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패션-불어 연설한 박통, 박수에 취해 '퍼주기'?

[김당의 톺아보기] 외국자본에 철도시장 개방 약속한 박근혜 정부

등록 2013.11.13 20:42수정 2013.11.1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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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를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프랑스기업연합회(MEDEF)에서 열린 한-프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 프랑스어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프랑스를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프랑스기업연합회(MEDEF)에서 열린 한-프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 프랑스어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카카오톡 본사를 방문해 직원들에게 "제 (영어) 이름을 줄이면 GH, '그레이트 하모니'(Great Harmony·대화합)다"며 "'하모니'로 불러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에 취임한 뒤의 정부 인사나 행보는 '그레이트 하모니'와는 정반대였다.

그래서일까?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언론에서의 호칭이 'GH'나 'PP'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어 약칭인 GH 또는 PP(President Park) 대신 한글 본명으로 불러달라는 뜻이었다. 박 대통령이 직접 호칭에 대한 의사를 밝히기 전에도 청와대 홍보수석실 직원들은 출입기자들에게 "제목이나 기사에 'PP'라고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참여정부 초기에도 홍보수석실이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신문 제목에 '盧'자로만 표기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신문, 주로 조중동이 '노통'이라고 줄여 쓰곤 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공식석상에서도 노 대통령을 '노통'이라고 불렀고, 일반인들도 대부분 'MH' 대신 '노통'이라고 불렀다. 이런 관행과 본인의 의사를 반영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약칭은 사실 '박통'이 제격이 아닐까 싶다. 혀를 조금 굴리면 박통이 좋아하는 불어처럼 들리는 친숙감도 있다.

박통의 한복 패션과 외국어 연설이 높은 지지율의 버팀목?

박통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최근 한국갤럽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4~7일, 전국 성인 1,211명)에 따르면, 긍정 평가는 58%(부정평가 29%)로 추석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 직무 긍정평가 이유에서 '외교/국제 관계' 응답이 취임 이후 최고치인 25%에 달해 박통의 유럽 순방이 직무평가 반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외국 순방 중에 보여준 한복 패션과 방문국 언어 연설이 직무수행 평가를 떠받치는 버팀목인 셈이다.

박통은 프랑스에서도 한국과 프랑스 기업인들 앞에서 불어로 연설해 기립 박수를 받았다. 39년 전 프랑스에서 6개월 유학한 박통이 불어 연설을 하려면 상당한 교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굳이 대통령이 우리말을 두고 외국어로 연설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나, 어려운 외국어를 습득할 시간에 보고서를 더 읽고 국민과 더 소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상대국 언어 연설은 공공-문화외교에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 중인 지난 3일 르 그랑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 인사말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 중인 지난 3일 르 그랑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 인사말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제는 대통령이 순방외교에서 국가 이익을 얼마나 관철시키고 왔느냐이다. 그런데 <르몽드>는 박통의 불어 연설을 인용하면서 "청중이 '환호'했다"고 보도했는데, 그 환호한 까닭은 바로 박통이 "공공시장을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 프랑스 기업인들은 불어 연설보다는 내심으로 "공공시장 개방" 발언에 환호한 것이다.


박통은 11월 4일 이미 <르몽드> 인터뷰에서 공공조달 시장을 외국기업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한국-프랑스 경제인 간담회에서 프랑스 기업인들로부터 한국 기업의 프랑스 투자 확대 방안, 외국인 투자기업의 인건비 상승 억제 방안 등 세 가지 질문을 받았는데 나머지 하나가 정부 조달시장 개방 요청이었다. 청와대의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더라도, 세 번째는 질문이 아닌 요청이었고 "특히 철도 관련 정부 조달시장을 개방해 주면 좋겠다"는 거였다.

박통은 프랑스 기업인들 앞에서 이렇게 답변했다.


"도시철도 시장개방과 관련해서 WTO 정부조달협정의 국내 비준을 추진하고 있고, 이 비준이 통과되면 연내 WTO에 비준 기탁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도시철도 분야의 진입 장벽도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와 청와대의 두 가지 거짓말

그런데 박통의 답변으로 정부가 해온 해명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지난해 3월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정부조달위원회는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런데 그해 9월 박원석 의원(정의당)이 확보한 통상교섭본부의 GPA 개정안 번역초안에 따르면, 정부조달 공개 대상기관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인천메트로 등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지하철 등 기간 선로 산업 기관이 모두 포함됐다.

이에 따라 국내 철도 기간망이 개방돼 민영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외국자본이 철도 관제권을 확보할 경우, 철도운송사업에 쉽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전세계적으로 프랑스(알스톰)와 독일(지멘스) 등 EU 국가 기업들은 세계 철도산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서울지하철 9호선의 운영사인 '서울9호선운영㈜'에는 프랑스 기업인 '베올리아 트란스포르'가 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공공조달시장 개방 움직임에 대해 '철도민영화를 위한 사전포석'이란 비판이 있자, 정부는 당시 WTO GPA 개정상 철도민영화는 공동조달 시장 개방과는 관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해명이 거짓말이었음이 박통의 <르몽드> 인터뷰와 불어 연설을 통해 명확해진 것이다.

청와대의 또 다른 거짓말은, 이 같은 박통의 발언을 전후해 GPA 개정안에 대한 국내 절차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안이 불거지자 이정현 홍보수석이 "국무회의 심의가 남았다"고 딴청을 부린 것이다.

박주선 의원실이 12일 관계부처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GPA 개정안을 11월 1일 차관회의에 이어, 5일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정현 홍보수석은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WTO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에 대한 심사결과, 국회 동의가 불필요하므로 대통령 재가를 거쳐 비준하면 된다"면서 "국무회의에 상정돼 있기 때문에 조만간 국무회의 심의 끝나면 대통령 재가 거쳐서 WTO 사무국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GPA 개정안 비준동의안 국회에 제출해야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 YMCA 전국연맹이 지난 6월 25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 있는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정부에 철도 민영화 강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 YMCA 전국연맹이 지난 6월 25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 있는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정부에 철도 민영화 강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동환

헌법 60조 1항에서는 국회의 체결·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약들을 예시하고 있다. 법제처는 조약의 내용이 국내 법률의 제·개정이 필요치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주선 의원과 민주당은 법제처 심사결과에 따르더라도, 통상조약인 WTO의 부속협정인 GPA 개정안은 '통상조약'으로서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GPA 개정안은 국가기간산업인 '철도민영화'를 허용하기 때문에 이는 철도요금 인상 등으로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므로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994년 우리나라가 WTO GPA 가입 당시에도 정부는 국회 비준동의를 받은 바 있다.

또 통상절차법 제13조 3항에는 정부에서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 없다고 해석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국회는 서명된 조약이 통상조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정부에 비준동의안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박주선 의원과 민주당은 이 규정에 근거해 GPA 개정안에 대한 국회비준동의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복 패션과 불어 연설에 대한 박수에 취해 철도시장 개방을 '퍼주기'하고 온 것이 아니라면, 박통과 정부는 GPA 개정안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함은 물론 통상절차법 9조(통상조약 체결의 경제적 타당성 등 검토)와 11조(영향평가)에 해당하는 사항을 국회와 국민에게 보고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김당의 정치톺아보기'를 '김당의 톺아보기'로 문패를 바꿔 재개합니다.
#박근혜 #한복 패션 #불어 연설 #박원석 #박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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