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희 시민기자밀양에 체류하면서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를 쓰고 있는 정대희 시민기자.
김병기
정 기자 역시 34세의 노총각. 충남 태안에서 오랫동안 시민기자로 활동해 온 그는 김 기자와 함께 지난해 12월 31일 밀양에 특파됐다. 이 두 기자의 또 다른 공통점은 <오마이뉴스>를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10만인클럽 회원이라는 점이다. 매달 자신의 지갑을 열고, 그것도 모자라 노트북을 열어 기사를 쏘아주는 일인 다역의 열성파 시민기자다. 지난 14일 '특임기자 기자증'을 전달하기 위해 두 사람을 만났다.
덜렁이 기자 VS 설거지 기자- 밀양에 왜 왔나?김종술 : "할머니들이 보고 싶었다. 1차 밀양 희망버스를 타고 왔을 때 만난 할머니들의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었다. 우리 어머니가 82세인데, 밀양 할매들은 어머니같은 분들이다. 분향소에 갔을 때 나에게 스스럼없이 피멍든 팔, 피멍든 다리를 보여줬다. 매일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다."
정대희 : "현장 기자로서 살고 싶었다. 르포 기사를 써서 할머니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들의 하루 일과는 상황실에서 시작한다. 정 기자는 공부방에서 생활하는데, 김 기자는 너른 마당에서 독방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창고방이다. 장난감과 각종 시위용품 등이 쌓여있는 2평 남짓한 공간인데, 한 사람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빈곳이 그의 숙소이자 기자실이다. 얼마 전부터 온수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찬물로 대충 씻고 지내고 있다.
김 기자는 매일 오전 8시에 눈뜨자마자 상황실과 분향소를 들른다. 밀양강의 겨울 칼바람 속에서 할매-할배들이 돌아가면서 분향소를 지키기 때문에 새로운 기사 아이템을 그곳에서 찾을 수 있단다. 밀양 송전탑 예정지의 일상이 시시각각 타전되는 상황실은 바로 건넌방이어서 현장 취재 정보를 즉시 파악할 수 있다.
정 기자는 처음에 밀양에 왔을 때, 3일 동안 할매-할배들이 비닐이나 천막을 치고 한전 직원들을 지키는 노상 움막에서 잤다. 그 뒤에는 시끌벅적 공부방에 진을 치고 오전에는 현장 기획 기사를 준비하려고 자료를 찾은 뒤에 할매들을 인터뷰하러 오후에 취재에 나간다고 한다. 그러니까 김 기자는 현장 취재를 전담하고 있고, 정 기자는 현장 기획 취재를 중심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진 셈이다. 정 기자의 또 다른 역할은 설거지. 대책위 상황실에서 신세지는 게 미안해 밥을 먹고 난 뒤에 설거지를 한다.
- 기사를 봐도 두 기자의 취재 스타일이 다른 것 같다. 서로 티격태격 싸우지는 않나?김 : "난 덜렁이 기자다.(웃음). 정 기자는 자료 활용해서 꼼꼼하게 쓰는데, 난 현장 기사를 주로 쓴다. 현장에서 경찰들이 할매들을 과격하게 진압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하기도 한다. 활동가형 기자라고 할 수 있다."
- 김 기자가 '활동가형 기자'라면 정 기자는 '학구파 기자'인가(웃음)?정 : "기본적으로 현장 취재를 하지만 전체적인 윤곽을 담으려고 자료를 많이 활용한다. 경찰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송전탑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들도 만나려고 애를 쓴다. 김 기자와는 취재 스타일이 다르지만, 다행히도 취재 동선도 달라서 서로 싸울 일은 없다.(웃음)"
"<오마이뉴스> 때문에 살아남았다"- 밀양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나?김 : "당근! 일단 현장에 가면 어머니들이 우리를 찾는다. '오마이뉴스가 있어서 우리가 살아남았다'라고 말씀하신다. 기자가 현장에 가면 경찰의 진압이 부드러워진다고 말씀하기도 한다. 내가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에 감사한다."
정 : "할매들은 <오마이뉴스> 이름만 들어도 반색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부족함을 느낀다.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서... 밀양의 문제를 전국화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 말이 끝나자 시끌벅적 공부방으로 박준호(초등학교 4학년)군이 들어왔다.
정 : "너 오늘 고대 풀었네? 김 : "야, 형한테 뽀뽀 한 번 해주라. 너, 나 안 보고 싶었니?" 이 모습을 보니 두 명의 시민기자들은 영락없는 밀양 주민이었다.
- 현장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면? 김 : "지난 6-7일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던 경찰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았던 경찰과는 너무도 달랐다. 남대문 시장에서 옷을 사 입고 온 철거 현장의 용역 같았다. 경찰이 되레 주민들을 자극했다. 경찰이 고답마을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하려고 시도하면서 5명이 구속되고 10여명이 병원에 갔다. 너무 잔인했다."
정 : "밀양 부북면 위양리 127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인 화악산 산꼭대기 1번 초소에서 할머니는 움막을 지키고 있다. 반면 여수마을은 경도 좋고 조용한 마을이다. 너무 대비된 풍경이다. 그런데 마을 속으로 깊이 발을 들여놓았더니, 송전탑 한개 때문에 엉망이 돼버린 주민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 8년 동안 싸우면서 욕쟁이가 된 할매, 할배들. 시골의 순박한 어르신들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인 상황에 대해 화가 났다."
"휘발유 아저씨 안아 드리면서 울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