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리어 고파찰 파르밧에서 마주한 뜻밖의 광경. 벌거벗은 누드남들은 여기저기 파인 동굴 안에도, 바위 뒤에도 숨어 있었다. 누운 누드남, 앉은 누드남, 얼굴 없는 누드남, 10층 크기만 한 큰 누드남, 2층 크기만 한 작은 누드남 등 종류도 다양하다.
Dustin Burnett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한탄병'에 빠져 지난 시간을 원망해 본들 시간은 가지 않는다. 기차 밖에는 초록의 너른 밭이 펼쳐져 있다. 초록 바탕 위에 노랗고 작은 꽃들이 점묘화처럼 점점이 피어 있다.
그 길 사이를, 바구니를 이어진 분홍, 초록, 빨강 사리를 입은 여인네들이 걸어간다.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기차 차량과 차량 사이의 문 자리는 비어 있는 법이 없다. 문간에 걸터앉아 기차가 빠르게 스쳐 가는 인도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들. 나도 조금 마음을 비워본다. 기차에 있는 이 시간을 저주하고, 지나간 과오를 후회하고, 원망하는 건 그만하자. 다음 도시로 가기 위해 기차에 있는 이 시간도, 존재하는 시간이다. 저들처럼, 기차가 부드럽게 훑는 대지의 따뜻함을 즐기면 그만 아닌가.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650루피의 차비와 사흘이라는 시간과 쓰라린 후회와 다음 도시를 향한 기대 그리고 마흔세 번의 카드 게임, 한 번의 싸움, 지루함, 세 개의 사모사, 다섯 개의 바나나가 필요하다.
길고 험난한 여정 후에는, 최소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동하면서 지루하고 힘든 시간은 빼고, 관광지에서 무엇을 하고 보는 시간만 여행이라도 할 것인가.
나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낙타 사파리에 대한 실패의 쓰라림도, 계획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가야로 가기 위해 길에서 버려야 하는 사흘간의 기차 여정도, 더는 먹고 싶지 않은 사모사도, 기차 밖의 풍경도, 씻지 못해 더러운 온몸도. 이 모든 게 여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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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부부의 히말라야 여행,' '불량한 부부의 불량한 여행 - 인도편'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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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누드남...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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