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5일 금속노조 콜텍지회,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노동자 2명이 서울 망원동 한강시민공원 송전탑에 올라가 위장폐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권우성
통화는 그리 길지 않았다. 2008년 10월 15일부터 11월 13일까지 이인근 지회장은 한강 양화대교 남단 망원지구 송전탑에 올라가 단식농성을 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낮은 뜨겁고 밤은 차던 그때 그곳으로, 노부모와 형의 가족, 그리고 아이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높은 곳에선 형체만이 어렴풋한, 저만치 거리. 가족들 누구에게도 송전탑 일만큼은 알리지 않았는데, 뉴스에서 지회장의 얼굴을 알아보고 가족들이 달려온 것이다.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며 수화기로 애절한 대화들이 오고갔다. 지회장의 어머니는 네가 거기 왜 있냐며, 어서 내려오라고 애원하셨다고 한다. 어머니의 긴 호소는 소득이 없었고, 그런 어머니를 말없이 보던 아버지는 "지가 선택한 일인데 어쩌겄어. 그만 갑시다…" 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송전탑 위 아들을 향해 손짓을 하는 어머니를 설득해 대전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저는 관둘 수가 없어요. 억울해서 그럴 수는 없어요."이런 말들을 이곳 농성장의 사람들은 얼마나 자주 가족들 앞에서 반복했을까. 때론 냉정하게, 때론 울먹이며, 때론 침묵으로 반복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죽일 놈, 나는 불효막심한 놈,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 그렇게 자신들을 원망했을 테지. 친인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혼자 섬처럼 앉아 있다 공연히 바쁜 척하며 자리를 먼저 뜨고, 조카에게 용돈조차 건넬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스스로 한심해 애써 형제들 앞에선 센 척을 할 뿐.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드러낼 수도 없는 시간들이 지속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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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아버지는 오늘도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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