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 창제 당시엔 성조언어?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65] 去

등록 2014.03.13 10:12수정 2014.03.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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去 갈 거(去)는 사람의 상형인 대(大)와 움집의 상형인 ?이 결합된 형태로, 집에서 사람이 밖으로 ‘나가다’는 의미다.
갈 거(去)는 사람의 상형인 대(大)와 움집의 상형인 ?이 결합된 형태로, 집에서 사람이 밖으로 ‘나가다’는 의미다. 漢典

전 세계적으로 약 6000여 종의 언어가 있고, 10만 명 이상 사용 인구를 가진 언어도 1000여개에 달한다. 그 중에서 성조를 가진 언어가 그렇지 않은 비성조언어보다 많다. 중국어를 비롯하여 동남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인디언의 언어들 중에 성조언어가 많다.

한글도 창제 당시에는 평상거입(平上去入) 4성 체제를 지닌 성조언어로, <훈민정음(해례본)>에 보면 평성은 무점, 거성은 한 점, 상성은 두 점이 찍힌 것을 볼 수 있다. 임진왜란 이후 점차 성조가 지닌 의미 변별력이 상실되면서 상성은 장음, 거성은 단음으로 음의 장단만 남게 되고, 성조는 경상도, 함경도 일부 방언을 제외하고 소멸된 것으로 보인다.

성조를 나타내던 평상거입 중 하나인 거성(去聲)은 현대중국어에서 여전히 제4성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갈 거(去, qù)는 사람의 상형인 대(大)와 움집의 상형인 凵이 결합된 형태로, 집에서 사람이 밖으로 '나가다'는 의미다. 사람(大) 아래의 凵을 용변을 보기 위해 판 구덩이로 보고 去를 용변을 보기 위해 쪼그려 앉아 있는 사람으로 보아 몸에서 오물을 '버리다, 제거하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나오는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는 불교의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의 이치를 잘 보여준다. 돌고 도는 윤회의 테두리 안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면 떠날 때 인정을 남겨두는 것이 돌아와 대하기 편하다(去時留人情, 轉來好相見)는 말이 그럴 듯해 보인다.

"낡은 것이 가지 않으면 새로운 것이 오지 않는다(舊的不去,新的不来)"고 한다. 스티브 잡스가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고, 인생에서 커다란 선택을 내리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도구"라고 했던 것처럼 기성세대가 갖는 낡은 방식들이 '죽음'이란 이름으로 사라지는 것만이 어쩌면 신세대의 새로움이 움터 자랄 유일한 방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마음 붉은 화장 따라 가고, 빈껍데기 몸만 쓸쓸히 문에 기대네(心逐紅粧去, 身空獨倚門)"하고 한 사내가 곱게 화장을 한 여인에게 추파를 던지자 그 여인은 "짐이 무겁다고 나귀가 성질을 부리는 것이 한 사람의 마음이 올라타서 그랬나 보군요(驢嗔車載重, 却添一人魂)"하고 대답한다.

조선 후기 야담(野談)류의 효시인 <어우야담(於于野譚)>에 실린 한 얘기다. 아리따운 여인에 마음을 빼앗기고, 쓸쓸히 문에 기대 선 사내의 모습이 아련히 그려진다. 
#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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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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