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싸구려 여인숙으로 변한 하얼빈 옛 일본총영사관. 오른쪽은 하얼빈 시 화원소학교로 변한 옛 일본총영사관.
박도
조선총독의 권위의 상징이던 조선총독부 건물은 이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다만 그 잔해만 독립기념관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에서 볼 수 있다.
일찍이 부처님은 "영원한 것은 없다"고 설파한 바 있다. 일제가 500년 조선의 맥을 끊고자 악랄하게도 하필이면 경복궁 근정전 바로 앞에 세운 천 년을 꿈꾸며 세운 건물도 불과 70년 만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조선총독부 건물만이 아니었다. 내가 국내외 역사 현장을 둘러본 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얼빈 일본총영사관은 일제 패망 후 한때는 싸구려 여인숙이 되었다가 지금은 화원소학교로 변해 있었다. 내 고향 구미시 오태동의 장택상 전 국무총리 사저는 한동안 영남 제일의 갑부로 그 위세를 떨치다가 집안이 몰락하자 한때는 절로, 이즈음에는 한식집으로 변했다는 소문이다.
사람의 팔자도 굴곡이 심하다. 에밀리 브론테가 쓴 <폭풍의 언덕>에서 주인 안쇼는 어느 날 버려진 아이 히스클리프를 주어다가 길렀다. 그 아이가 후일 <폭풍의 언덕>으로 돌아와 자기를 학대한 주인 아들 힌들리를 타락시키고, 주인 딸 캐서린의 시누이와 결혼하는 등, 안쇼가를 파멸시킨다. 우리나라 현대사에도 사형수가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이 사형수가 된 것도 모든 국민이 지켜보았다. 긴 역사로 볼 때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사람도, 건물도 영원한 것은 없다. 나라도 지도자도 경천애인(敬天愛人, 하늘을 우러러고 백성을 사랑하다)하는 자만이 그래도 오래갈 수 있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