 협력의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 순서로 개성공단에 대한 미국언론의 보도태도를 분석한 글을 올립니다. [편집자말]
개성이란 지명이 미국언론에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한국전쟁 때이다. 1951년 7월 8일자 <뉴욕타임스>는 이날부터 시작된 정전 회담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개성에 대해 "38도선에서 3마일 아래" 위치한 도시이며 "중세 은둔자 왕국의 수도"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개성의 역사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 언론에 처음 등장한 개성

"38도선이 정치적 분계선이 된 후 개성에서 5마일 떨어진 들판에서 미국과 소련의 대화"가 있었으며, "선거를 위해 북한에 들어가려는 UN위원회를 공산주의자들이 돌려보낸 곳이 개성"이라는 것이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 3차례의 점령 교체"가 있었고, "연합군의 엄청난 폭격" 때문에 "60%의 가옥이 파괴되고 대부분의 인구가 피신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2차 대전 이후 개성의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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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이 지난 4월 3일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 제한 조치로 가동 중단된지 160여 일 만에 재가동된 가운데 17일 오전 북한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서 활성화된 개성공단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역사를 가진 개성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한국전쟁의 정전을 위한 회담이 시작되었다. 이 정전회담에서 정전을 위한 임시 분계선은 38도선을 기준으로 하였다. 이로 인해 38도선 아래쪽에 있고 공산군이 점령하고 있던 개성에서 공산군은 형식적으로나마 군대를 철수한 상태(공산군 측의 행정 인력은 남아 있었다)에서 정전회담이 진행되었다. 개성은 미국언론에 한국전쟁의 정전과 평화와 관련하여 소개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미국언론에 비친 개성에 관한 이미지는 2000년 현대가 개성공단개발을 북한과 합의할 때도 그대로 이어져 "서울에서 북쪽으로 50km 떨어진 한국전쟁 정전회담장소인 판문점이 보이는" 곳에 개성공단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2000년 8월 11일자 <뉴욕타임스>).

개성공단의 개발초기에는 공단의 의의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2006년 7월 18일자 <뉴욕타임스>는 부시 정부의 북한인권대사인 레이코비츠(Jay Lefkowitz)의 말을 인용하면서 "부시 정부는 오랜 유보적 판단 뒤에 개성공단을 비판했다. 미국은 다른 부분에서 북한을 금융적으로 쥐어짜고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기능을 한다"고 보도했다. 통일부의 설명을 빌려 "북한근로자들이 서명을 하고 자신의 임금을 받아가기 때문에 그런 비난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병행하여 보도하였다.

개성공단과 북한의 시장경제개혁


그 뒤 개성공단에 대한 미국언론의 입장은 언론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먼저 <뉴욕타임스>는 여러 비판에도 긍정적 효과에 대해 보도하였다. <뉴욕타임스>는 "(개성공단에서 남북한 주민의) 증가한 접촉은 조그만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는 주장이 있으며 "독을 쥐에서 먹이기 위해서는 독 위에 설탕을 발라야 한다. 남북한 주민이 날마다 접촉함으로서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눈으로 북한의 선전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교수의 말을 보도하였다(2008년 8월 20일자 <뉴욕타임스>).

또한 올해 개성공단이 폐쇄위기에 처해있던 때에도 개성공단의 효과를 소개했다. 2013년 5월 4일자의 <뉴욕타임스>는 "(개성공단 개발 초기) 9년 전에는 오래되고 엄격한 스커트 대신에 패션너블한 바지를 입고 있는 북한 여성이나, 이제 막 북한에 소개된 휴대폰"이 개성공단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보도하면서 "개성은 남북 모두에 좋은 사업이다"라는 개성공단 남한 근로자의 말을 인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개성공단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하면서 "(개성공단이 북한에게) 더 폭넓은 시장경제개혁을 위한 이행모델"이 되지 못했다고 보도하였다(2013년 4월 3일자 <워싱턴포스트>)

이와 같이 일정한 한계에도 개성공단을 의의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와 달리 <월스트리트저널>은 개성공단의 의의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개성공단 일시 폐쇄 후 재개하도록 한 남북한 합의에 대해서도 2013년 7월 7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개성공단 재개는 평양에 구명줄을 던진 것"이며 "박근혜 정부가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햇볕정책의 최악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비난하였다.

부정적 보도로 일관하는 <월스트리트저널>

더 나아가 <월스트리트저널>은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의 외부기고를 통해 "개성실험은 실패했다"고 단언하면서 "개성공단을 제재의 한수단으로 언제든지 폐쇄할 수 있는 옵션을 남한 정부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2013년 8월 18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아울러 <월스트리트저널>은 2013년 4월 9일자에서 개성공단은 "가난한 독재국가인 북한에게 상당한 규모의 돈"을 지급하며, 개성공단에 있는 남한 사람들을 "인질"로 잡을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을 북한에게 제공한다"고 보도하였다. "개성이 임금직불을 규정한 한국의 노동법을 따라야 한다"고 하면서 "개성공단에는 충성심에 의심이 없는 특별히 북한 정부에 의해 선발된 사람만이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태도는 국내 보수신문의 보도 태도와도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개성공단 재개합의를 잘못된 것이라고 맹비난하던 바로 그날인 2013년 7월 8일 <조선일보>는 "개성공단을 경협 성공 모델로 만들 새 원칙 세우라"라는 사설을 통해 "박근혜정부는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에 앞서 북한이 남북 간에 합의된 사항을 자의적으로 짓밟는 일이 없도록 새로운 원칙을 세워나가야 한다. 남북이 이런 원칙을 세울 수 있다면 이번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는 지난 5년간의 막히고 뒤틀렸던 남북 관계의 틀을 새로 만들어 가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개성공단 재개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원칙에 입각한 개성공단재개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는 개성공단의 개발로 인해 가져왔던 북한의 변화(<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바로 그 변화)에 대해 외면할 뿐만 아니라, 사실 관계 자체도 왜곡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스트트저널>은 "개성공단에는 충성심에 의심이 없는 특별히 북한정부에 의해 선발된 사람만이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개성공단 북한근로자가 현재 5만 명이 넘어가고 있으며 개성시내 인구가 20만 명이 넘지 않는 상황에서 도대체 정부에 충성심 높은 사람만 근로자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겠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앞서 설명한 브루스 클링너의 외부기고는 개성공단이 북한의 개혁 거부나 잦은 생산중단 등의 이유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반도의 긴장고조는 남의 일?

개성공단은 진보정권에서 시작되었다. 2008년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진보정권에서 약속한 근로자숙소 건설 등이 지연되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발전이 어려웠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정부가 개성공단에 대한 추가 투자를 제한하지 않았다면 더 발전했을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개성공단은 실패한 실험이 아니며 진행 중인 사업으로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는 사업이다. 개성공단이 없어진다면 남북간에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남북간 긴장 고조에 대해 남한은 우려가 큼에도 미국의 일부 보수층은 그것은 남의 일인 것으로 여기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립니다.
#개성공단 #뉴욕타임즈 #정전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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