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 중인 지난 3일 르 그랑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 인사말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대통령이 순방외교에서 국가 이익을 얼마나 관철시키고 왔느냐이다. 그런데 <르몽드>는 박통의 불어 연설을 인용하면서 "청중이 '환호'했다"고 보도했는데, 그 환호한 까닭은 바로 박통이 "공공시장을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 프랑스 기업인들은 불어 연설보다는 내심으로 "공공시장 개방" 발언에 환호한 것이다.
박통은 11월 4일 이미 <르몽드> 인터뷰에서 공공조달 시장을 외국기업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한국-프랑스 경제인 간담회에서 프랑스 기업인들로부터 한국 기업의 프랑스 투자 확대 방안, 외국인 투자기업의 인건비 상승 억제 방안 등 세 가지 질문을 받았는데 나머지 하나가 정부 조달시장 개방 요청이었다. 청와대의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더라도, 세 번째는 질문이 아닌 요청이었고 "특히 철도 관련 정부 조달시장을 개방해 주면 좋겠다"는 거였다.
박통은 프랑스 기업인들 앞에서 이렇게 답변했다.
"도시철도 시장개방과 관련해서 WTO 정부조달협정의 국내 비준을 추진하고 있고, 이 비준이 통과되면 연내 WTO에 비준 기탁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도시철도 분야의 진입 장벽도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정부와 청와대의 두 가지 거짓말그런데 박통의 답변으로 정부가 해온 해명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지난해 3월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정부조달위원회는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런데 그해 9월 박원석 의원(정의당)이 확보한 통상교섭본부의 GPA 개정안 번역초안에 따르면, 정부조달 공개 대상기관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인천메트로 등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지하철 등 기간 선로 산업 기관이 모두 포함됐다.
이에 따라 국내 철도 기간망이 개방돼 민영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외국자본이 철도 관제권을 확보할 경우, 철도운송사업에 쉽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전세계적으로 프랑스(알스톰)와 독일(지멘스) 등 EU 국가 기업들은 세계 철도산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서울지하철 9호선의 운영사인 '서울9호선운영㈜'에는 프랑스 기업인 '베올리아 트란스포르'가 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공공조달시장 개방 움직임에 대해 '철도민영화를 위한 사전포석'이란 비판이 있자, 정부는 당시 WTO GPA 개정상 철도민영화는 공동조달 시장 개방과는 관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해명이 거짓말이었음이 박통의 <르몽드> 인터뷰와 불어 연설을 통해 명확해진 것이다.
청와대의 또 다른 거짓말은, 이 같은 박통의 발언을 전후해 GPA 개정안에 대한 국내 절차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안이 불거지자 이정현 홍보수석이 "국무회의 심의가 남았다"고 딴청을 부린 것이다.
박주선 의원실이 12일 관계부처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GPA 개정안을 11월 1일 차관회의에 이어, 5일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정현 홍보수석은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WTO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에 대한 심사결과, 국회 동의가 불필요하므로 대통령 재가를 거쳐 비준하면 된다"면서 "국무회의에 상정돼 있기 때문에 조만간 국무회의 심의 끝나면 대통령 재가 거쳐서 WTO 사무국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GPA 개정안 비준동의안 국회에 제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