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나라' 북한이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미국언론 모니터④] 평양에 생기는 고급 음식점들과 미국 언론

등록 2013.11.28 17:28수정 2013.11.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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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연구원은 <오마이뉴스>와 공동으로 미국언론의 한반도 관련 보도 태도를 분석하는 글을 5회에 걸쳐 싣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정책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선 순위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중동문제 등 굵직한 외교문제와 미국 국내 재정문제 그리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행태에 대한 미국언론의 부정적인 보도는 미국 여론이 한반도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19세기 말 목사이자 동양학자였던 미국인 그리피스가 <은둔의 나라 코리아(The Hermit Nation Corea)>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이 책의 제목에 빗대어 한국은 은둔의 나라로 불려졌다. 책이 발간될 당시 조선은 외국에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은둔의 나라는 외부 접촉을 거부한 폐쇄적인 나라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단어가 1세기도 더 지나서 미국 언론에서 북한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은둔의 나라(Hermit Kingdom), 북한

미국언론에 비친 북한은 고립되고(isolated nation), 비밀스러운(secretive)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퇴보된(the most backward place on the planet) 나라이다. 북한은 또한 빈곤한 국가이다. 빈곤(poverty), 굶주림(starvation), 기아(famine), 영양실조(malnutrition) 등의 단어들은 '북한(North Korea)'과 함께 등장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고립되어 있고 빈곤한 북한이 8월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스마트폰 아리랑을 자체 생산한다는 보도를 냈다. 이에 <워싱턴 포스트>는 8월 14일 '북한, 이노베이션 국가?(North Korea, innovation powerhous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이 이노베이션 르네상스를 겪고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이 이 스마트폰이 중국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의심하지만, 이 작은 핸드폰이 북한의 경제적 회생(economical revival)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다소 긍정적인 보도를 했다.

AP통신의 경우는 8월 16일 기사 "자체 생산한 북한의 스마트폰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Skepticism as N Korea shows home-grown smartphone)"를 통해, 한국과 외국에서 북한의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각에 대한 보도를 했다.

노스코리아테크(northkoreatech)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마틴 윌리엄스(Martyn Williams)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북한이 자체 생산한다는 스마트폰은 아마도(probably) 중국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8월 11일자 <조선중앙통신>의 기사에 수록된 사진상 스마트폰이 생산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핸드폰 회사의 김문구 매니저의 발언도 덧붙였다. 그는 "사진으로만 보아서는 북한이 스마트폰을 자체 생산하는지를 확신할 수 없다. 공장이 너무 깨끗해서 기계들을 작동하는지 안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기사는 이화여자대학교의 강효제 연구교수의 "기술 부족으로 북한이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맞지 않고 북한이 부품을 어떻게 구하는지 의문이라고 하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는 다른 의견도 함께 실었다.


북한이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그러나 CNN(8.13)은 북한의 스마트폰 자체 생산능력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위주로 보도했다. AP통신에서 부정적 시각으로 인터뷰한 마틴 윌리엄스의 언급만을 인용하는데 그쳤다.

김문구 매니저와 마틴 윌리엄스는 똑같이 북한 스마트폰의 자체 생산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김문구 매니저는 사진상 깨끗한 공장 모습에 대해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그런데 마틴 윌리엄스는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공장이 깨끗해서도 아니고 사진을 보니 "완성된 스마트폰을 검사하고 테스트는 하지만, 생산을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가 회의적인 주장을 하는 이유이다. 그 어디에도 그 제품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없다. '아마도(probably)'만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의 대형 물놀이 시설에도 미국언론은 호기심을 보낸다. <워싱턴 포스트>는 "북한은 우리가 본 가장 끔찍한 워터파크를 지었다(North Korea just built the creepiest water park you've ever seen)"고 보도했다. (2013.10.18.) 워터파크 이외에 지난해 개장한 돌고래 수족관과 공사 중인 스키 리조트 등을 함께 언급했다. 주민들은 전기와 식량 없이 살아가는 와중에 분명히 낭비적(obviously wasteful extravagances)이고 이해되지 않는다(absurd)고 보도하였다. 

이와 비슷한 시각은 <ABC뉴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6월 18일 '북한은 굶주리지만 엘리트는 고급 음식점을 연다(North Korea Starving, But Elite Open Luxury Restaurant)'는 제목으로 600만 명이 영양실조와 기근에 노출되어 있지만 북한의 수도에 고급 음식점이 등장하였다는 기사를 보도한 것이다.

북한에 있어서는 안 될 고급 음식점과 워터파크

물론 모든 미국언론이 북한에게 비판적인 평가만을 하지는 않는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는 10월 23일, 북한 워터파크와 리조트, 스키장 같은 시설들에 비판적인 시선이 많이 있었지만 이들 시설이 저평가(underestimate) 된 것일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관광산업은 많지 않은 투자로도 북한에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워터파크나 유원지 같은 시설이 식량부족이나 경제적 빈곤을 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북한의 변화를 위한 분명한 걸음(tangible steps)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에 고급음식점이 생기고 워터파크가 개장되며 스키장이 지어지는 것을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 북한 주민 상당수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므로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도 바라볼 수는 있다. 아직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주민들이 태반인데 일부의 상위계층을 위해 낭비한다고 볼 수도 있다. 또 이런 시설들이 북한의 관광산업을 발전시켜 결국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 돈이 결국 북한 정권의 손에 들어가고 주민들의 빈곤한 삶이 나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북한에 대한 사실적인 소개, 북한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에 대한 균형 잡힌 보도이다. 하지만 미국의 일부 언론들은 북한에 상당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보도는 유독 엄격하다. 북한과 비슷한 경제수준의 미얀마에, 방글라데시에 고급 레스토랑과 워터파크가 생겼다고 해서 굶주리고 있는 주민들을 나몰라라 한다고 비난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이미혜님은 코리아연구원 미국언론비평팀 연구원입니다.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립니다.
#은둔의 나라 #북한 스마트폰 #미국언론 #평양 워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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